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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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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24>

세상에 돈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없다

***24. 세상에 돈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없다**

원래의 계획은 동류가 근무하는 시 제5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었는데, 그런데 동류가 출산하기 며칠 전에 이 병원 산부인과에서 사고가 터졌다.

한 임산부가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이다. 가족들이 수십 명 떼를 지어 와서 며칠간 소란을 피우면서 십만 위안을 배상해 내라고 요구했다. 병원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은 사실 죽은 사람과는 전혀 친인척 관계에 있지도 않은 사람들로, 전문적으로 골치 아픈 일들을 해결해 주고 대가를 받는 해결사(吃難飯)들이었다. 배상금을 받게 되면 그 절반을 그들이 차지하고, 소란을 피웠지만 한 푼도 못 받아내면 그들 역시 한 푼도 못 받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죽어라 소란을 피워댄다. 제 5병원 곳곳에다 표어를 걸어 붙이고, 일부는 죽은 사람의 대형 사진을 들고 하루 종일 병원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소란피우는 자들의 우두머리는 자칭 죽은 사람의 외삼촌이라고 하면서 죽은 사람의 가족들을 대표해서 협상에 나섰다. 병원은 이 소란을 견디다 못해 오만이천 위안을 배상하고 나서야 일이 매듭지어졌다.

입원수속을 밟으러 갔을 때 마침 이 장면을 보게 되어, 나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산부인과 주임이 말했다.

“동류더러 다른 병원으로 가서 낳으라고 하세요. 우리 여기 사람들은 손에 힘이 다 빠져버렸어요.”

나는 다시 병원 재무과로 가서 병원비 지급을 신청했는데, 재무과장이 말했다.

“당신 돈으로 먼저 병원비를 치룬 다음 나중에 비용 청구를 하세요. 병원의 금고가 텅텅 비어버렸어요.”

우리는 성(省) 여성아동보건원으로 가서 아이를 낳기로 임시로 정해 놓고, 입원비 팔백 위안을 먼저 내고 입원했다. 출산 예정일 바로 전날 의사가 나에게 말했다.

“일천 위안을 더 내야겠습니다.”

“왜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요?”

“산모의 사정이 아무래도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만약 출혈이 심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응급치료도 해야 하고 수혈도 해야지요.”

“출혈이 심하다”는 말을 듣자 나의 머리 속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위험합니까?”

“저 얼굴 색깔 바뀌는 것 좀 봐! 그렇게 위험하진 않아요.”

그리고는 나에게 치료비 불입(拂入) 통지서를 주고 갔다. 동류에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물어보자,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 많이 요구해요? 그렇게 많이요?”

“통장에 돈이 좀 남아 있으면 내가 가서 찾아올게. 그때 가서 정말로 수혈을 해야 한다면 수혈해야지, 안 할 수 있어?”

“그 돈은 아직 만기가 안 됐어요. 게다가 아이한테 쓰려고 남겨두었던 건데. 아이가 태어나면 냉장고도 꼭 하나 사야 되는데.”

그리고 또 말했다.

“이렇게 돈을 많이 쓰면 나중에 돌아가서 어떻게 돈을 청구해요? 돈은 바로 우리 재무과장의 목숨과 같은 건데. 당신이 돈을 달라고 하는 건 바로 그 사람 목숨을 달라고 하는 것과 같아요. 돈 내어 줄 때의 그 얼굴표정은 정말 볼 만한데.”

“어쨌든 자기 목숨 내놓으라는 건 아니잖아?”

동류는 계속 그 돈을 아까워하며 말했다.

“아직 만기도 안 됐는데.”

옆에 있던 장모가 말했다.

“자네들은 도시에 살면서 그래 그 정도의 돈도 없는가?”

내가 말했다.

“장모님, 도시에는 금광이라도 있는 줄 아세요.”

“모자란다면, 내가 가지고 온 돈도 조금 있네.”

그리고는 손수건을 꺼냈다. 똘똘 말아놓은 손수건을 한 겹 한 겹 펼치자 그 속에서 두툼한 한 뭉치의 돈이 나왔다. 전부 오 위안, 십 위안짜리들이었다.

내가 말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노인의 돈을 어떻게 받아써요?”

“이래 뵈도 357위안이나 되는데.”

동류가 소리를 질렀다.

“엄마! 그 돈 빨리 집어넣어요. 다시 안 집어넣으면 나 애기 안 낳을 거예요!”

그리고는 두 팔로 몸을 받치고 일어서려고 했다. 내가 두 손으로 그녀를 꾹 누르면서 말했다.

