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2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25>

요즘의 젊은이들 :임지강(任志强)

***25. 요즘의 젊은이들 :임지강(任志强)**

일파가 태어난 후로 동훼가 더 자주 집에 왔다. 집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일파를 안고는 뽀뽀하고 어르고 귀여워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성(省) 재경대학의 판매관리과 학생으로 곧 졸업할 예정이었다. 그녀의 남자 친구인 임지강(任志强)은 성 외국무역 기계수출입공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의료기기를 전담하고 있었다. 동훼가 임지강을 처음 데리고 온 날, 그는 다짜고짜 동류에겐 처형, 나에겐 형님이라고 부르는데, 정말 듣기가 거북했다. 임지강은 얘기할 때 허풍을 잘 떨었는데, 마치 자기가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 대단한 듯이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기는 조만간 떼돈을 벌게 된다는 것이었다. 동훼가 이런 허풍쟁이를 만난다는 것에 내가 다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부끄러웠다.

내가 동류에게 말했다.

“당신 동생은 얼굴도 못생긴 것도 아니고, 머리도 나쁘지 않은데 어쩌다가 저런 허풍쟁이한테 걸려들었지? 저 허풍쟁이는 전문대학 졸업생이잖아. 요즘 여자애들은 모두 자신을 히말라야 산처럼 높은 줄 아는데, 동훼는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어.”

“임지강이 그렇게 잘난 체하는 것은 저도 못 봐주겠어요. 하지만 동훼가 그 사람을 좋아하니 우리도 별 수 없잖아요.”

“다음에 동훼가 오거든 한번 설득해 봐. 그녀는 적어도 대학생인데 거꾸로 전문대학 출신을 찾다니, 이건 흔치 않은 일이야. 게다가 허풍쟁이고.”

“요즘 여자애들은 그런 걸 좋아해요. 나도 설득해봤지만 그 애가 어디 내 말 듣나요? 도리어 나보고 우리 방이 너무 작고, 가구도 너무 초라하고, 옷도 비싼 게 몇 벌 없다고 그러던데요. 나도 그 애를 설득하기 싫어요. 각자 다 자기 운명이죠.”

“아직 졸업도 하지 않았는데 허풍쟁이한테 그런 거나 배워서….”

한번은 동훼가 임지강을 데리고 왔다. 임지강의 이마 앞머리 부분이 노란색으로 염색되어 있었다. 저 낯짝 하고는! 나는 그와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내가 쌀쌀하게 대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계속 친밀하게 나를 형님이라고 불렀다.

내가 말했다.

“자네 머리 아주 특색 있군.”

그는 그 금색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몇 십 위안 들었어요.”

동류가 말했다.

“지강, 자네 머리 그렇게 염색하니 보기 안 좋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머리카락을 불에 태운 줄 알겠어.”

임지강이 말했다.

“동훼는 보기 좋다고 하던데…. 아마 나한테 거짓말을 했나봐요. 처형께서 보기 안 좋다고 하시니 내일 당장 잘라 버릴게요.”

동훼가 말했다.

“언니, 언니와 형부는 잘 몰라서 그래요. 요즘 사람들은 모두 텔레비전 보고 유행을 쫓는다고요. 이렇게 하는 게 요즘 최신유행이에요. 우리 반에 어떤 여학생은 쫓아다니는 남자 하나 없었는데, 머리를 이렇게 하고 났더니 남자들이 무더기로 쫓아다녀요. 만약에 나도 임지강이 아니었으면 한 일백 위안 들여서 완전히 노란색으로 염색했을 거예요.”

내가 말했다.

“동훼, 너도 서양귀신 따라 하려고 그래?”

이렇게 말하며 임지강의 안색을 살펴봤다. 그런데 웬걸,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향해 웃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 허풍쟁이도 녹록치 않군. 이런 수모를 이렇게 잘 참아 내는 걸 보니.”

임지강은 책상 쪽으로 가서 책상 위의 팔보죽(八寶粥) 깡통에 연필이 꽂혀 있는 것을 보더니 말했다.

