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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잘나가던 팬택, 왜 이렇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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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그 잘나가던 팬택, 왜 이렇게 됐나?

대기업들에 눌려 생사의 기로에 몰린 팬택계열

팬택, 팬택앤큐리텔 등 팬택계열은 지난 1991년 박병엽 현 부회장이 자기 집 전세금을 빼내 마련한 자본금 4000만 원으로 설립한 무선호출기(삐삐) 전문업체로 출발했다. 그 후 팬택계열은 설립 14년 만에 매출액이 4조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해 대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와 더불어 국내 휴대폰 시장의 빅3 위치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처럼 잘 나가던 팬택계열이 최근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팬택계열은 누적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 채권단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요청했고, 은행들을 비롯한 주요 채권자들은 팬택계열에 워크아웃 절차를 적용하는 데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워크아웃이 최종 결정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 상 채권자들 전부가 동의해야 하지만 일부 소규모 채권자들은 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실제로 팬택계열의 워크아웃이 개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크아웃이 성사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팬택계열은 부도사태를 맞고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

벤처신화를 꼽을 때 항상 제1순위로 거론될 정도로 잘 나가던 팬택계열이 현재의 위기를 맞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또한 현재 추진되고 있는 팬택계열에 대한 워크아웃의 성사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볼 수 있을까?

팬택의 글로벌 도전,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나?

팬택계열의 위기는 세계 휴대폰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면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택계열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 주력하다가 2년 전부터 독자 브랜드로 세계 휴대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여러가지 작업을 진행했다.

팬택계열은 2003년에 처음으로 '팬택' 제품을 대만에서 출시했다. 그 뒤 미국과 중국에도 독자 브랜드를 단 제품을 내놨다. 브라질이나 멕시코 등 남미 지역에도 현지법인을 세웠고, 올해 중반에는 칠레와 캐나다에 '팬택' 이름을 단 휴대폰을 출시했다.
▲ ⓒ 팬택

지난해 12월에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레텍을 인수했다. SK텔레텍은 국내에서 고급 브랜드로 통하는 '스카이' 휴대폰을 생산하는 업체다. 팬택계열은 SK텔레텍 인수를 통해 마케팅과 디자인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었다. 이는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팬택계열의 사전포석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팬택계열은 이 과정에서 모두 4000억 원의 돈을 쏟아부었다. 재벌급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으로서는 매우 큰 규모를 투자한 셈이다. 이는 팬택계열로서는 사활을 건 투자였고, 주위에서는 이를 '공격적 경영'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팬택계열의 이같은 도전은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세계적 기업들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팬택계열이 어깨를 견주려고 했던 세계적 기업들은 규모 면에서 팬택계열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휴대폰 생산 1위 업체인 노키아는 지난해 2억5000만 대를 시장에 내놨다. 업계 2위인 모토로라는 1억5000만 대, 삼성전자도 1억1000만 대를 지난해 출시했다.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전자 등 빅3 기업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다른 기업들도 연간 1600만 대를 파는 수준인 팬택계열에게 버거운 상대이긴 마찬가지였다. 업계 4위인 소니에릭슨은 연간 5100만 대의 휴대폰을 생산하고 있었고, LG전자도 5000만 대 이상을 시장에 꾸준히 내놓고 있었다.

특히 이들 대기업들이 최근 몇 년 새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대대적인 저가공세를 폄에 따라 그동안 낮은 가격을 무기로 시장공략에 나서던 팬택계열은 더욱 설움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거대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세계 휴대폰 시장의 경쟁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는 점 외에 팬택계열을 위기로 몰아넣은 또다른 원인들도 있다.

올해 들어 계속된 환율하락은 팬택계열의 수출경쟁력에 치명상을 입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기하락에 따른 내수침체도 팬택계열에는 악재였다. 이로 인해 기대했던 SK텔레텍 인수의 효과도 반감됐다.

