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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3년차와 4년차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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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3년차와 4년차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

지난 1년 사이 스스로 몰락의 길을 걸은 당청

12월 19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만 4년이 되는 날이다.

하루 전인 18일,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4주년을 맞아 특별한 이벤트나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 그건 원래 당 쪽에서 준비하는 것이다"고 답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지금처럼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축하행사 같은 것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당 차원에서는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말대로 여당이나 청와대에서 당선 4주년을 맞이해 특별히 준비하는 것은 없다. 다만 안희정 씨가 '1219 정신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천호선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경남노사모의 초청 강연에 나서는 등 친노진영만이 각 지역별로 'Remember 1219'를 외칠 뿐이다.

청와대나 여당이나 지지율 10%에 겨우 턱걸이를 하냐 마냐 마음을 졸이는 마당이니 특별한 행사를 벌이기는 민망할 터다.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상황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1년 전 "앞으로 10년 더 정권을 책임지자"던 당청

지난 해 12월 18일 노 대통령 당선 3주년을 하루 앞둔 날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는 '참여정부 3년 평가와 향후 국정운영'라는 주제로 당정 워크샵이 열렸다.

당 지지율이 20% 안팎,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25% 안팎에 그쳐 '지지율이 반토막 났다'는 앓는 소리가 나오는 등 그 때도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지만 당시 워크샵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정세균 당시 당의장은 우리당의 정체성을 87년 6월항쟁을 주도한 '미래평화민주개혁 세력'으로 정의하며 "우리가 앞으로 10년은 더 책임 져야 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차기는 물론 차차기 정권까지 수권하겠다는 것.

이해찬 당시 총리도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참 많이 두들겨 맞으면서도 뚝심을 가지고 일관된 정책을 편 결과 이제 경기 회복에 탄력을 좀 받는 것 같다"며 "지난 3년 간 참으로 많은 일을 했는데 언론환경이 안 좋았기 때문에 앞으로 홍보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쓰겠다"고 화답했다.

이 자리에선 '2007년 재집권'이라는 건배사가 오갔고 오는 "2050년에는 미국 빼고 나머지 G7국가들은 다 따라 잡는다"는 장밋빛 전망이 횡행했다.

그런데 왜 1년 만에 상황이 180도 바뀌었을까? 언론과 청와대의 대립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고, 노 대통령의 독특한 언행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을 뿐더러 정부의 정책기조도 갑자기 바뀐 것을 찾긴 힘들다. 도대체 지난 1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천지교태'가 아니라 '밀운불우'로 종결된 2006년

18일, 교수 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하늘에 구름만 빽빽하고 비가 되어 내리지 못하는 상태'를 뜻하는 '밀운불우(密雲不雨)'를 선정했다.

이와 함께 이 신문은 "체증에 걸린 듯 순탄하게 풀리지 않는 한국의 정치, 경제, 동북아 정세가 이번 선정의 배경이 됐다"며 "상생정치의 실종, 대통령의 리더십 위기로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중심이 됐고 사회 각층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했다"고 풀이했다.

그런데 올해 1월 1일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기자들을 만나 "올해(2006년)의 사자성어는 '천지교태(天地交泰)'가 될 것"이라며 "정치,사회적으로 큰 갈등이 없으면 천지교태"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어 국론이 갈라질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은 정치적 이벤트로서 당연하다"며 "정부 정책으로 인해 갈등요인이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한해가 다 지나간 지금 올해의 사자성어는 천지교태가 아니라 밀우불운이 선정됐다. 이 실장인도 "지난 한 해는 천지교태였다"고 강변하긴 어려울 듯하다.

정책의 성과물이 민생을 타격하는 기현상
▲ KSOI가 발표한 올 한해 노 대통령 지지도 추이

노 대통령 당선 4년 차인 지난 한 해는 여권의 대몰락과 한나라당의 견조한 상승세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그 원인은 복잡다단하겠지만 일단 정책적 요인과 정치적 요인으로 나눠 짚을 수 있다.

사실 4년 차 들어 현 정권의 정책기조가 갑자기 변한 것은 없다. 다만 그 정책기조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을 뿐인데, 문제는 그 정책 효과가 드러나자 온갖 악영향이 함께 나타났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미FTA가 졸속적으로 추진됐다'는 비판이 높지만, 협상 과정을 들여다보면 'FTA' 자체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정부는 결국엔 접었지만 2005년에도 한일 FTA를 추진했었고 여러 반대를 무릅쓰고 한-칠레 FTA도 체결했다. 결국 한미FTA 개시도 예견됐었다는 것.

