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직권이동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직권이동

[한윤수의 '오랑캐꽃']<232>

공무원에겐 직권(職權)이란 게 있다.
그야말로 직무상의 권한이다.
공무원의 권위는 바로 이 직권에서 나온다.

직권은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지나쳐도 안 되지만, 너무 적게 사용해도 안 된다.
지나치면 직권 남용이요, 너무 적게 사용하면 복지부동으로 오해받기 쉽다.

오늘 얘기는 무지하게 적게 사용하는 쪽 얘기다.

직권 사용을 꺼리는 공무원들이 있다.
왜?
혹시 나중에라도 책임 질 일이 생길까봐 지레 몸을 사리는 건 아닐까?
아마 대개는 그럴 것 같다.

티라랏(가명)이란 태국인이 찾아왔다.
넉 달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단다.
사장님은 내일 줄 게, 모레 줄 게 하면서 물경 120일을 미뤄왔다.
고향에선 돈 부치라고 아우성이지만, 부치기는커녕 당장 먹고 죽을 돈도 없다.

이럴 경우 무조건 직장을 옮겨야 한다.
그래야 단돈 몇 푼이라도 만질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사장님은 사인을 안 해준다.

사장님이 사인을 안 해주면 옮기는 방법은 딱 두 가지 밖에 없다.
1. 직권 이동
2. 진정 또는 고소.
하지만 2번은 곤란하다. 힘없는 외국인 노동자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진정하거나 고소하면 뭐가 될 것 같나?
배신자?
그 정도가 아니다.
안 죽으면 다행이다.

결국 직권 이동 밖에 없다.
S고용지원센터 외국인력팀을 찾아갔다.
담당공무원은 00캐스팅이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회사라는 것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권 이동은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임금 체불로 인한 직권 이동은 전례가 없습니다."
"예?"
기가 막히다.
지금은 타 지역으로 전출 간 S팀장이 외국인력팀에 있을 때는 직권으로 이동시켜준 적이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왜 옛날에 되던 게 지금은 안 됩니까?"
"어? 내 기억으론 한 번도 없는데."
그건 그렇다. 아마 그 사람 기억이 맞을 것이다. 왜냐하면 S팀장이 근무할 당시 그 사람은 없었으니까. 지금 외국인력팀에 근무하는 인원은 전부 새로 온 이들뿐이다.
짐짓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죠?"
"근로감독과에 진정하거나 고소해야죠 뭐."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 사장님을 고소하면, 고소한 노동자 꼴이 뭐가 되나? 매일 매시간 사장님 얼굴을 맞대면하는 상황에서 그 고소사건이 끝나는 날까지, 최소한 한 달 이상을, 배신자 아니면 철면피 취급을 당하며 손가락질을 받고 욕을 먹어도 좋단 말인가?
지옥이 따로 없다.
이게 지옥이지 지옥이 별 건가?
이래서 직권 이동이 반드시 필요한 건데!

노동부 높은 사람들에게 건의한다.

직권 이동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다.
폭행이나 성폭행을 당하면 수치심에 그 회사 못 다닌다.
또한 임금이 상습적으로 체불되면 그 회사도 못 다닌다.
돈 벌러 왔는데 돈도 안 주는 회사를 어찌 참고 다니라고 할 것인가?

이런 경우는 꼭 직권으로 이동시켜주기 바란다.
혹시 일선 기관에서 몰라서 그랬다면 개선해주기 바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