또한 지난 7월에 중규모 휴대폰 제조업체인 VK가 부도를 낸 이후 금융권이 팬택계열에 대한 여신관리를 엄격히 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일부 시중은행들은 팬택계열을 '위험 상태의 기업'으로 간주하고, 만기가 돌아온 대출의 연장을 거부하는 등의 방법으로 약 2000억 원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팬택계열에 대한 채권단의 총 채권 규모는 1조4753억 원이다. 이 중 산업은행이 1706억 원, 우리은행이 1126억 원 등 은행권이 6428억 원을 갖고 있고, 제2금융권은 164억 원 규모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팬택계열이 발행한 기업어음(CP)과 회사채는 각각 1606억 원과 6555억 원에 달한다.

워크아웃의 성사 가능성은?

일단 산업은행 등 12개 채권금융기관들이 11일 팬택계열에 대한 워크아웃을 추진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향후 워크아웃의 진행과 팬택계열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11일 전체 채권단을 상대로 서면동의서를 보냈다. 지난해를 끝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만료돼 이번 워크아웃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채권단의 100%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실시 여부는 오는 15일 전후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팬택 측은 이와 관련해 "12개 채권은행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워크아웃에 대한 구두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컨설팅회사인 리만브라더스도 팬택의 워크아웃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의견을 채권단에 제출했다는 점도 워크아웃 성사 전망을 높이고 있다.

이밖에 채권단이 확보해 놓은 담보 물량이 적다는 것도 워크아웃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워크아웃이 되지 않고 팬택계열이 그대로 부도를 맞을 경우 담보를 확보하지 못한 채권자들은 그만큼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이 확보한 담보는 1000억 원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워크아웃 성사를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 채권단 전부가 팬택계열의 워크아웃에 동의할지 여부는 역시 뚜껑을 열어봐야 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융권 여신을 제외하고 팬택계열이 발행한 CP와 회사채를 보유한 제2금융권 채권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팬택계열의 기업어음 및 회사채 발행잔액은 각각 1606억 원과 6555억 원이다.

"워크아웃의 성사 여부에 따라 여럿 죽거나 산다"

채권단 전부가 워크아웃에 동의한다면, 가장 먼저 채권단은 팬택계열의 자금사정을 살피기 위해 자금관리단을 파견하게 된다. 그 뒤 외부 실사기관을 정해 팬택계열의 정확한 부실 정도를 판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채권단이 구조조정안을 마련한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구조조정안을 팬택 계열과 협의한 뒤 경영개선약정(MOU)을 체결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워크아웃이 최종 결정될 때까지 금융기관들의 채권행사는 동결되고, 워크아웃이 결정된 이후 추가로 두 달 동안 채권상환이 유예된다. 그동안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라는 것이다.

대주주인 박병엽 부회장의 경영권 유지 여부도 관심사다. 박 부회장의 경영권 유지 여부는 앞으로 채권단과 팬택계열 간에 체결될 경영개선약정의 내용에 따라 결정되지만, 채권단 측은 일단 박 부회장의 경영권을 유지시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으로서는 팬택계열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박 부회장의 영업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 본인은 채권단이 경영권을 내놓으라고 하면 흔쾌하게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약 워크아웃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는 팬택계열은 독자생존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팬택계열이 더욱 심각한 자금난을 겪게 되면서 최악의 경우 부도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도를 맞게 되면 팬택계열은 법정관리 등 법원이 주관하는 회생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럴 경우 팬택계열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협력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팬택계열의 워크아웃 성사 여부와 관련해 팬택계열의 회생을 국가경제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팬택계열은 현재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6~7위를 오가면서 전 세계 30여개 국에 연간 약 1600만 대의 이동통신 단말기를 팔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체 이동통신 단말기 수출의 8%를 차지하는 규모다. 내수시장에서도 팬택계열의 상품이 20~2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단 팬택계열을 버리지 말고 회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팬택계열이 부도를 맞을 경우 휴대폰 제조 관련업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박병엽 부회장은 11일 사내 게시판에 쓴 'CEO메시지'에서 "작은 기업에서부터 커 오면서 갖게 된 근성과 '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꾸며 오늘날의 팬택계열을 만들었다"면서 "경영진은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일터에서 죽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업무에 임할 것"이라고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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