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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머리는 가요계의 문대성? 'I Got C'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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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머리는 가요계의 문대성? 'I Got C' 들어보니…

[기고] 교묘하고 노골적인 표절…원작자 입장마저 왜곡

지난번 총선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 중 하나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 문대성의 박사학위 표절 논란이었다. 당시 학술단체연합 회원들과 함께 문대성 박사학위 논문 표절의 검증을 맡았던 필자가 내린 결론은 학위논문으로서 가치가 없는 명백하고도 노골적인 표절이었다. 동일한 문장이 수십 개가 나왔고, 심지어 베낀 논문의 오자까지도 그대로였다. 문대성은 박사 학위 논문 뿐 아니라 석사 학위 논문, 임용과 승진 심사의 대상이 되었던 학술논문도 표절했다. 당시 문대성이 말한 해명이 기억에 또렷하다. "인용표시를 안했을 뿐이지, 표절하지는 않았다."

▲ 가수 프라이머리. ⓒ아메바컬처
이 말을 프라이머리의 표절 논란에 대해 소속사가 해명한 식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은 식이 되겠다. "참고는 했는데, 표절은 아니다", 그리고 프라이머리 소속사는 실제로 이렇게 말했다. "장르적 유사성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다. 기술적으로 전혀 다른 곡이다." 정말 그럴까?

그래서 프라이머리가 <무한도전>에서 발표한 "I Got C"와 표절한 곡으로 의심되는 카로 에메랄드(Caro Emerald) 곡들을 꼼꼼하게 곡을 비교해보았다. 그리고 지난번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힙합 노래부분에 후보작으로 오른 "I'm Back"도 누노 베텐커트(Nuno Bettencourt)가 1997년에 발표한 "크레이브"(Crave)를 표절했다는 시비가 있었던 터였고, 최근 프라이머리가 작곡한 박지윤의 신곡 "미스터리"도 카로 에메랄드의 "원 데이"(One Day)를 표절했다는 추가 의혹이 있는 터라,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여 모든 곡들을 비교해보았다.

결론적으로 대중음악 연구자로서 내가 사심 없이 내린 결론은 프라이머리는 명백하게 표절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아주 교묘하고 노골적으로. 먼저 "I Got C"와 표절 혐의의 대상이 되는 카로 에메랄드의 '유 돈 러브 미'(You Don't Love Me), '리퀴드 런치'(Liquid Lunch), '파리'(Paris)를 비교해보자. "I Got C"는 피아노 솔로로 연주되는 인트로 부분은 '유 돈 러브 미'(You Don't Love Me)를, 주된 멜로디라인은 '리퀴드 런치'를, 연주 속도는 조금 다르지만 리듬 패턴은 "파리"를 혼성으로 표절했다. 단순히 샘플로 패턴을 참고했다고 보기에는 프라이머리가 작곡 과정에서 창의적으로 한 게 별로 없을 정도로 원곡들과 너무나 유사하다. 물론 가사와 랩핑은 다르지만, 4박으로 끊어지는 가사의 주요 멜로디 플로우는 거의 동일하다. 포스트모더니즘 문화가 한 때 유행할 때, 혼성모방, 즉 패스티쉬(pastiche)가 창작이냐 표절이냐 하는 논쟁이 있긴 했는데, 프라이머리의 "I Got C"는 카로 에메랄드의 연주패턴, 악기배치, 멜로디, 리듬패턴을 거의 유사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심지어 창조적인 혼성모방으로 보기에도 역부족이다. 물론 랩의 라임 이펙트가 실제 노래를 부른 박명수의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다는 것을 빼고 말이다.