“형님은 진정한 학자세요. 이 홍대마(洪大媽 : 이유식 상표 이름--역자)를 필통으로 쓰시다니. 제가 다음에 수옥(岫玉)으로 된 필통을 가져다 드리지요. 저야 그냥 남한테 무식한 것 감추려고 책 읽는 게 다인데, 그런 물건 갖고 있어봤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고, 싱싱한 꽃을 소똥한테 시집보내는 꼴이죠.”
내가 말했다.

“연필을 꽂을 수 있기만 하면 그만이지.”

그들이 간 뒤에 동류한테 말했다.

“정말로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고, 꽃을 소똥한테 시집보내는 꼴이야.”

어느 날 오후 내가 책을 가지러 집에 갔을 때였다. 아무리 해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안에서 문을 잠갔던 것이다. 나는 혹시 도둑이 든 건 아닌가 하고 힘껏 문을 밀었더니 동훼가 안에서 소리 질렀다.

“형부!”

문이 열려서 들어가 보니 동훼와 임지강은 의자에 앉아 있었고, 얼핏 보기엔 침대가 아주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런데 동훼의 반팔 옷 소맷부리에 브래지어 끈이 드러나 보였다. 나는 책을 가지고는 얼른 바로 나와버렸다. 저녁때 이 일을 동류에게 말하자 그녀가 펄쩍 뛰며 말했다.

“정말요? 내 이 죽일 년 어디 가만 두나 봐라, 남한테 거저 먹혀 주다니!”

“그 허풍쟁이가 공짜 아니면 안 먹었을 텐데, 그가 공짜를 사양하겠어?”

며칠이 지나 동훼가 또 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를 보고 살살 웃었는데, 그 웃음의 의미가 마치 나에게 암묵적 동의를 구하려는 듯했다. 나는 일부러 자리를 피해 동류가 그녀를 야단치도록 했다. 조금 후에 돌아오니 동훼는 아직 가지 않았고 표정도 아주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나를 향해 의미심장한 웃음까지 지어 보이며 저녁밥까지 먹고 나서야 신바람이라도 난 듯 돌아갔다. 내가 말했다.

“당신, 자기 동생한테 너무 무책임해. 만약 내 여동생이었다면 단단히 야단쳐서 곡소리가 났을 거야!”

“동훼가 인정하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해요? 나는 지금 아이를 안고 있어서 화를 낼 수도 없잖아요. 그냥 가게 내버려 둬요. 크게 당해보고 나서야 정신 차릴 거예요.”

“당신 여동생은 얼굴도 그처럼 예쁘고 허리도 부러질 듯이 가늘잖아. 그런데 그 허풍쟁이는 생긴 것도 인간 축에 못 들고, 하는 짓도 형편없고, 삼백 근짜리 멧돼지가 주둥이만 살아 있는데다 애들 따라 머리염색까지 하고. 나는 내 눈앞에서 없애버리지 못하는 게 한인데 동훼는 그런 걸 주워 와서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 줄 생각하니. 천하 남자들이 다 죽어 씨가 말라버린 것도 아닌데 ….”

“요즘 여자애들은 그런 모습을 좋아해요. 그런 모습이 아니면 눈에 차지도 않아 해요. 내가 언니가 돼서 동생을 때릴 수도 없잖아요. 안 그래요?”

“당신은 계속 동생을 변호만 하고 있는데, 그러다가 언젠가는 좋은 과일처럼 따먹혀 버릴 때가 있을 거야. 그때 가서는 울려고 해도 울음도 안 나올 거야.”

얼마 지나지 않아 임지강이 자기 회사의 업무부장이 되었다.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더욱 우쭐댔고, 피우는 담배도 홍탑산(紅塔山: 중국의 최고급 담배 상표 이름--역자)으로 바꾸었다. 동훼는 말끝마다 지강, 지강, 하면서 더욱 좋아했다.

그가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내가 말했다.

“동류, 당신 잠깐 나가 있어. 당신은 지금 담배연기 맡으면 안 되잖아. 간접흡연은 임산부한테 제일 나쁜 거야.”

