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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촛불시위 참가 대안학교 학생도 사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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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촛불시위 참가 대안학교 학생도 사찰했다"

커지는 '대안학교 사찰' 의혹…교사들 "이게 무슨 짓이냐"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고용노동부를 통해 광주·전남지역 대안학교 교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입수한 사실이 밝혀지며 '국정원에 의한 대안학교 사찰'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국정원이 지난 여름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시위에 참석한 서울 지역 대안학교 학생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추가 제기됐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대안학교 교직원들의 개인 정보를 사찰했다는 의혹(☞관련기사 보기)에 이어, 박근혜 정부 국정원 역시 미성년자인 대안학교 학생에 대해 정치적 이유의 사찰을 했다는 정황이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국정원이 시국선언을 발표한 한 대학 총장실에 전화를 걸어 대학생들의 동향을 파악한 일이 밝혀지기도 했다. (☞관련기사 보기)

"촛불시위 참여 언론 인터뷰 보고 고등학생 뒷조사 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대안학교 '공간민들레'의 현병호 공동대표는 30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올해 7월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촛불문화제에 우리 학교 학생 최 아무개 군(19)이 참여했다가 인터넷신문에 인터뷰를 했는데, 그걸 국정원에서 보고 학생 뒷조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현 대표는 "(국정원이) 서울시교육청에 압력을 넣어, 교육청 담당 장학사가 '공간민들레'에 현장 실사를 왔을 때 '국정원에서 압력이 들어왔다. 최 군에 대해 설명을 해 달라'고 해서 정황을 얘기했다"고 밝혔다.

현 대표는 "19세 학생이 우연히 인터뷰를 한 것을 가지고, 그런 사소한 일에까지 국정원이 뒷조사를 하면서 대안학교 현장까지 조사한다는 게 어이가 없고 황당했다"면서 "이런 정황을 봤을 때, 광주·전남 지역 뿐 아니라 진보단체나 다른 교육현장 상당수도 사찰 대상이 되고 있지 않을까 짐작된다"고 주장했다.

'공간민들레'의 한 교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장학사가 온 일은 교육청이 매년 하는 대안학교 대상 프로그램 비용 지원 공모에 따른 현장 실사 때문"이라며 장학사가 최 군에 대해 캐묻기 위해 학교를 방문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면서도 '장학사가 최 군에 대해 질문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학교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장학사로부터 이같은 질문을 받은 이후 학교 측이 정황을 파악해 보니 '국정원에서 조사하고 있는 고등학생 2명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이 최 군이며, 국정원과 교육청은 최 군을 촛불집회를 선동하고 주도하는 학생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학교 관계자는 "국정원이 '사찰'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저희는 학생 데이터를 교육청에 보고할 의무가 없어 저희한테 직접 묻지 않는 이상 (학생을) 사찰하기는 어려운데, 저희에게 (국정원이) 물은 것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 대표가 장학사를 만나는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찰'이란 건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대안학교 실사를 담당했던 장학사가 현재 시교육청을 떠나 산하 지청에서 근무하고 있어 교육청 입장에서 당시 일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이 대안학교 학생을 조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얘기는 없었다. 못 봤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그 학교는 작년도 올해도 교육청 예산 지원을 받았다. (학교 현장실사) 이후에 예산이 또 나갔다. 예산을 안 주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며 교육청이 해당 학교에 불이익을 준 사실은 전혀 없다고 했다.

국정원 대변인은 이날 오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촛불시위에 참여한 고등학생을 국정원이 조사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조사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국정원 측은 "(만약 했다 해도) 조사는 다 법원의 영장을 받아서 하게 돼 있다. 우리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판사가 '하라'고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사찰당했다' 지목된 대안학교 측 격분 "상은 못 줄망정…"

이날 현 대표의 국회 기자회견은 앞서 제기된 '국정원의 대안학교 교직원 사찰 의혹'에 대해 해당 학교 측과 대안교육 관련 단체들이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고용노동부가 국정원에 교직원 개인정보를 제출한 3개 대안학교 가운데 '늦봄문익환학교'와 '지혜학교'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국정원을 비판했다.

