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생활의 질(生活質量)**
방 중간에 커튼을 쳐 놓아서 밤에 펼치면 두 칸으로 변했다. 장모는 문 쪽에 있는 작은 침대에서 우리와 발을 마주 뻗고 잤다. 처음엔 나는 죽고 싶을 정도로 창피해서 잠도 잘 오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고 나니 습관이 되었다. 사람이 잠을 안 잘 수야 없지 않나? 일파가 만 한달이 되기 전에는 밤에는 모두들 일파한테 매달리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몇 달이 흐르자 밤에도 좀 안정이 되었다.
한번은 밤중에 마음이 동해서 동류를 슬쩍 건드려 보았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문 쪽을 가리키자 나도 그만두었다. 그 다음날 그녀에게 말했다.
“어젯밤에는 불러도 다가오지 않더라. 나더러 애걸이라도 하라는 거야?”
“나는 농담인 줄 알았어요.”
“그러면 나더러 신청서라도 써내라는 거야?”
“그러면 오늘 밤에 다시 불러 봐요.”
밤이 되어 불을 끄자, 그녀가 먼저 내 몸을 만지며 껴안아달라고 했다. 나는 잠시 껴안고 있다가 귓속말로 말했다.
“배가 고픈데 만두를 눈앞에 놓아두고 먹지 말라고 하면, 그 마음이 견딜 만할지 어떨지 말해봐.”
“당신이 바로 내 만두예요. 누가 우리더러 이렇게 살라고 시키기라도 했나요! 그만 자요.”
조금 있다가 그녀는 잠이 들었지만 나는 계속 잠이 오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작은 벌레가 물어뜯는 것만 같았다. 그 작은 벌레의 혀와 손톱의 모양까지 상상할 수 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겉옷을 걸치고 앉아 있었다. 달빛이 들어와 창틀의 네모난 그림자를 바닥에 드리웠다. 나는 고개를 들어 달을 봤다. 한참 보고 있으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유혹이 느껴졌다. 애써 참으며 나 자신을 잊어버리려 했다. 조금 참고 있다가 그것이 어떤 종류의 바람인지 다시 자세히 그 실체를 느껴보려니, 있는 듯 없는 듯, 붕 떠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내가 털어버리려 하면 그것은 도리어 나에게 헤엄쳐 왔다. 내가 붙잡으려 하면 또 다시 더 멀리 달아났다. 나는 손을 내밀어 동류의 몸 위에 갖다대었다. 그녀가 깨면서 말했다.
“왜 이래요?”
“아무 것도 아니야. 당신 어머니 잠드셨어.”
이렇게 말하며 살살 기어가서 커튼에 바짝 귀를 갖다대고 소리를 들어보았다. 다시 커튼을 젖히고 살펴보고 나서야 다시 기어서 돌아와 말했다.
“정말 잠드셨어. 이리 와.”
동류가 잠시 반항하더니 금세 말했다.
“당신 맘대로.”
내가 막 시작했을 때 문 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나는 몸이 갑자기 움츠려 들면서 얼른 다른 쪽으로 굴렀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저쪽에서는 잠시 꾸물거리더니 장모님이 혼잣말을 했다.
“화장실 다녀와야지.”
문을 열면서 다시 문가에서 말했다.
“바람 좀 쐬고 와야지.”
그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내 체면이 완전히 구겨져 진흙탕 속에 처박히고 말았어.”
정말 도망갈 구멍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동류가 말했다.
“우선 그 문제는 말하지 말고, 하고 싶으면 빨리 해요. 끝난 다음에 가서 엄마 불러올게요. 밤엔 밖이 춥단 말이에요.”
“이러고도 할 수 있다면 내가 개새끼지!”
“그러면 날 탓하지 말아요.”
그리고는 곧바로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가서 엄마 불러올게요.”
동류는 옷을 걸치고 나갔다. 창문을 통해서 아래를 내다봤더니 계단에 앉아 있는 장모의 어두운 뒷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나는 동틀 무렵에야 겨우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정말이지 장모님 쪽으로 눈길 한 번 줄 수 없었다. 장모님은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에게 가서 분유 타 와라, 기저귀 빨아라, 하고 시켰다. 나는 장모님의 속내를 알아차렸다. 나를 안심시키려는 것이다. 일개 농촌 아낙이 이렇게 마음씀씀이가 섬세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생각할수록 더 부끄러워졌다. 장모님은 총명한 사람이다. 총명한 사람은 뭐든지 다 이해한다.
