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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장성택=2인자? 쿠데타 모의할 세력 없었다"

[분석] "장성택 사태로 북한-중국 관계 달라질 것 없어"

12월 초 국정원이 '장성택 실각설'을 언론에 흘렸을 때 북한 내부 정세에 대해 날카로운 보도를 해온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북한의 3대 세습의 근본적인 불합리성"을 지목하며 '북한 체제 붕괴 초읽기'라는 전망을 담은 기사를 실어 주목을 받았다.

3대 세습의 어린 김정은이 최고 권력자가 되도록 후견인 역할을 맡은 장성택을 제거할 수밖에 없다면, 이것은 3대 세습 체제가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것이고, 권력균형의 축을 무너뜨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김정은 체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세습 체제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합리하다거나, 어떻게 장성택을 하루아침에 처형해버릴 수 있느냐를 가지고 북한 체제를 비판하거나, 이런 체제라면 얼마 못가 스스로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어찌보면 단순한 반응에 불과하다.

▲ 장성택은 김정일 말년 때부터 '백두혈통'을 위협하는 인물로 부인 김경희(사진 오른쪽 끝)로부터도 견제를 받았다는 점에서 김정은 체제에서 '후견인' 역할을 했다는 전제 자체가 틀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4월 15일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김정은과 장성택 등이 은하수음악회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장성택 사태',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한다는 의혹

보수 진영에서 '종북'으로 몰아가고 있는 '진보진영 논객'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14일 <C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장성택 처형 사태뿐만 아니라 3대 세습 문제에 대해서 "진보 측은 북한 정권의 반인권, 비합법, 반민주성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진보 측에서는 북한 문제를 우리 내부 정치에 악용하는 공안 정국 몰이나 언론 플레이 등을 동시에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방식에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면서 "보수에서는 주로 이런 사태에 대해 규탄하는 방식을 취하지만, 진보에서는 정권 자체가 비이성적이고 비합법적인 북한에 대해 이런 사태 하나하나에 일일이 논평이나 규탄을 하기보다는, 이런 북한 정권 자체를 효과적으로 견인하면서 동시에 남한 정권이 이 사태를 우리 사회 내부 문제를 가리는 쪽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좀 더 냉정하고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표 전 교수는 "이런 사태에 대해 우리 과거의 정권들이 지나친 과장이나 위기감 조성, 언론 플레이 등으로 선거 국면에서 활용하고 내부 갈등을 가리고 덮는 장치로 악용한 사례들을 우리는 많이 봐 왔다"면서 "보수 측과 현 정권이 이번에도 모든 여론을 북한에 대한 위기감으로 쏠리게 해서 정작 국정원의 대선 개입 문제와 국정원 개혁 이슈를 포함한 우리 안의 모순과 문제를 덮으려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진보에서는 강하다"고 지적했다.

'장성택 사태'가 김정은의 유일지배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체제 불안정이 심해지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그리고 '장성택 사태' 이후 대외 도발을 자행할 것인지, 개방정책으로 나아갈 것인지, 두 가지를 병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중구난방식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북한-중국 관계에 영향을 끼칠 사태인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여러 가지 시나리오 대응책을 세워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주목할 만한 것은 북한과 중국의 관계다. 북한이 전 세계의 비판을 받고 있는 '3대 세습'을 강행하고, 장성택 처형까지 단행하고도 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면, 그 배후에는 중국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14일(현지 시각) 미국의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중국의 대북 전문가들을 인용한 분석이 주목된다. 신문은 "장성택 처형으로 중국과 북한의 관계에서 중요하고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 정권의 궤멸을 군대까지 보내서 막아준 이후 수십 년 동안 놀라울 정도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 중국사회과학원의 대북 전문가 왕쥔성은 "장성택 처형으로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더 긴밀해질 수 있다"면서 "장성택이 중국식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밀접한 인물이지만, 중국으로서는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을 중심으로 강화된 북한 정권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서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김정은은 권력 강화 마무리 단계에서 대외정책에 급격한 변화를 취할 이유가 없다"면서 "장성택은 생전에도 자문하고, 정책을 수행하는 실무자였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김정일 사후 장성택이 '2인자', '섭정왕'이라고 할 정도의 위치였는지에 대해서 이런 전제 자체를 부정하는 정황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한반도 전문 보도로 잘 알려진 남문희 <시사인> 대기자는 15일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장성택이 김정은 체제에서 2인자였다고 말하는 이른바 전문가들은, 북한의 내부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진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택, 쿠데타를 모의할 정도의 세력은 없었다"

남 기자가 대북 소식통들을 인용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8년 8월 김정일 위원장이 쓰러졌을 때부터 장성택의 운명이 갈렸다. 두 달 뒤인 10월 김정일이 병상에서 일어난 뒤 자신이 쓰러진 기간 장성택이 김정남과 손을 잡고 권력을 농단하려 한 사실을 알고 장성택으로 가는 돈줄을 차단하는 등 강력한 견제가 들어갔다.

장성택의 부인 김경희도 "백두혈통 이외의 정권을 위협하는 세력은 있을 수 없다"면서 남편을 견제하는 쪽에 섰다. 하지만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 초기에 장성택은 다시 세력을 규합해 대외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이면서 자금 확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외부에서는 장성택이 '2인자'로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직 힘이 없어서 장성택을 제거하지 못했을 뿐, '장성택 처형'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는 것이다.

남 기자는 "중국에서도 김정은 체제에서 첫 특사로 지난 5월 장성택이 아니라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보내는 과정에서 장성택이 실세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이제 장성택이 제거됐다고 해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 기자는 "장성택은 오래전부터 견제를 받아와 쿠데타를 모의할 정도의 세력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CSM>도 "장성택의 극적인 숙청에 대해 중국 정부의 반응은 극도로 신중하다"면서 "중국 정부는 '장성택 문제는 북한 내부의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체제 안정과 경제발전이 지속되길 기대한다는 점만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 후단대의 대북 전문가 팡시우위는 <CSM> 인터뷰에서 "북한이 장성택을 체포한 지난 8일 북한과 중국은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합의했다"면서 "장성택 사태로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 관계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은 신의주-평양-개성을 잇는 380㎞ 길이의 고속철도와 왕복 8차선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측 기업이 참여하는 이 사업은 국제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되고 건설 기간은 5년이며 민간투자방식(BOT)으로 30년 동안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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