“동류, 기분 나쁘면 나한테 욕하든지 내 따귀를 때리든지 하는 건 상관없어. 그러나 그 큰 배 쑥 내밀고 어딜 가려고 그래? 지금은 화낼 때가 아니야. 화를 내더라도 아이가 배속에 있는 동안은 화내지 마!”

그녀는 곧바로 다시 누우며 입으로 말했다.

“당신 차 좀 불러와요. 우리 병원으로 돌아가서 낳을래요. 나한테 그렇게 재수 없는 일이 생길 거라곤 믿기지 않아요. 실제로 재수 없는 일이 생긴다면 그건 운명이에요.”

내가 말했다.

“동류, 목숨과 관련된 그런 얘기는 해선 안 돼!”

그리고 또 말했다.

“장모님도 그 돈 빨리 집어넣으세요.”

그리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윤옥아에게 말했다.

“동류가 재왕절개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일천 위안을 더 내야 한데요. 제가 갑자기 융통할 수 없어 그러니까 며칠만 융통해 줄 수 없을까요? 며칠만.”

그녀가 놀라 입을 열었다.

“재왕절개? 그거 정말 조심해야 돼. 그거 정말 장난 아니야 조심해야 해. 내가 잘 아는 사람의 아내도 바로….”

나는 그녀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오늘 밤에 수술해야 할지도 몰라요. 돈을 아직 안 냈어요.”

“얼마나 모자라는데? 천 위안? 여기에 그렇게 큰 돈을 여윳돈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을 걸?”

“당신 바깥양반인 재정처장한테서 융통해 볼 수 없을까요? 그냥 내가 개인적으로 빌리는 것으로 치고.”

“재정처의 돈은 누구도 감히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해. 털끝 하나만 건드려도 범법이야. 자네가 직접 마 청장한테 가서 허락을 받아오면 모를까. 재무상의 기율은….”

나는 다 듣지도 않고 바로 뛰어나갔다. 집에 돌아와 집안을 온통 뒤집어엎고, 양말 하나하나까지 다 뒤집어보고 침대에다 던져 놓았다. 통장을 찾으려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너무 화가 나서 두 손을 허리에 대고 서서 동류 욕을 마구 해댔다.

그리고는 다시 감찰실로 가서 막서근(莫瑞芹) 여사를 찾았다.

“자네 부탁인데 내가 반드시 들어줘야지. 일천 위안이면 그렇게 큰 돈도 아닌데. 내일 괜찮아?”

“오늘 밤에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몰라요. 정말 수혈을 해야 하면….”

“내가 바로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올게. 여기 정문에서 날 기다려.”

그리고는 총총 걸음으로 걸어 나갔다. 조금 후에 막(莫) 여사가 다시 돌아와서 말했다.

“통장은 여기 있는데 우리 남편이 비밀번호를 설정해 놓았을 줄이야. 내일 오전에 내가 아침 일찍 가서 돈을 찾아 보내주면 안 되겠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자전거에 뛰어 올라탔다. 자전거를 탄 지 얼마 안 돼서 나는 다시 돌아왔다. 문제가 아직 해결이 안 됐잖아! 나는 정말 동류에게 화가 났다. 통장을 그렇게 목숨처럼 아껴서 뭘 하겠다고! 그냥 제 5병원에 가서 낳고 말아? 우리 차례에 그런 재수 없는 일이 생길 리는 없잖아.

나는 기사반에 가서 서 기사를 찾았다. 그가 말했다.

“마 청장님이 퇴근하려면 삼십분 정도 남았는데, 시간 맞출 수 있을까?”

나는 잠깐 망설이며 오가는 데 걸릴 시간을 계산해 보았다.

서 기사가 말했다.

“가자고, 가! 우리 같이 가지.”

차에 타고 내가 말했다.

“서 형은 정말 나의 형님 같아요.”

병실에 이르러서 내가 말했다.

“동류, 당신이 가고 싶으면 가자고. 차도 왔어.”

장모가 말했다.

“애기가 곧 나오려 하는데 어딜 가? 우리 딸은 못 가!”

나는 속이 타서 펄쩍 뛸 지경이었다. 머리 속에는 화약을 채워 놓고 심지에 불을 붙여 놓은 듯한, 또 손에는 전기가 통한 듯한 느낌이었다. 내 따귀를 때려 주고 나를 칼로 찔러야만 화가 풀릴 것 같은 심정이었다. 동류가 말했다.

“엄마, 그 천 위안 이 사람한테 주세요.”

장모가 백 위안짜리 지폐 몇 장을 꺼냈다.

“잠깐만!”

그리고 나는 아래층으로 날아갈 듯 뛰어 내려가서 서 형에게 청으로 빨리 돌아가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위로 올
라와서 물었다.