밤에 내가 안 선생 댁에서 바둑을 두고 돌아오니 벌써 열한 시가 넘었는데도 장모님은 그때까지 자지 않고 침대 가에 앉아서 일파에게 흥얼흥얼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었다.
“아직 안 주무세요?”
“나이가 많아지면 잠이 적어져.”
그리고 말했다.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지 모르겠네.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올까 하네. 한참 있다 돌아올게.”
장모님이 나가시기에 내가 돌아오시라고 부르려고 하는데, 동류가 나를 끌어당겼다. 내가 말했다.
“내 체면은 이미 다 구겨져버렸어. 당신, 당신 어머니한테 무슨 얘기했어?”
“우리 엄마인데 상관 없잖아요. 또 엄마가 무슨 일인들 모르고 있겠어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이 일은 이미 다른 사람들한테도 알려졌을 거야. 내 이놈의 낯가죽을 벗겨서 길거리에다 갖다 붙여놓아야지. 그것도 성병치료 광고지 옆에다 같이 붙여놓아야겠어.”
“사실은 남들도 다 알고 있어요. 내가 엄마한테 얘기해서가 아니고 엄마가 먼저 나한테 얘기해줬어요.”
“아예 나를 발가벗겨 거리로 나가라고 하지. 어쨌든 사람만 제외하고는 돼지든 개든 모두 다 발가벗었으니까. 인간이 제기랄, 이러고도 인간이라고. 무슨 일을 하든 어느 정도 기분도 생각해야지.”
“어렵사리 만들어 낸 기회인데, 시간 아껴요.”
그 뒤 일어난 일은 정말이지 창피해서 머리를 들이박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안 되었다. 어떻게 해도 안 되었다. 동류는 나를 위로하며 말했다.
“우연이에요. 상관없어요. 다음에 다시 해봐요.”
“빨리 가서 장모님더러 돌아오시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하지도 않은 짓도 한 것으로 돼버리잖아.”
그 후 다시 기회를 찾아 몇 번 더 시도해봤지만, 갈수록 더 수치스런 꼴만 보였다. 나는 얼버무리며 말했다.
“그날 놀라서 그래.”
“당신이 직접 약을 좀 만들어 먹어 봐요. 의학을 공부했으니 무슨 약을 먹어야 하는지 알잖아요.”
나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단 약을 먹게 되면 그 순간 바로 나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는 셈이 되어버린다.
“약을 먹으라고?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어. 일단 약을 먹게 되면 없던 병도 생기고 말아.”
그 후부터는 내가 피했고, 동류도 제의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을 보냈다.
어느 날 저녁 호일병이 나를 보러 왔으므로 나는 기회를 봐서 이 고민을 그에게 얘기해보려고 생각했다. 잠시 앉아 있다가 그가 동류에게 말했다.
“형수님, 잠깐 대위 데리고 강가로 바람 좀 쐬러 가도 저 욕하지 않을 거죠?”
“집이 너무 좁아서 그러시죠?”
“아뇨, 아뇨. 그러나 어쨌든 방 하나 정도는 더 있어야겠네요. 요즘은 모두들 생활의 질을 중시하잖아요.”
내가 말했다.
“일병, 너 괜히 동류 화 돋우지 마. 잘못하면 자네 엉덩이 차서 내쫓고, 나도 고달픈 생활 시작될 거야.”
“일병씨가 나를 암 호랑이쯤 되는 줄 알겠네.”
차에 타자 호일병이 음악을 틀었다. 내가 말했다.
“사람마다 각각 다 골치 아픈 일이 있는 거야. 어떤 때는 정말이지 인간이 인간 아닌 것 같아.”
그가 말했다.
“자네 마누란 정말 현모양처야. 그런 공간에서도 잘도 지내고 있잖아. 만약 내가 이렇게 비좁은 데 산다면 우리 마누란 벌써 도망갔을 거야. 우리 마누란 하루 종일 생활의 질(生活質量)이란 네 글자를 입에 달고 살아.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워 왔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향락주의자로 변해버렸어. 몇 번 얘기해 봤는데 말싸움에선 이기지 못하겠더라고. 다시 생각해 보니, 사람이 생활의 질을 무시하고 산다면 또 무엇 때문에 사나 싶기도 해. 모두들 생활의 질을 말하는데, 그러나 돈은 들어오자마자 없어지니…. 마치 귀신이 뒤에 따라다니는 것 같아.”
나는, 어떻게 호일병한테서까지 돼지 같은 인간의 냄새가 나는 거지, 하고 생각했다. 내가 말했다.