하지만 정부의 이런 기조가 실체를 드러내자 예견됐던 부작용도 같이 모습을 드러냈고 각계의 반발도 거세졌다. 하지만 정부와 그토록 대립각을 세우던 조중동, 그리고 한나라당이 한미 FTA 문제에 대해선 가장 굳건한 우군으로 나섰을 뿐이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는 아파트 값 '안정화'와 건설경기 부양이라는 양립하기 쉽지 않은 정책을 추진해 왔고 여기에 지역균형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풀린 수십 조 원의 현금이 합쳐지자 '서울 아파트값 대폭등'이라는 역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문화컨텐츠 산업 육성, 게임 산업 개발이라는 '문화산업정책' 목표의 결과물도 '바다이야기'로 돌아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해마지 않는 '진정성'어린 정책들이 하나 둘 성과를 드러냈지만 그 성과물은 서민들의 민생을 타격했고 당청 지지율 급전직하로 연결됐다는 말이다.

당청갈등의 결과물은 10%대 지지율
▲ KSOI가 발표한 올 한해 정당 지지도 추이

지난 해 여름 노 대통령이 갑자기 "모든 권력을 (한나라당에) 넘겨줄 수 있다"며 '대연정론'을 내놓아 지지율을 절반 가까이 깨먹었지만 그 충격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난 뒤인 1년 전 지금의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무작정 거리로 나선 한나라당에 대해 여론은 날씨만큼이나 싸늘했고 그 과정에서 흔들릴 줄 모르던 박근혜 당시 대표의 지도력이 위협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새해는 유시민 의원의 입각에 대한 여당의 집단 반발과 서명운동 등으로 인한 당청갈등으로 시작됐다. 당청 간에 깊이 파인 골을 남겨둔 채로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김근태계와 정동영계는 이전투구를 벌였고 심지어 친노진영도 양 쪽으로 갈라져 줄을 섰다.

당청분리라는 이유로 이런 모습을 못 본 척 하던 청와대는 올 4월 노 대통령이 독도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며 모처럼 지지율이 30% 선을 돌파하자 "당이 대통령 발목을 붙잡는다"는 배부른 소리가 한때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5.31 지방선거 완패는 당의 무기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였다. 선거 막바지 "싹쓸이는 막아 주십시오"라는 구호와 함께 "우리를 찍지 않으려면 차라리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이라도 찍어달라"는 읍소가 나타나는 진풍경이 펼쳐졌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선거가 끝난 후 청와대는 "당청분리 아니냐. 원래 임기 중반에 벌어지는 선거라는 게 다 그렇다"며 당의 몰락을 강 건너 불 보듯 했고 이는 곧바로 치열한 당청 갈등으로 직결됐다.

김병준 전 부총리 파동 당시 섣부른 봉기를 꾀하던 김근태 당의장은 청와대에 불려 들어가 "앞으로는 질서 있게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머리를 숙였지만 이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노 대통령이 탈당카드를 꺼내 선상반란을 완전 진압했지만 그 때부터 여당과 청와대 지지율은 나란히 10%대 초반으로 떨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밑천 없는 집안의 싸움은 여전히 치열하고 이젠 당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다.

"한 사람의 당원으로 책임 있게 당의 진로 논의에 임하겠다"고 선언한 대통령은 더 이상 '당청분리'를 강조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빨리 나가라"는 여당 의원의 구박은 이젠 뉴스도 아니다.

이렇게 가면 공멸이라는 건 당과 청와대가 모두 알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양쪽 다 "내 말을 들어야 길이 보인다"고 버티고 있다.

'박극복래', 믿는 구석 있는 눈치지만…

정부 여당과 청와대가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지만 모두 한 가닥 믿는 구석은 있는 눈치다.

"일년 만에 이런 상황이 올지 누가 알았겠냐? 마찬가지로 내년 한 해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여권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별다른 근거나 로드맵은 내놓지도 못하는 이 같은 전망은 거의 종교적 낙관에 가까워 보이지만 하여튼 다들 이렇게 말한다.

철학박사 출신 신문기자로 성가를 높였던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18일 출입기자들과 송년 오찬 자리에서 '박극복래'(剝極復來)란 새해 화두를 내놓았다. 주역의 박괘(剝卦)와 복괘(復卦)가 조합된 이 말의 뜻인 즉, '군자가 소인배들에게 둘러싸여 의사소통이 단절돼 외롭지만 진실이 밝혀지고 그 군자는 다시 빛을 발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처장은 박극복래의 해석은 각자의 몫으로 돌렸지만 '군자'가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뻔해 보인다.

같은 날 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386 운동권 출신인 이광재 의원은 부산에 내려가 '최근 정치현황과 미래 한국을 위한 참여정부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국정상황실에서 보면 하루에 데모가 320개나 열린다, 무슨 일이 있으면 데모부터 하는 것부터 바꾸어야 한다"며 "단호한 정부를 만들어야만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군자인데 소인배들이 많아서, 또 데모가 많고 정부가 단호하지 못해서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이상, 내년인들 별 뾰족수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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