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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물가 잡겠다는 할당관세, 또 재벌 배만 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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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물가 잡겠다는 할당관세, 또 재벌 배만 불려

지난해 국감 지적에도 '그대로'…작년 한 해만 6800억 특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물가 인하 효과도 없이 재벌 기업에 감세 혜택만 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할당관세제도가 전혀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 동안에 재벌 대기업 등에 6800억 원의 세금을 깎아 주는 등 1조 원이 넘는 세수 결손을 보고도 정작 물가 안정 효과는 미미했다는 것이다.

할당관세란 물가나 수입량 조절을 위해 국회가 일정 범위 내에서 관세율 설정 권한을 정부에 위임하는 제도로, 대개 관세를 인하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운용된다. 예컨대 지난해 할당관세율이 0%인 돼지고기, LPG, 사료용 옥수수 등은 관세를 아예 면제해 준다는 뜻이 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홍종학 의원이 27일 입수·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할당관세로 인한 세수 감소분은 2012년 한 해 동안 1조169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 추정치는 기획재정부가 제공한 것이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할당관헤로 본 세수 혜택. (단위 : 억 원) ⓒ홍종학 의원실

할당관세를 적용받는 전체 기업의 수입액 가운데 상호출자제한 적용을 받는 재벌 대기업의 수입액이 차지한 비중은 58.7%, 이를 토대로 홍 의원실은 지난 한 해 동안 대기업 집단이 6862억 원가량의 세수 특혜를 봤다고 추정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할당관세 혜택을 받는 기업 전체 가운데 지난해 기준 2.9%에 지나지 않는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5년 동안으로 보면 할당관세 제도로 인한 총 세수 감소분은 6조6090억 원(기획재정부 추정)이며, 이 가운데 재벌 대기업은 3조8094억 원의 세수 혜택(홍종학 의원실 추정)을 봤다. 이는 5년 간 전체 세수 감소분 추정치의 57.6%다.

홍 의원은 "할당관세 혜택이 재벌기업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이라며 "할당관세가 재벌기업에게 세금을 덜 받는 '숨겨진 줄푸세 전략'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취지의 지적을 했지만 전혀 개선 효과가 없었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물가 감소 효과는?

홍 의원은 "문제는 일부 수출입업자들이 관세가 인하되는 만큼의 추가 이익을 취하고 있어 물가 안정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벌 대기업에 세금을 깎아 주더라도 서민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면 감내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물가 인하 효과가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보여주는 품목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치즈다. 홍 의원이 입수한 통계청 자료를 보면, 기준인 2008년을 100으로 놓았을 때 치즈(모차렐라·체다치즈)의 수입물가지수(IPI)는 2008년 100에서 2013년 83.06으로 하락했으나 소비자 및 생산자물가지수는 오히려 올랐다. 2013년 1~8월 중 치즈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23.54,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10.07이었다.

모차렐라 치즈의 할당관세율은 지난해 36%에서 0%로 인하됐다. 관세가 면제됐다는 얘기다. 물론 수입물가와 생산·소비물가 지수의 차이는 유통구조 외에도 환율 등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결과이나 홍 의원이 '일부 수출입업자들이 추가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인 것도 맞다.

대표적인 민생 품목인 도시가스, 즉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도 수입물가지수의 상승 폭보다 생산·소비물가 지수의 상승 폭이 더욱 가팔랐다. 역시 2008년을 기준(100)으로 했을 때, 2013년 8월 현재 수입물가지수는 100에서 103.36으로 약간 상승한 반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37.23으로 크게 올랐고 생산자물가지수는 159.24로 무려 1.6배 가까이 올랐다.

▲LNG, LPG 물가 변동 추이. (자료 : 한국은행, 2008=100) ⓒ홍종학 의원실

LNG는 중소기업이 섣불리 취급하겠다고 끼어들기 어려운 품목이다. 홍 의원은 "LNG, LPG 가스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수입량을 장악하고 있다"며 "유통 마진을 생산기업들이 수취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관세율 인하 효과가 물가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함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LPG 가스의 할당관세율을 3%에서 0%로, LNG 가스를 3%에서 2%로 인하했었다.

홍 의원은 "할당관세율 적용 비율을 대폭 늘렸던 2010년~2013년 8월에도 물가안정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2008년에 비하여 증가하고 있다"며 "수입물가 상승은 수입 원자재 가격의 변동으로 어쩔 수 없는 요인이라 하더라도, 수입원자재 가격과 실제 판매가격(소비자·생산자물가)과의 마진 차이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기재부, 국회 계속 지적해도 보고 안해…품목관리 엄격히 해야"

할당관세 제도의 물가 안정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은 정부 용역 자료에서도 발견된다. 기획재정부가 박형래 강릉원주대 교수에게 의뢰해 지난해 작성된 자료인 <할당관세제도 효과 제고>에 따르면, 박 교수는 "원료나 중간재에 대한 관세를 감소시킨다 하더라도, 최종재의 가격에 대한 직접적인 가격하락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특히 "시장 구조가 독과점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할당관세의 물가반영효과에 제한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 홍종학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지난 2008년부터 2013년 8월까지 할당관세를 적용받은 품목의 수입량과 수입액을 홍 의원실이 추적해 보니, 전체 수입량 4억9334만 톤 가운데 재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8.4%, 액수는 전체 3333억7700만 달러 가운데 62.4%였다. 할당관세 혜택을 본 전체 기업 가운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수는 5년 동안 전체의 3.4%에 불과했다.

홍 의원은 "기획재정부에서는 물가안정 등 할당관세 효과에 대한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할당관세 효과를 평가하라는 국회의 지속적인 지적에도, 할당관세 적용 후 물가 안정 등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국회에 보고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할당관세로 일한 물가 안정 효과가 낮은 이상, 이 제도가 재벌에 대한 '퍼주기 세제'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 통계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며 "할당관세에 대해 엄격하게 품목관리를 해야 하고, 국회의 통제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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