최근 컴백한 박지윤의 "미스터리"는 더 심하다. 이 곡은 카로 에메랄드의 "원 데이"의 코드진행과 거의 동일하다. 거의 번안곡 수준이다. 거의 동일한 코드, 거의 동일한 인스트루먼트 샘플 배치는 카로 에메랄드의 "원 데이"가 "미스터리"보다 다소 빈티지스러운 복고풍의 스윙 스타일을 더 가진 것을 제외하고는 이 두곡이 다르다고 해명할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프라이머리의 <Primary and the Massangers LP> 앨범에 수록된 "I'm Back"과 누노 베텐커트(Nuno Bettencourt)가 1997년에 발표한 "크레이브"(Crave)를 비교해보자. 이 두 곡은 장르가 아예 다르다. "I'm Back"은 서정적인 느린 랩 플로우의 힙합트랙이고, 누노의 곡은 전형적인 밴드형 록 트랙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주 멜로디 라인의 똑같다. 이 경우 서로 다른 음악장르이니 상관할 바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지만, 심지어는 다른 장르의 노래의 멜로디 라인도 마치 샘플처럼 갖다 쓸 정도로 샘플과 표절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심지어는 문제가 되는 멜로디 구절의 가사의 패턴에서 두 곡이 아주 유사하다. 프라이머리의 "I'm Back"의 동일한 멜로디 부분의 가사 패턴은 다음과 같다. "your smile, your eyes, your lips, your voices", 그리고 누노의 동일한 멜로디 부분의 가사 패턴은 다음과 같다. "Your eyes, your ears, your mouth, your nose" 물론 가사가 100% 동일하지는 않지만, 유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곡의 멜로디에 영향을 주는 가사 패턴이 아주 유사하다.

표절 의심을 강하게 받고 있는 프라이머리의 문제 곡들을 검토해본 결과 단순한 샘플의 참고로 치부하기에는 원곡과 너무 유사하다. 단순히 스윙리듬과 악기 샘플을 참고했다고 보기에는 "I Got C"는 카로 에메랄드 본인의 말대로 심할 정도로 베꼈다. 심지어는 서로 다른 장르의 곡의 멜로디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문대성이 인용과 표절을 구분하지 못하듯이 프라이머리는 샘플과 표절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가 뛰어난 클럽 DJ 출신이라는 건 알지만, 샘플과 멜로디 표절을 구분 못할 정도로 아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표절 논란이 일고 나서 카로 에메랄드 측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이메일을 프라이머리 소속사가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속사는 우리 곡에 "영감을 받는 듯", "참고한 듯하다"라는 부분만 공개하여 마치 카로 에메랄드 측에서 표절이 아닌 것으로 인정했다고 해명했지만, 실제 보내온 이메일의 다른 부분은 명백한 표절을 경고하고 있다. 다음은 이메일의 원문 일부이다.

"The chorus and melody in the verses are identical to our song "Liquid Lunch". Some parts are so identical they could also be seen as plagiarism."(문제된 구절들의 코러스와 멜로디는 우리 곡 "리퀴드 런치"와 동일하다. 몇몇 부분들은 너무나 동일해서 표절로도 볼 수 있다.") 사실 음악에서 레퍼런스(reference)의 의미는 단지 "참고했다"만의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곡이 독창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문대성의 학위 논문 표절여부를 가릴 때, 대조한 두 논문을 읽는 과정에서 내가 읽고 있는 논문이 문대성의 논문인지, 표절당한 사람의 논문인지 헷갈린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노래를 비교해서 듣다보니 이 멜로디라인과 리듬패턴이 프라이머리 것인지, 카로 에메랄드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과거 황우석 표절 사태 때 재발방지를 막기 위해 내린 학술표절의 판단 기준은 "인용 없이 특정 논문과 6개 단어가 동시에 똑같을 경우"이다. 대중음악에서는 통상 두 마디 이상이 동일할 경우 표절로 인정한다. 프라이머리의 경우는 두 마디로 기계적으로 분절할 수 없을 정도로 곡 자체 뿐 아니라 대중음악의 문화적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스타일과 패션까지도 표절했다. 그러니 깨끗하게 총체적 표절을 인정하고 음악팬들에게 사과하고, "I Got C"를 음원에서 내리고 자숙하길 바란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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