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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유엔에 "이라크문제 도와달라"

미 의회 보고서 "내년 이후 현 미군 규모 유지 불가능"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이라크에 다국적군 파견을 위해 유엔 안보리와 협상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미 언론들이 3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2일 오후(현지시간)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의 회동에서 이같이 결정했다면서 이번 결정은, 현재 이라크주둔 미군 병력이 적정하다는 미 국방부측의 주장과는 달리, 미군 병력이 광범위한 지역에 지나치게 엷게 배치돼 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이며 나아가 이라크전쟁 종결 이후 중대한 정책전환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번 결정에 따라 파월 장관이 다국적군 파견의 근거가 될 안보리 결의 채택을 위해 안보리 이사국들과 협상을 벌일 것이라며 이는 지난 수개월간 이라크문제와 관련해 유엔에 의미있는 정치ㆍ군사적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강력하게 거부해 왔던 미 정책의 중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가 작성한 안보리 결의 초안은 이번 주말께 안보리 이사국들에게 전달될 예정인데 이라크전쟁을 반대했던 프랑스, 독일 등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현재 인도 터키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이 이라크에 군 병력을 보낼 의향을 보이고 있으나 이들 국가들도 다국적군의 근거가 될 새 안보리 결의가 채택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라크에는 미군 15만명 외에 2만1천명의 외국군 병력이 파견돼 있으며 이 가운데 1만1천명은 영국군이다.

한편 미 의회예산국(CBO)은 2일 이라크 주둔 병력에 관한 새 보고서를 통해 미 육군은 장기적으로 현재의 주둔 병력 규모를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평가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 보고서는 미군이 이라크 주둔 1년후 병력을 교체한다는 현재의 방침을 고수할 경우 2004년 이후 이라크에 투입될 수 있는 적정 병력 규모는 6만7천-10만6천명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 이상의 병력이 이라크에 투입될 경우 세계 다른 지역에서의 미군 작전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어 미군이 현재의 병력 수준을 유지하려면 예비역 병력을 동원하거나 외국 군대의 도웅을 받거나, 아니면 수백억 달러를 투입해 수년에 걸쳐 신규 병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상당한 도움이 없을 경우 미군은 이라크 주둔의 압력 때문에 파탄지경에 이를 가능성을 미 정부기구가 공식적으로 지적한 것은 이 보고서가 처음이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의 한 고위관리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피해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북핵 위기의 고조 등으로 한반도 등에 새로운 군사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국적군의 필요성은 "최근 수주간 너무도 명백해졌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편 브루킹스연구소의 군사전문가 마이클 오핸론은 "이 보고서는 우리가 동맹국으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는다 해도 현재의 이라크 주둔 병력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임을 보여준다"면서 "유일한 희망은 1,2년내에 치안 임무 전체를 이라크인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인데 이것도 가능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의 안보팀은 현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의 대부분을 1년반-2년 안에 본국으로 송환하고 그 이후에는 코소보, 보스니아 등에서와 같이 유엔이 주도적 역할을 맡는 평화유지 작전으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으나 이같은 계획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한편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 부장관은 지난 주 유엔 깃발 아래 미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다국적군 구성을 검토 중임을 밝힌 바 있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형식이다.

이처럼 안보리 결의에 의한 다국적군 파견, 즉 '이라크문제의 국제화'에 대해 미 국무부 및 국방부의 현역 군인들은 찬성하고 있는 반면 럼스펠드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내 민간관리들은 유엔에 보다 큰 역할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이 신문은 미 정부의 고위 관리의 말을 빌어 합참 부의장인 피터 페이스 장군이 최근 정부의 핵심관리들을 상대로 유엔 결의를 지지해 달라는 로비활동을 시작했다면서 합참은 "이 문제에 대해 전보다 훨씬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국방부 관리는 이라크지역을 관장하고 있는 미 중부군의 존 아비자이드 사령관과 존 마이어스 합참의장이 "새 유엔 결의를 비롯한 (이라크문제의) 국제화 노력에 강력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미 군부는 국제화의 방안 모색에 집중하고 있으며 만일 새 안보리 결의가 도움이 된다면 군부는 전적으로 이를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그러나 전후 평화유지 노력의 국제화를 위한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미군이 지휘권을 가져야 하는 것이 그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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