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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모크러시가 아니라 클러지오크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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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모크러시가 아니라 클러지오크러시"

크루그먼 "이념 대결로 좋은 정책도 엉망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최대 업적이 될 국민건강보험개혁법안이 지난 10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는 것인지 미국인들도 잘 모를 만큼 복잡하다. 전국적인 시행이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공화당이 '오바마케어'라고 이름붙여 공격해온 건강보험개혁 법안은 미국 인구의 15%인 4800만 명의 보험 미가입자에게 의료보험의 혜택을 확대하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미국의 50개 주 중 무려 36개 주가 국민건강보험 정책 시행을 거부하면서 위헌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또 시행에 들어가자마자 신청 웹사이트가 빈번하게 작동이 멈추는 소동을 빚어 이 정책을 극렬히 반대해온 공화당으로부터 "준비가 제대로 될 때까지 시행을 무기한 연기하라"는 공격을 받기도 했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국민건강보험개혁법안이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없는 것보다 낫지만 엉망인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왜 그렇게 됐을까. 사진은 건강보험개혁안을 '오바마케어'라면서 극렬히 반대한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마주한 오바마. ⓒAP=연합뉴스

시행되자마자 사이트가 마비된 속사정

28일(현지시간) 미국 보건복지부는 "오류를 바로 잡아 이제는 사이트가 정상 가동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이트 마비 사태 자체가 그만큼 이 정책이 복잡하게 꼬여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건강보험 신청자를 받는 당국이 원래 주 정부여야하지만, 반대하는 주정부들이 많아 연방정부가 직접 신청을 받느라고 신청자가 폭주한 탓이다.

이에 대해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오바마의 국민건강보험개혁안은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이데올로기에 의해 나쁘게 변질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kludge(엉망이 된 정책)'라는 단어와 'kludgeocrocy'라는 조어까지 동원해 미국의 정치적 이념 대결을 비판했다. '클러지오크러시'는 스티븐 텔즈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이념 대결로 엉망이 된 미국의 정치를 비판적으로 표현한 조어다.

국민건강보험은 이론적으로 정부가 보험사 역할을 하고, 시민권자면 자동적으로 피보험자격이 부여되면 그만이다. 하지만 '오바마케어'는 공화당의 반대가 심해 복잡하게 설계됐다.

피보험자가 민간보험사들과 보험상품을 선택하고, 정부의 보조금이 소득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온갖 개인정보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오바마가 하는 정책은 나쁜 것?

미국에서 국민건강보험개혁안이 얼마나 이념 대결의 상징이 된 정책인지는 세계를 긴장시킨 미국의 연방정부 폐쇄와 국가부도 위기가 바로 이 정책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극한 대립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공화당은 이 정책을 '오바마케어'라고 이름을 붙이고 "망국의 정책"이라고 몰아부쳤다.

그 결과 공화당이 '오바마케어'에 대한 공격이 집중된 지난 9월말 <CNBC>방송의 '오바마케어'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거의 절반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케어'의 정식 명칭인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에 대한 반대는 37%로 큰 차이가 났다.

'오바마케어'를 반대하는 이유로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국민건강보험개혁안'은 필요한 정책이라는 모순된 답변을 하기도 했다.

이런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크루그먼 교수는 "보험업계와 직장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이 새로운 제도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사각지대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게 해주는 정책이 반대에 부딛친 것은 기득권 이상의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국민을 직접 지원하는 것을 혐오하는 이념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시행 초기부터 혼란을 빚었다고 해서 초당적인 지지를 받게 될 때까지 건강보험제도 시행을 연기하자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면서 "어설프게 만들어진 정책이지만 제대로 가동이 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일단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면 미국은 보다 나은 곳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크루그먼 교수는 "정부는 항상 나쁘다는 이념에 사로잡힌 사회는 나쁜 정부를 갖게 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이런 이념 자체를 떨쳐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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