“그 귀신은 네 마음속에 있는 거 아냐? 이 사람과 비교하고 저 사람과 비교하고, 그렇게 하면 평생 가도 끝이 없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람의 한평생이라는 게 정말 끔찍해. 쥐꼬리만한 꾀까지 다 동원해서 자기 욕망을 채우는데, 그래도 결국은 물질생활 속에서는 돌아가 쉴 곳을 찾지 못하는 거야. 하지만, 결국 찾지 못하더라도 어쨌든 물질생활 쪽의 일을 잘 처리하는 게 좋아. 방향이 없더라도 어쨌든 스스로에게 방향을 찾아줘야 해. 그렇지 않으면 살아갈 일이 캄캄해. 우선은 살아야 하고, 그 다음이 어떻게 사느냐 하는 거야.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토론의 여지가 없어. 이왕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쨌든 죽는 길로 갈 수는 없잖아? 남은 문제는 어떻게 사느냐 하는 건데, ‘어떻게 사느냐’, 그게 바로 생활의 질에 관한 문제 아닌가?”
내가 말했다.
“세월은 정말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구나. 십년 전에 우리 몇이서 시골의 작은 길을 걸어가며 <파란 하늘에 달린 석양 가슴에 안고>란 노래를 부르며 농촌조사를 했었지. 그때 호일병 자네 마음속에 생활의 질이라는 그 네 글자가 있기나 했어? 그것을 인생의 이상으로 삼지 않았던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
그때 차의 라디오에서 <내가 세상을 바꾸나, 세상이 나를 바꾸나> 하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호일병이 말했다.
“세상을 바꿔? 그건 젊은 애들이 자기 자신이 몇 근이나 나가는지도 모르면서 세상을 바꿀 수 있고, 특히 자신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허위의 비장함으로 자신을 속이고 남도 속이는 것이지. 정말로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야. 세상을 자신의 설계대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은 정말로 무서운 인간이야. 과대망상 분자!”
“그래서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일 한 가지만 남겨놓았구먼. 자기의 생활의 질을 높이고, 높이고, 또 높이고. 그런 사람도 인간이라 할 수 있어?”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말하자면 사실 매우 슬픈 일이야. 스스로 자기 신체기관(器官)의 노예가 되어 매일 주인에게 돈 벌어 갖다 주고, 향기로운 것 매운 것을 만들어 먹이고, 얼굴 씻어주고, 발 닦아 주고, 그러면서 자기 주인이 점점 늙고 쇠약해져 가는 것을 보다가 결국에는 한평생에 마침표를 찍고 마는 거야.”
“어떤 때는 정말로 인생이라는 게 한 편의 희극 같다는 생각도 들어. 수억 개의 정자 중에서 맨 앞에 달려간 놈만이 인간으로 변하잖아. 나머지 형제자매들은 모두 화장실 속으로 씻겨 들어가고. 뒤집어 생각하면, 또 한 편의 비극 같기도 해. 평생 동안 온갖 정성 다 기울여 자기의 신체기관을 보살펴줬는데, 그게 결국에는 자기를 배반한단 말이야. 하루하루 늙어가다가 최후에는 자기까지 끌고 가버리는 거야.”
강변에 도착해서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난간에 기대어 몸을 굽히고 강 가운데 배가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며 배의 등불이 깜빡거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걱정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음을 깨닫고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며칠 동안 장모님이 잠들기 전에 구기자(拘杞子)까지 듬뿍 넣은 계원육자단(桂元肉煮蛋)을 만들어 주시면서 나와 동류더러 먹으라고 했다. 나는 아까워서 조금만 먹고 동류에게 큰 그릇의 것을 먹도록 했다. 그러나 매번 장모님은 큰 그릇을 내 앞으로 밀어 주셨다. 나는 마음속에 의혹이 생기기 시작했다. 동류에게 물었다.
“당신 장모님한테 무슨 얘기 했지?”
“무슨 얘기를? 요 며칠 날씨가 변했기에 잊지 말고 일파에게 옷 좀 더 입히라는 말은 했는데.”
나는 그녀의 안색이 아무렇지도 않은 걸 보고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장모님은 또 자라를 사가지고 와서 붉게 볶아 내 그릇에 넣어주었다. 내가 말했다.
“저는 달걀도 아까워서 많이 안 먹는데 자라를 먹으라고요?”
“오늘 시장에 갔다가 하도 싸기에 좀 샀어.”
나는 아무래도 의심스러워서, 며칠 후에 시장을 지나가다가 자라 가격을 물어보았다. 한 근에 삼십여 위안이나 했다. 나는 까무러칠 뻔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장모님이 또 자라로 백숙을 해놓으셨다. 이번에는 내가 묻기도 전에 말했다.