이들 학교는 "불법 대선개입 의혹과 민간인 불법 사찰 등으로 국민적 불신임을 받고 있는 국정원이 또 하나의 불법 행위를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며 "합당한 진상조사와 성의 있는 해명, 그리고 진심이 담긴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장종택 지혜학교 교장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식당에서 일하는 주방 선생님의 일거수일투족까지 국정원에서 뒷조사했다는 소리를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이미 민주화 운동을 통해 이런 일들이 이미 일소된 줄 알았는데 작년에 벌어졌다는 데 대해 현실감이 없었다"고 했다. 장 교장은 "저희(학교) 선생님들은 이 사실을 전해 듣고 도대체 어찌 이런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지 망연자실, 당혹해하고 있다"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대안교육 단체인 '대안교육연대'와 '대안교육부모연대'도 공동 성명서를 냈다. 이들 단체는 "이성을 잃지 않은 다음에야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그것도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운영된 국가기관에서 그런 짓을 했다니 심한 배신감을 느끼며 불같은 화가 치민다"고 격분을 숨기지 않았다.

이들은 "우리들은 경쟁·입시교육으로 힘겨워하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청소년기를 되돌려주고, 인류 보편 가치인 생명·평화·공동체를 되살리는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라기를 바라는 오로지 그 한 마음에, 불편하고 힘든 근무 환경에도 상관치 않고 온 삶을 바치며 살아가는 이들"이라며 "상을 줘도 시원찮을 판에 감시하고 사찰을 하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냐"고 꼬집었다.

이들은 "범죄혐의가 없는 대안학교 교사에 대해 국정원이 불법사찰을 한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고, 국정원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난 불법 행위"라며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무슨 목적으로 신상정보를 파악했는지 분명히 밝히길 바란다"고 국정원에 촉구했다. 고용노동부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요구하면 모든 국민의 신상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역할인가"라며 "노동부는 전국 대안학교에 대해 얼마만큼의 자료를 국정원에 제공했는지 명백히 밝히고, 국가기관으로서 상식이하의 행위를 한 것에 대해 당장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하나 "국정원이 노동부 자료제출 막아…국감 방해" vs 국정원 "사실무근"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국정원의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에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이 활용되고 그 곳에 있는 국민 개개인의 모든 정보가 국정원에게 제공되고 있는 것"이라고 재차 의혹을 제기하며 "국정원이 내란이나 외환, 국가보안법상 수사가 아닌 이상 국민을 사찰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번 공문을 보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를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는데, 누가 어떤 (식으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국정원의 '수사일 뿐'이라는 주장을 재반박했다.

장 의원은 또 "국정원이 노동부에, 제가 법에 따라 요구한 자료제출을 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이것을 이유로 노동부가 서류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국정감사 방해 행위"라며 "국정원은 국정감사를 방해할 어떤 권한도 근거도 없으며, 하물며 대외비 문서도 아닌 일반문서를 다른 정부 부처에 제출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명백히 월권이자 직권남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정원이 노동부의 국감 자료 제출을 막았다'는 장 의원의 주장에 대해 국정원 대변인은 "그건 전혀 말이 안 된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대변인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된 이후 국정원과 노동부 사이에 현안 관련 의견 조율을 위한 대화가 없었는지를 묻자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며 답하지 않았다.

앞서 장 의원은 지난 28일 고용노동부와 국정원이 주고받은 공문을 국정감사 자료로 입수해, 국정원이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수 차례에 걸쳐 고용노동부 산하 광주지방노동청에 대안학교 등 4개 민간단체 직원들의 고용보험 관련 개인정보를 요구해 받아낸 사실을 밝혀내며 사찰 의혹을 제기했었다. 국정원 측은 이에 대해 ""대공 수사의 일환으로 정식 법적 절차를 밟아 공문으로 요구한 것이다. 이를 사찰로 몰고 가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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