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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투자 감세', 일본 경제를 살릴까?

[서남 동아시아 통신] 일본의 설비 투자는 늘어날 것인가?

아베 정부가 일본의 민간 설비 투자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민간 설비 투자는 한 나라 경제의 총수요를 구성하는 중요한 항목이면서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생산 기반을 형성하는 자본 스톡을 축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설비 투자가 과거에 비해 크게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일본 정부가 나서기 시작하였다.

먼저 일본의 민간 설비 투자 추이를 보면 1990년대 후반에는 연간 70조 엔을 넘는 투자 규모를 보였다. 특히 1997년에는 80조 엔에 가까운 설비 투자가 이루어졌다. 1998년에 발생한 일본의 금융 위기로 설비 투자는 감소세로 전환되었으나 2000년대 초반 이후 세계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서 일본의 설비 투자도 증가세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증가세는 2007년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일본의 설비 투자는 크게 감소하여 60~65조 엔 정도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수준에 비해 10~15조 엔 감소한 수준이다.

일본의 설비 투자가 이렇게 감소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 금융 위기로 기업의 수익이 악화되었고 그 결과 설비 투자에 소요되는 자금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설비 투자는 기업의 수익과 밀접한 정의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또 최근 몇 년 동안에는 투자의 해외 유출이 크게 증가하였다. 해외 설비 투자/국내 설비 투자 비율을 보면 2009년 4분기에 14%에서 2013년 2분기에 28%로 증가하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해외 설비 투자의 비율이 무려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해외 설비 투자 비율이 크게 증가한 배경에는 엔고로 인하여 해외 투자의 매력이 증가한 반면 동일본 대지진 등으로 인하여 국내 투자 여건은 크게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 기업의 기대 성장률(향후 5년간 실질 경제 성장률 전망)이 2000년 이래 1%대의 저수준을 보였다는 점도 국내 설비 투자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해외에서는 수익 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하면서도 국내에서는 노후화된 기존 설비를 유지하거나 갱신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일본 제조업의 생산 설비는 1990년대 이후 점차 노후화되고 있는데 평균 설비 연수(2010년 기준)는 13.4년으로 미국, 독일 등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아베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 일본 경제를 재생하는 관건으로 보고 투자 촉진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아베 정부가 구상하는 투자 촉진책의 핵심은 투자 감세 정책이다.

첫째는 기업의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법인세 부담을 경감하여 기업의 수익을 늘려주면 설비 투자의 여력이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38.01%인데 이는 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한국 등 경쟁국보다 약 5~1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일본 경제계는 이렇게 높은 기업의 세 부담을 경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아베 정부는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여 법인세 실효세율을 약간 낮추어 줄 계획이다. 그 방법은 동일본 대지진의 복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2012년에 도입한 부흥특별법인세를 조기에 폐지하는 것이다. 부흥특별법인세는 법인세액의 10%를 추가 징수하는 것으로 적용 기간은 2012년도부터 2014년도까지다. 그런데 이를 2013년도까지만 적용하고 조기에 폐지하기로 하였다. 이를 통해 법인세 실효세율은 현재의 38.01%에서 35.64%로 낮아진다.

또 하나의 정책은 설비 투자 감세 정책이다. 2015년도까지 기업이 취득한 설비에 대해 건물이나 구조물의 경우 취득 금액의 3%, 건물이나 구조물 이외의 설비의 경우 5%를 세액 공제함으로써 2015년도까지 설비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자본금 3000만 엔 이하의 중소기업이 특정 기계류를 취득할 경우에는 10%의 세액 공제율이 적용되고 자본금 3000만 엔 이상의 중소기업에는 7%의 세액 공제율이 적용되어 중소기업의 설비 투자를 더욱 우대하고 있다.

▲ 법인실효세율 국제 비교(2013년 1월 기준). 미국은 2013년 7월 30일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 법인세율을 현행 35%에서 28%로 낮추고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제조업은 25%까지 삭감하는 세제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영국은 2013년 4월부터 23%로 조정되었고, 향후 단계적으로 인하하여 2015년 4월에 20%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일본 재무성

법인세 실효세율의 인하나 설비 투자 세액 공제와 같은 감세 정책이 일본 기업의 국내 설비 투자를 얼마나 증가시킬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아베 정부는 2012년도 63조 엔의 설비 투자를 향후 70조 엔대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즉, 세계 금융 위기가 발발하기 이전 수준으로 설비 투자를 회복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이러한 감세 정책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반응하여 설비 투자에 나설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였고 자연재해의 발생 가능성 증가로 인하여 국내 입지의 매력도가 크게 저하된 상황에서 감세 정책 하나만으로 기업의 투자 의욕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더구나 줄어든 세수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도 풀어야 할 숙제이다. 대지진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이를 치유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 부담에서 기업을 제외시켜 준다는 것은 여전히 명분이 약하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부담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설비 투자 촉진을 위한 아베 정부의 감세 정책은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업의 설비 투자를 어떻게 촉진하는가이다. 설비 투자 감세는 필요한 하나의 정책 수단이다. 이 정책 이외에도 기업의 설비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서 실행할 필요가 있다. 설비 투자 감세는 설비 투자 촉진을 위한 필요조건의 하나일 뿐이다.

<프레시안>은 동아시아를 깊고 넓게 보는 시각으로 유명한 서남재단의 <서남포럼 뉴스레터>에 실린 칼럼 등을 매주 두 차례 동시 게재합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경제실장의 이 글은 <서남포럼 뉴스레터> 199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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