임지강은 곧바로 담뱃불을 비벼 끄면서 말했다.

“처형, 제가 깜빡 잊었습니다.”

그리고 말했다.

“처형, 제가 조금만 있으면 큰 돈을 벌게 될 것 같습니다. 믿어지십니까? 일이 잘못 돼서 부 지배인의 일을 맡고 있고, 또 그걸 맡고 있으니 익숙해졌어요. 회사에선 나한테 오토바이까지 내주었지만, 그것도 오래 타다 보니 아무런 느낌이 없어요. 최소한 토요타 같은 승용차는 몰아야 기분이 날 것 같아요.”

동류는 웃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말했다.

“자네 정말 돈이나 벌고 나서 자네 처형한테 허풍 떨게.”

임지강이 말했다.

“내가 돈을 벌 거라는 말을 형님은 곧 죽어도 믿지 못하실 거예요. 처형은 아마 반신반의할 거고. 동훼 너는?”

동훼가 말했다.

“나는 믿어. 언니, 이 사람 너무 무시하지 말아요. 정말 그런 날이 올 거예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허풍떠는 거야 모르지만, 제가 어디 감히 내 앞에서 허풍을 떨어. 낯가죽이 저렇게 두꺼울 수도 있나?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게 생겼군.”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임지강이 말했다.

“처형, 저를 너무 무시하지 마세요. 학벌이 남들보다 못하다고 능력까지 남들보다 못하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이 시대에는 좋은 것을 자기 그릇에 끌어 담을 수 있어야 진짜예요, 그렇지요? 저는 지금 본사의 범(範) 주임의 줄을 잡았어요. 상상도 못했지요? 다른 사람들은 여러 해 동안 애써도 줄을 잡지 못하는데, 저는 별로 애쓴 것도 없는데 바로 줄을 댈 수 있었어요. 이익이 저기에 놓여 있는데, 그것도 저렇게 많이 있는데, 내가 가서 낚아채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것이 돼버리잖아요. 다른 사람이 낚아채 가는 것을 뻔히 눈뜨고 보고 있는 기분은 정말이지 견디기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는데, 그것은 세태를 따라간다는 거예요. 세상이 변하는데 안 변할 수 있어요?”

내가 말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사람은 역시 사람이야.”

나는 하마터면“꼬리 달린 무슨 물건이 아니란 말이다.”하고 말할 뻔했다. 임지강은 여전히 화도 내지 않고 말했다.

“형님께서는 저를 허풍쟁이로만 생각하시지요?”

그는 말하면서 두 손을 입가에 대고 입을 오므린 채 힘껏 바람을 부는 시늉을 하고는 두 손을 폈다.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모두에게 멋있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동훼, 너는 믿지?”

동훼가 말했다.

“나는 믿는다니까.”

“처형은요?”

“내가 믿느냐고? 믿는다고 하지 뭐. 그러나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넘지 말아야 해.”

그가 말했다.

“잘못을 범하고 돈을 번다면 그건 능력이 없는 거죠. 선은 넘지 않아요. 선은 절대 넘어서는 안 돼요. 하지만 선 가까이까지 가보지도 않고 머뭇머뭇해서도 안 되죠. 정책만 이용해도 충분해요. 이런 말 들어보셨어요?‘십억 인민 중에서 구억 명이 망하더라도 그래도 생각할 줄 아는 일억이 있고, 생각하는 자가 어찌 망하겠는가’란 말을요?”

그리고 또 말했다.

“저한테 이 년만 시간을 주세요. 여러분 모두 저를 지켜봐 주세요, 저도 여러분을 지켜볼 테니.”

이렇게 말하면서 재빨리 나를 한 번 훑어봤다. 그가 가고 난 후 내가 말했다.

“저 허풍쟁이마저 출세한다면 이 세상에 문제가 있는 거지. 나보다 앞서 출세하겠다고 큰소리치며 우쭐대는데, 도대체 뭘 믿고 저러지?”

