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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촬영술에 관한 충격적 사실? '숫자' 모르면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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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촬영술에 관한 충격적 사실? '숫자' 모르면 손해!

[프레시안 books] 게르트 기거렌처의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

숫자는 힘이 세다. 허튼 수사(修辭)보다 명징하고 과학적으로 보인다. 성경의 10계명에서 말 많고 탈 많았던 '747 공약'까지, 다양한 숫자들이 우리 곁을 맴도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숫자를 이용해 눈길을 끌고, 머리에 쏙쏙 집어넣고, 그리하여 믿음을 얻기 위한 시도들이다. 이런 위력을 지녔으니 숫자를 가지고 '장난'을 치려는 이들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독일의 심리학자가 쓴 이 책은 본질적으로 통계에 관한 것이다. 통계를 제대로 해석하고 올바로 사용하는 법을 일러주는 내용이다. 이처럼 숫자놀음에 속지 않는 법을 다룬 책은 여럿 있지만 주로 의학계의 사례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여느 책들과 구분된다.

▲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게르트 기거렌처 지음, 전현우·황승식 옮김, 살림 펴냄). ⓒ살림
몇 년 전 영국에서 있은 사례를 보자. 보건 당국은 "특정 경구피임약이 혈전 색전증의 위험을 두 배로 끌어올리는 결과와 상관있다"고 공표했다. 혈전 색전증이란 혈전이 혈관을 막아버리는 증상이기에 이 발표 이후 많은 여성들이 문제의 알약 복용을 중지했다. 한데 실상은 좀 달랐다. 그 약을 복용한 여성 1만4000명 중 혈전 색전증 환자가 1명에서 2명으로 증가한 것이었다. '혈전 색전증' 발병 확률은 분명히 두 배가 되었지만 위험은 과장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발병률이 0.007퍼센트에서 0.014퍼센트로 증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 결과 제약회사는 치명타를 입었지만 수많은 여성들도 원치 않는 임신, 낙태의 위험들에 노출되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지은이는 '절대 위험도'와 '비교 위험도'의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절대 위험도는 알약 부작용이 실제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보여주지만, 비교 위험도는 알약을 복용한 사람이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얼마나 더 걸렸는지 말해준다는 것이다.

반대 사례도 있다. 유방촬영술 검진이 유방암으로 사망할 위험을 25퍼센트 감소시켜준다는 주장을 보자. 유방촬영술 검진을 받은 여성 1000명과 받지 않은 여성 1000명을 10년 동안 대조한 결과 검진군에서 4명, 대조군에서 3명이 유방암으로 사망했다면 이런 주장이 가능하다. 유방암 사망이 4명에서 3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교위험도' 감소 발표는 유방촬영술 확대 시행만을 위한 과장이고 농간이다. 흔히 오해하듯 유방촬영술이 100명의 여성 중 25명의 생명을 구한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기 진단이 유방암발생률을 낮춰주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방사선 노출로 여성 1만 명 중 2~4명이 유방암에 걸리고 그 중 1명은 사망할 가능성이 크단다.

지은이는 의사들이 환자에게서 암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할까봐 유방촬영술을 적극적으로 권한다며 부인과 전문의를 포함한 60여 명의 의료관계자들 중 "(여성이라면) 유방촬영술을 받겠느냐"는 질문에 누구도 예스라 답한 이가 없다는 충격적 일화를 전한다.

그러면서 몇 가지 '처방'을 제시하는데 의학적 조치의 경우 위험을 표기하는 네 가지 방법을 파악하자는 것이 그 예다. 비교 위험도, 절대 위험도, 치료 필요 환자 수, 기대수명의 증대를 제약회사나 의사, 보건당국의 입맛에 맞게 골라 표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 비용과 이득을 따져야 '계산맹(盲)'을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의대에서의 통계 교육 필요성, 의사의 '개안(開眼)'과 더불어 시술의 이득과 비용에 관한 충분한 설명과 환자의 동의를 얻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은이는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유방암 검진 사례를 파고드는데 사이사이 다른 분야의 흥미로운 예가 나오긴 한다. 계산맹을 벗어날 도구의 하나로 제시된 '자연빈도' 관련 사례를 보자.

캘리포니아의 부부 노상강도 사건에서 금발 꽁지머리 여자, 콧수염 기른 흑인 남자 등 여섯 가지 특징에 부합한 용의자 콜린스 부부를 두고 검사 측은 피고인이 무고할 확률이 1200만분의 1로 계산했다. 하지만 지은이는 자연빈도로 계산하면 캘리포니아에 2400만의 커플이 있다면 이는 두 쌍의 용의자 부부가 있다는 이야기로, 콜린스 부부가 무죄일 확률은 2분의 1이라고 지적한다.

이 같은 숫자 놀음은 얼마든지 있다. 전반기 5개월 동안 실적이 50퍼센트 떨어졌다가 후반기 5개월 동안 실적이 60퍼센트 증가한 회사라면 어떤 인상을 받을까. 이런 경영자료라면 전체 결과는 이익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예를 들어 100만 달러에서 50퍼센트 감소는 50만 달러지만, 여기서 60퍼센트 늘었다면 30만 달러가 증가한 것이기에 전체로 보면 20만 달러가 준 셈이다. 결국 기준점을 바꾸고 비율로 표기함으로써 회사는 실적 위장에 성공할 수 있음을 예로 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계산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지은이는 먼저 프랭클린의 법칙을 강조한다. "이 세계에는 죽음과 세금 말고 확실한 것이라고는 없다"는 미국 계몽주의 사상가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을 이용한 제안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이 불확실하다. 거짓말 탐지기, 혈액형 분석, 필적 감정은 물론 DNA지문까지 경이로운 기술이기는 하지만 오류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기술적·인적 오류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숫자놀음에 대한 유혹도 강하다. 그러기에 지은이는 통계적 사고방식이 시민에 필수적이 될 것이란 영국 소설가 웰즈의 생각에 동의한다.

▲ <새빨간 거짓말, 통계>(대럴 허프 지음, 박영훈 옮김, 더불어책 펴냄). ⓒ더불어책
다음은 위험에 대한 무지를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담배의 위험성에 대한 무지와 혼동을 일으키는 담배 로비 단체의 활동을 간파하라는 이야기다. 폐암으로 사망한 비흡연자의 20퍼센트 정도는 간접흡연 탓이라는 미국 환경보호청의 발표에 대해, 담배회사 등이 주도하는 '담배연구소'는 "건전한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 평가절하 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다.

책은 흥미롭고 유익하지만 솔직히 쉽지는 않고 주로 의료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새빨간 거짓말, 통계>(대럴 허프 지음, 박영훈 옮김, 더불어책 펴냄)를 읽기를 권한다. '통계로 거짓말 하는 법'란 역설적 제목이 원제인 이 책은 쉽고 다양한 사례가 담겨 입문서로 적절하다. 그리고 나서 <숫자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우아한 생존 매뉴얼>(존 앨런 파울로스 지음, 김종수 옮김, 동아시아 펴냄)과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데이비드 프리드먼 지음, 안종희 옮김, 지식갤러리 펴냄)를 이 책과 더불어 읽는다면 숫자에 놀아나는 일은 없으리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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