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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 반대, 의사들의 '기득권 투쟁'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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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 반대, 의사들의 '기득권 투쟁'은 아닌가

[편집국에서]영리병원에 대한 입장과 다른 의협의 이중적 태도

나는 스스로도 "그렇게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하는 흐름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밥그릇 싸움'이라고 본다. 특히 그 싸움을 주도하는 자들이 그 사회의 기득권층일 경우, 생존권이라기보다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피비린내 나는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10월 29일 보건복지부가 '원격진료'에 대한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대한의사협회가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 든 생각은 "의사들이 사양직업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서곡"이라는 것이었다.

원격진료가 옳은 정책이냐 아니냐는 판단은 쉽지 않다. 정부와 의료계가 벌이는 공방이 보여주듯 팽팽한 논리의 대결을 끝장낼 만한 결정적인 근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자본주의 체제를 거부하는 차원이 아니라면, 원격진료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은 기득권 투쟁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체제의 근본적인 논리에 따른 변화에 대해, 그 체제에서 지금까지 이익을 누려온 자들이 이번 기회에 체제 투쟁에 나서는 것도 아니면서, 자체의 논리가 관철된 정책에는 반발하는 것은 기득권의 도그마다.


▲ 대한의사협회는 개원의 이익닥체인가 공익단체인가. 국민의 이를을 내걸고 포괄수가제 반대, 의료선진화라는 이름의 영리병원에 대해서는 득실을 따져보겠다 신중한 입장, 원격진료에는 결사 반대 등 일관성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원격진료, 영리병원처럼 신중한 태도는 불가?

의료계는 의약분업 때처럼 이번에도 '국민'을 들고 나왔다. 의료계의 즉각적인 저항 분위기로 볼 때 의약분업 투쟁 때처럼,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환자들을 볼모로 하는 극한투쟁이 전개되는 사태가 우려된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원격진료 허용을 정부가 강행하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파업도 불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한 것은 국민을 위해서 반대한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입장이 야권과 시민단체에서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흔든다고 반대하는 영리병원 정책에 대해서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노환규 협회장은 "대한의사협회는 영리법인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면서 "영리법인 문제는 허용 또는 불허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형태로 만들 것인지 어떤 보완책을 얼마나 세밀히 만드느냐에 따라 국민건강과 의료계에 득이 될 수도 혹은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런 신중한 논리가 왜 원격진료 문제에 대해서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일까.

도처에 '명분 장사'하는 단체들

보수와 진보, 여야, 시민단체를 막론하고 그들이 몸담고 있는 체제라는 것은 기득권을 중심으로 하는 집합적 결과물이다.

이런 체제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날카롭고 설득력 있는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우리 모두 이 체제를 바꾸자고 외치는 '공자님 말씀' 같은 것을 대안이라고 제시하거나, 체제의 논리가 관철될 것이 뻔할 때 '독야청청' 식으로 반대하는 경우 나는 그들의 저의를 의심하는 편이다. 어떤 권력과 이득을 얻기 위한 명분으로 비판을 내세우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된다.

납세자를 위한다, 신용불량자를 위한다, 금융피해자를 위한다면서 단체 명칭도 공공기관으로 착각하게 만든 이른바 자칭 '시민단체'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나는 이런 단체들 중 일부는 정말 약자들을 위한 대책들을 마련하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을 하기보다 '명분 장사'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위기에 놓인 의사라는 직업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의료계의 이익단체들은 국민과 환자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기득권 투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 사회는 많은 인재들이 의사라는 직종에 몰려있고, 의사가 안정적이며 고소득 직종이라고 자식들이 의대에 가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미 (현재와 같은 사회적 지위와 역할의) 의사는 과잉공급 상태다.

많은 산업 영역에서 기계와 컴퓨터가 인간의 직접적인 손길을 대체하고 있는 추세이며, 의료계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니 앞으로 갈수록 과잉으로 분류될 의사들의 숫자는 급격하게 늘 것이다.

이미 지난 2008년에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의사가 사라진다>는 책에서는 예방의학, 자가진단 의료기기 산업의 발달로 사후진료와 치료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의료계의 대변혁이 올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얼마나 급격한 변화, 얼마나 대규모의 변화가 올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런 추세로 가리라는 예상은 대체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의료계가 원격진료의 오진 위험 등을 반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언제까지나 사후 진료와 치료 중심 의학에 머물러야 하나.

한의사는 '사양직종' 소리를 듣게된 지 꽤 된다. 손에 피묻히는 서양 의사보다 '점잖고 돈 많이 버는 전문직'으로 알려진 한의사가 각광을 받으면서 의대에 갈 충분한 실력이 되는 학생 특히 여학생들이 일부러 가던 한의대가 위기를 맞았다. 돈이 되는 보약장사만으로도 남부럽지 않았던 한의사들에게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위기가 닥쳤다. 주로 값비싼 보약인 '정력제'가 그만 '비아그라' 같은 값싼 정력제에 밀리기 시작하고, 학생들을 위한 각종 건강보조식품 홍수 속에 '총명탕' 같은 보약도 설 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의사들도 국민과 환자를 위한다면서 영리병원과 원격진료에 대해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한, 원격진료에 대한 투쟁도 그리 성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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