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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부실 복원, 또 하나의 'MB의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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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부실 복원, 또 하나의 'MB의 재앙'

[편집국에서]'윤창중 사건'처럼 세계적 굴욕사건 감

국보 1호 숭례문이 하루아침에 불타버린 것도 믿어지지 않는 사실인데, 5년여에 걸쳐 복원을 했다더니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다가 급기야 경찰이 복원 공사의 기술 책임자가 운영하는 업체를 압수수색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의 수사는 나무 기둥 목재를 하급 목재로 바꿔치기 했다는 의혹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 의혹이 숭례문의 부실 복원의 의문을 풀 핵심 사건인양 떠들썩하게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숭례문의 비극'을 초래한 '몸통'은 따로 있지 않을까?

국보 1호 숭례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악연을 맺고 있다. 숭례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2006년 3월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국보 1호가 훼손되면 복원하면 그만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개방하려면 '보존'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냥 사라져도 좋을 관광자원마냥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국보 1호가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개방 2년만인 2008년 2월 1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취임식 보름을 앞둔 이날 숭례문은 자신의 보호막을 거둬버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저주하듯 불타 버렸다.

▲ 2008년 2월10일 불터버린 숭례문.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악연을 맺은 '숭례문의 비극'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숭례문 복원, 왜 '속도전' 벌였나

문화재는 한 번 훼손되면 복원이 된다고 해도 원본은 아니다. 그래서 복원보다는 보존에 주력해야 한다. 일단 훼손됐다면 복원이라도 제대로 해야 해야 한다.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다.

그런데 국보 1호 숭례문의 복원 공사도 이명박 정부는 마치 임기 내에 복원을 끝마치려고 목표를 세운 듯 '속도전'을 벌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전시행정의 달인'이라고 불렸다. 청계천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청계천을 복원하는 등 눈에 띄는 토목공사를 밀어부쳤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대통령까지 오른 데는 서울시장으로서 쌓은 이런 '업적'들이 유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한 덕을 톡톡히 봤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복원 사업'도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속죄의 사업'이 아니라 '업적'으로 내세울 좋은 기회로 보였던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숭례문 복원 공사에 대해 "왜 이렇게 서두르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국보 1호 숭례문의 복원 공사를 무슨 콘크리트 공사하듯 공기를 단축하려고 너무 서두른다는 것이다.

숭례문은 지난 2008년 2월 10일 불에 탄 뒤 5년4개월에 걸친 복원 공사 끝에 지난해 5월 공개됐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은 "나무 건조에만 최소 7년 정도의 건조기간이 필요한데, 숭례문에 사용된 목재의 건조 기간은 3년에 불과했다"며 부실 복원을 우려했다.

아니나다를까. 복원 공사를 마쳤다고 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나무 기둥이 갈라지고 뒤틀려 속이 드러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하급목재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도 제대로 건조된 목재를 사용했다면 이렇게 복원 공사가 끝나자마자 뒤틀릴 수 있을까?

나무 기둥이 갈라지기 전에 먼저 문제가 된 단청도 마찬가지다. 단청을 전통 기법대로 복원하려면 전통의 맥이 끊긴 전통안료를 다시 개발해야 하는데, 최소한 5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러자 일본산 안료와 아교를 썼다. 일본산 안료는 천연재료도 아닌 화학제품이며 단청 작업도 너무 서둘러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숭례문 복원, '금각사'의 교훈도 있었나

'숭례문의 부실 복원'은 일본의 금각사 사례를 떠오르게 한다. 교토의 금각사는 1950년 7월 불에 타 5년 만에 복원됐다. 그러나 급히 복원한 탓에 시간이 흐르면서 부실이 드러나자 복원 공사를 거듭한 끝에 1999년에야 "제대로 복원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숭례문도 '재복원 공사'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종합점검단 단청 분야 전문가들은 대부분 "단청은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무기둥 같은 구조물의 경우도, 당장은 아니더라도 공사 후 덜 마른 채 쓰인 목재의 건조가 진행되면서 몇년 뒤에는 재복원 공사에 들어가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오고 있다.

복원 공사 막판 임명된 문화재청장 경질로 끝?

지금까지 숭례문 부실 복원 공사에 대한 책임을 진 최고책임자는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3월 취임해 박근혜 대통령이 "숭례문 부실 복구 관련자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지시한 지 불과 4일 뒤인 지난해 11월15일 경질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도한 복원 공사가 거의 끝날 무렵에 취임한 그가 8개월만에 경질되는 것이 과연 '숭례문 부실 공사'의 책임을 제대로 묻는 것일까?

숭례문 부실 복원 공사의 내막은 살펴보면 정말 "어이없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이 2013년 '세계 8대 굴욕 사건'으로 '윤창중 사건'을 포함시켰다. <신화통신>은 선정 이유로 "한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교 일정에 나섰는데,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망쳤다"고 설명했다. '숭례문의 부실 복원'이 또다시 '세계적인 굴욕 사건'으로 선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세계적인 굴욕사건'으로 숭례문 부실 복원 공사가 선정된다면, "문화재를 보존 대상이기보다 전시행정용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더 강하고, 만일 불타버린다면 '속도전'을 벌여 '복원 공사'를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권력자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설명이 따라 붙을지 모른다.

'대목장 의혹 사건'으로 '책임 몸통' 흐리기?

복원 공사 기술책임자인 대목장 신응수 씨가 문화재청에서 제공한 관급 목재 금강송을 횡령했다는 의혹은 믿기도 어렵지만, 규명하기도 어렵다.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74호로 국보급 건축물 복원에 참여해온 전문가라는 독보적 권위도 있지만, "여러 목재를 섞어쓸 수 밖에 없다"는 현실과도 관계가 잇다.

그는 지난 95년 경복궁 흥례문 복원 공사 때도 비슷한 의혹의 투서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가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문화재청이 DNA 검사로 금강송이 쓰일 곳에 러시아산 목재가 쓰였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정확하게 나무의 종류를 구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확실히 밝혀내지도 못할 '목재 바꿔치기 의혹' 사건이 혹시 '숭례문 부실 공사'의 책임 소재를 흐리는 방편으로 오용되는 게 아닐까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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