“오늘 또 싼 게 있어서, 놓치기가 너무 아까워서….”
동류를 쳐다보니,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일파에게 쌀죽을 먹이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드세요.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동류는 내 그릇을 낚아채더니 탕을 떠서 내 그릇에 부으며 말했다.
“자라 싫어하는 사람 어디 있어요.”
나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 몇 입 먹다가 사발과 젓가락을 놓으며 말했다.
“바둑 두러 갑니다.”
그리고는 나와 버렸다.
사무실로 가서 문을 잠그고는 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읽었지만 바로 앞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억지로 읽으려고 해도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갑자기, 아무 생각 없이 나는 신문을 힘껏 쫙 찢어 두 조각을 내 버렸다.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일종의 쾌감을 느꼈다. 다시 찢어진 신문을 찢고 또 찢으며 중얼거렸다.
“아, 시원하다. 정말 시원해!”
책상 위에는 찢어진 신문조각이 커다란 뭉치로 쌓였다. 나는 그 신문 조각을 한 움큼 집어서 창문 밖으로 내던졌다. 동류가 그 일을 자기 엄마한테 얘기한 거야!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나는 더 이상 생각할 용기조차 없어졌다. 멍하니 얼마동안 있었는지 몰랐다. 밖에서 동류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야근해!”
그러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조금 후에, 갔으려니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가 계속해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야근한다고 했잖아! 중국말도 못 알아들어?”
복도에서 머뭇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결국 가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동류가 또 나를 불렀다.
“야근한다고 말 했잖아! 그 정도 말하면 알아들어야지.”
“우리 일파가 아빠를 찾고 있어요.”
정말로 일파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그래도 문을 열어주지 않자 울음소리가 또 나기 시작했다. 나는 문을 열면서 말했다.
“당신, 일파는 울려서 뭘 어쩌자는 거야! 당신이 꼬집어서 울린 거지? 애가 뭘 잘못했다고 애를 꼬집어 울려!”
동류는 일파를 안고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눈물만 계속 줄줄 흘렸다.
“당신까지 울어? 우리 사이 일을 당신 어머니한테 얘기하다니, 이 무슨 창피한 짓이야! 난 오늘 안 돌아갈래. 여기서 잘 거야!”
“모두 당신을 위한 거였어요.”
“내가 어디가 안 좋다고 자꾸 나한테 자라를 먹이려는 거야? 정말로 병이 있다면, 중의학을 배운 내가 무얼 먹어야 하는지 모를까봐 그래?”
“다 당신을 위하려는 마음에서 한 거였어요.”
“내가 시원찮아서 싫으면 가서 좋은 사람 찾아! 내가 장담하는데, 절대로 당신 가는 길 막지 않을 테니.”
그녀는 일파를 안고 자기 얼굴을 일파의 얼굴에 갖다 대고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당신까지 울어? 당신은 내 얼굴에 똥칠을 했어!”
동류는 울면서 점점 더 감정이 북받치는지 훌쩍거리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일파도 덩달아 울기 시작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알았으니 된 거 아냐?”
나는 혀로 그녀의 눈가에 있는 눈물을 전부 핥아주었다.
“여보. 무슨 방법을 생각해야겠어요. 우리야 상관없다고 하더라도 우리 일파야 무슨 죄가 있어요. 어리다고 아무것도 못 느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방이 좁아서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울어대서 밖으로 나가야 돼요. 얘도 답답해서 미칠 지경인가 봐요.”
“나라고 아무데나 가서 방을 하나 뺏어 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당신 병원에서 방 두 개를 내준다면 나는 기꺼이 출퇴근을 위해 맨날 뛰어다닐 용의가 있어.”
“나는 일개 간호사일 뿐이라는 건 당신도 알잖아요. 남자도 아니고, 석사 출신은 더더욱 아니고요.”
“또 그런 말로 나를 숨 막히게 하고 그래! 숨 막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방법이 없단 말이야!”
나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꿇어앉았다. 그리고 주먹을 쥐고 머리를 한 대 한 대 치면서 말했다.
“남자! 남자!”
칠 때마다 더욱 힘이 들어갔다.
“당신, 남자가 어떻게 하는지 잘 봐. 잘못하면 당신까지 때려죽일지 몰라.”
동류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러지 말아요, 여보. 그러지 말라니까!”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나도 훌쩍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동류는 아예 목 놓아 울었고, 일파도 울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를 안고 동류는 나한테 기대어, 한 가족이 한 덩어리가 되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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