동류가 일파를 낳을 때 동훼가 일천 위안을 보내주었는데, 원래 병원에서 정산받아 갚을 생각이었지만, 돈 쓸 곳이 너무 많아서 받자마자 다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그 일천 위안은 계속 내 마음의 짐이 되어 동류한테 몇 번 말했지만, 동류는 말했다.

“내 동생인데 무슨 상관 있어요? 신경 쓰지 말아요.”

“나는 신경 써야겠어. 허풍쟁이 돈인데 잘못하면 나중에 손 데이지 않겠어?”

그녀가 말했다.

“자기 스스로 허풍쟁이가 아니라잖아요. 약속했잖아요.”

이 말 한 마디가 나를 꼼짝 못하게 했다. 나는 한참 동안 얼이 빠져 멍하게 있다가 말했다.

“그 녀석은 허풍쟁이야. 허풍쟁이라고! 그 돈은 갚아야 해, 내가 밥을 굶는 한이 있더라고 갚아야 해.”

동류는 고개를 한 쪽으로 돌린 채 말했다.

“나는 당신하곤 얘기하지 않을래요. 다음 달부터 당신이 살림살이 맡아 해요. 돈도 전부 다 드릴게요. 우리 일파에게 필요한 물건만 보장해 주면, 나한테는 냉수만 먹여줘도 찍 소리 안 하겠다고 약속할게요.”

나는 얼이 빠져 멍해졌다.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막말을 하다니!”

“나를 그렇게 밀어붙이니 할 수 없잖아요.”

“임지강의 돈은 어떻게 하지?”

“당신이 알아서 해요!”

그 다음 월급날, 그녀는 돈을 나한테 쑤셔 넣어주면서 나더러 한 달 동안의 집안 살림을 책임지게 했다.
아무리 아껴 쓰고 쪼개 써도 몇 십 위안도 못 남겼다.

나는 김이 빠져 동류에게 말했다.

“다음 달은 맡기 싫어!”

“집안 살림을 맡는다는 게 어떤 건지 알겠죠?”

그 후 나는 그 일천 위안에 관해서는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동류의 생일 때 동훼가 또 춘추복을 한 벌 선물했다. 동류가 입어보니 몸에 아주 잘 맞았다.

“내 몸매가 아직 별로 변하지 않았네요.”

내가 말했다.

“동훼, 너는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학생이 맨날 무슨 돈이 있어서 선물을 하는 거야?”

동훼는 아양을 떠는 듯이 말했다.

“우리 언닐 이렇게 좀 멋있게 치장시켜서 형부 눈요기 실컷 하라고요. 우리 언니 예쁘지 않아요?”

“이렇게 많은 돈이 어디서 났어?”

“어쨌든 훔친 것은 아니에요. 나한테 돈을 보여주면서 훔치라고 해도 저는 간이 적어 그런 짓 못해요. 형부한테도 양복 한 벌 사드리고 싶은데, 형부가 필요 없다고 할까봐 걱정이에요.”

“그런 것 나는 정말로 필요 없어.”

“사무실에 앉아 일하는 사람들에겐 사실 옷차림이 굉장히 중요해요. 너무 편하게 입는 것도 안 좋아요. 사람들이 형부의 능력을 볼 때 첫눈에 보이는 건 바로 옷차림이에요. 지금이 어떤 사회에요?”

동훼가 간 후 나는 그 옷의 라벨을 보았다. 이백 위안도 넘었다.

“나는 삼십 위안 정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임지강 이 녀석 분명히 나쁜 돈을 벌고 있어. 언젠가 붙잡혀 들어갈 날이 있을 거야. 동훼한테 신경 좀 더 써야겠어.”

“다른 사람 걱정해서 뭘 어쩌려고요?”

“당신 그 옷 되돌려 주는 게 좋겠어.”

“일단 산 걸 도로 물려요?”

“당신 그 상점에 가서 옷 물리고 돈 받아와서 임지강한테 되돌려줘요. 그 돈 더러운 돈인지도 모르잖아. 안 그러고서야 그가 어떻게 그렇게 돈이 많을 수 있어? 어느 날 우리 집까지 추적해 올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되면 무슨 창피야?”

