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책을 보면 주거복지 확대보다는 매매시장 활성화 대책에 방점이 찍혀있는 과거의 정책 기조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발표 자료에 나와 있는 대로 대책의 목표는 가격 하락세를 진정시키고 거래량을 증가시키는데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시기에 사람들로 하여금 집을 사도록 하려면 이것저것 혜택을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취득세 영구인하의 국회통과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금융상의 지원을 계속 좀 더 확대해나가겠다고 발표하는 것이다.
▲ '8.28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들이 모두 실효성이 없어 폐지 또는 변질됐다. 3일 보완책이 또 발표됐으나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일부 대책은 긍정적이지만 주거복지의 핵심은 빠져있다
상당수의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떼일까 걱정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세금반환을 보증하면서 시중금리보다 낮게 전세금 대출을 제공하는 것은 주거복지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공유형 모기지론 확대도 집주인과 정부가 일정한 비율로 "손익을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리츠를 통해서 하우스푸어주택 매입을 확대하는 정책도 하우스푸어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시민사회단체와 서민들이 그토록 원하는 전월세상한제와 임차인에게 부여하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에는 왜 이렇게 인색한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의 입장에서 이유를 굳이 찾자면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는 것일 텐데, 그렇다면 낮은 정책금리를 제공하고 모든 부동산 세금을 인하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는 것인가? 임대인과 임차인은 우리 시대의 비극인 '갑을관계'의 전형이다. 양자 간의 힘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려면 최소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은 도입해야하다.
정책 내용도 변경했듯이 정책 기조를 바꾸는 결단이 필요
주택시장은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으로 구분된다. 매매시장에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기수요도 가세하게 되면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임대주택이 많아지게 되므로 전월세주택 구하기는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 그러다가 지금과 같이 투기수요는 사라지고 실수요마저도 전월세로 돌아서면 매매시장이 침체에 빠지고 전월세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요컨대 부동산 시장이 부동산 투기와 침체를 오가면서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이 교대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근본적인 대안은 부동산 투기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즉 투기수요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실수요만 등장할 수 있는 부동산 세제를 구축하면서 저소득층도 안정적으로 주거권을 누릴 수 있도록 주거복지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박근혜 정부의 매매시장 활성화 대책은 성공하기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사 만에 하나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다. 가계부채 증가를 초래해 국민경제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가 시장에 전혀 먹혀들지 않자 이것을 거의 폐지하겠다고 발표했고, 지지부진한 행복주택도 공급량을 줄이고 공급의 다양화도 꾀했다. 한마디로 실효성 없는 대책은 폐지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유연성을 발휘한 것인데,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정책 기조의 변경이다. 정부는 부동산 세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서 "본격적인 시장 활성화"가 지체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누가 봐도 거짓 주장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 때 유사한 대책을 계속 내놨지만 효과는 잠시뿐이었다.
그러므로 이제 정책 기조를 '주거복지를 약간 곁들인 매매시장 활성화'에서 '부동산 투기 차단과 주거복지의 획기적 확대'로 바꿔야 한다. 이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지금과 같은 대책, 즉 매매활성화를 위한 각종 금융지원 대책과 세제지원 대책, 그리고 건설사 지원 대책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부동산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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