“남들도 당신처럼 돈을 못 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세상에는 돈 잘 버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 노란 머리가 돈을 잘 벌 수 있다고?”

“다른 사람 깔보지 말아요. 여태까지는 어쨌든 합법적이었다고 하잖아요.”

“당신 변했어. 돈 맛을 보더니 사람이 변했어.”

그녀가 곧바로 대답했다.

“그래요, 나 돈 좋아해요. 우리 일파가 움직이는 게 다 돈이에요. 내가 우리 일파를 사랑한다면 돈을 사랑하지 않고는 안 돼요. 돈이 있어야 우리 일파가 서러운 일을 덜 당해요. 일파가 조금이라도 서러운 일 당하면 내 심장을 철사로 얽어매는 것처럼 아파요.”

또 말했다.

“어떤 사람은 남이 자기보다 능력 있는 걸 보면 심장이 철사로 얽어매듯 아픈가 보죠?”

나는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침대에 누워 있던 일파가 “앙!” 하면서 울기 시작하자, 장모가 재빨리 안아 올려 토닥거려 주며 말했다.

“대위, 자네 왜 일파한테 행패부리나? 나한테도 행패부릴 생각인가?”

동류는 고개를 떨군 채 얼굴을 가리고 코를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나와 동류는 여러 날 동안 서로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옷은 접어놓고 다시는 입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훼가 또 임지강을 데리고 오자 동류가 말했다.

“지강, 지난 번 일파 낳을 때 너희들이 보내준 그 일천 위안, 그건 내가 빌린 걸로 치고 나중에 갚아 줄게.”

임지강이 말했다.

“처형, 저를 이렇게 무시하시깁니까? 일천 위안이 아니라 일 만 위안이라 하더라도 그게 뭐 별건가요?”

동류가 말했다.

“나는 자네가 무슨 잘못을 저지를까봐서 걱정이야. 정말이야, 농담 아니야.”

동훼가 말했다.

“이 사람 덕에 회사가 거금을 대출받았어요.”

내가 말했다.

“대출받은 돈으로 보너스를 줘?”

임지강이 말했다.

“설령 제가 그만큼 못 번다고 하더라도 대출은 받아낼 수 있잖아요? 대출을 받게 되면 그게 다 이윤이거든요. 왼쪽 주머니에 있든 오른쪽 주머니에 있든 어쨌든 다 나랏돈이잖아요.”

또 말했다.

“처형한테 드리는 말씀인데요, 지금 대출신청을 하고 있어요. 은행의 신용대출 건은 이미 거의 다 처리해 놓았고요. 거금이 생길 거예요, 이천 여만 위안이에요. 그 대출금이 손에 들어오면 저는 바로 부지배인의 자리로 승진해요. 차도 한 대 나오고요. 그런데 몇 천 위안이 뭐 별건가요?”

동류가 말했다.

“자네네 이삼십 명뿐인 회사가 감히 몇 천만 위안을 빌리면 어떻게 갚으려고?”

“대출금이 들어오면 그게 바로 이윤인데 누가 돈 갚을 일을 생각하겠어요? 장(張) 사장이 가고 나면 새로 왕(王) 사장이 올 텐데…. 그리 생각한다면, 왕 사장이 회사의 빚이 무서워서 취임도 안 하러들게요?”

내가 말했다.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해주고 있는 사람은 돼지인가?”

“그가 돼지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지요. 만약 그가 돼지라면 저는 대출 못 받아요.”

밤에 동류에게 말했다.

“정말이지 이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겠어. 이런 기회가 저 허풍쟁이 같은 인간들에게 주어지다니. 나는 정말로 나라의 돈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바로 그런 사람들한테 주어지는 것이지 당신 같은 사람들한테는 주어지지도 않아요.”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 허풍쟁이조차 나 앞에서 거들먹거리는데, 정말로 그가 뭘 믿고 저러는지 모르겠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