“그 돈 어디서 생겼어요?”

장모가 말했다.

“방금 전에 동훼(董卉)가 왔었어. 천 위안을 내어 놓으면서, 아기에게 물건 사주려던 것이라고 했어.”

“동류, 당신 왜 동생 돈까지 받고 그래? 그 애는 아직 학생이잖아!”

“그건 틀림없이 임지강(任志强)이 준 돈일 거예요.”

“그렇다면 더욱 안 되지. 어떻게 임지강의 돈을 받을 수 있어? 그 사람 돈은 어디서 났는지도 모르는데. 만약 더러운 돈이면 어떻게 할 거야? 나보다 월급도 적으면서 비싼 담배만 피우고 다니는데, 그에게 깨끗한 돈이 있겠어?”

“근거 없는 말 함부로 하지 말아요. 지금 농담하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우선 이 돈 내고 와서 다시 얘기해요."
내가 발을 구르면서 말했다.

“안 돼! 안 돼!”

동류가 말했다.

“이렇게 강하게 입씨름하는 걸 보니, 내가 퇴원하고 나서도 이 돈 갚을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네요.”
다시 생각해 보니, 당장 이 돈이 없으면 이 고비를 넘길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돈을 받으며 말했다.

“당신 말이 맞아. 나중에 정산 받아서 갚으면 되지.”

아이는 어쨌든 무사히 세상에 나왔다. 재왕절개 수술을 하고 한 차례 풍파를 겪었다는 뜻에서 이름을 지일파(池一波)라고 지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우선 나 자신을 바꾸어놓았고, 그리고 동류까지 바꾸어놓았다. 나는 어려서부터 고생에 익숙해져서, 지금처럼 이렇게 먹을 것 입을 것 걱정 없는 생활에 이미 만족하고 있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신체의 몇몇 부위들의 욕구에 굴복하여 한없이 탐욕스런 인간들을 모두 “돼지 같은 인간”,“개 같은 인간”들이라 생각했다. 개나 돼지는 동물 중에서도 하류였고, 내가 마음속으로 극도로 천히 여기는 것들이었다.

동류는, 생활에 대해서는 나처럼 무슨 특별히 높은 요구가 없었다. 다른 간호사들은 돈 많은 남자 친구를 만나 예쁜 옷을 입고 다녔지만 그녀는 별로 부러워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기한테는 그렇지 않았다.

동류가 말했다.

“나 자신은 수만 번 억울한 일을 당해도 상관없어요. 어쨌든 시골에서 사는 것보다는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우리 일파는 조금이라도 서러운 일 당하게 되면 내 마음이 찢어지듯 아플 거예요. 내가 서러움을 참는 것은 우리 아기가 서러운 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그러면서 아기의 요람과 옷과 기저귀 등을 모두 가장 좋은 것으로만 샀다. 분유도 외제로만 사려고 했다. 적어도 브랜드가 네슬레는 되어야 했고, 국산품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내가 말했다.

“외제가 몇 배나 더 비싼 건 그 브랜드 때문이야.”

“돈을 써서라도 그 브랜드 제품을 사야 안심이 돼요. 그래야 우리 일파한테 미안하지 않고요.”

한번은 내가 네슬레 제품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이리(伊利: 중국 내몽골 지역의 유명한 유제품 상표--역자) 분유를 사온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그녀는 화를 내면서 말했다.

“남자, 남자들이란…, 아휴, 저 남자들이란 다….”

그리고는 곧바로 가서 네슬레 제품으로 바꿔 오라고 했다.

또 냉장고를 사려 하기에 내가 말했다.

“당신도 유행 따라가는 걸 배웠군.”

그녀가 말했다.

“이것들은 모두 최소한 갖춰야 할 것들이에요. 우리 일파가 한밤중에 젖을 달라고 하는데 내 젖이 부족하면 할 수 없이 분유를 타서 줘야 하는데, 그러면 한참 동안 식지 않아요. 이렇게 미리 분유를 타서 냉장고에 넣어 두면 더운 물만 부으면 금방 돼요.”

그리고는 만보(萬寶: 중국의 유명 가전제품 상표--역자) 냉장고를 샀더니 방이 좁아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몸을 비틀어야 했다.

일파는 밤에 자주 울었는데, 요람을 흔들어 주지 않으면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아래층 사람들한테서 항의가 들어왔다. 후에는 일파가 울기 시작하면 장모가 바로 일어나 안고 걸어 다니며 자장가를 흥얼흥얼 해줘야 했다. 앉을 수도 없었다. 안고 있어도 앉으면 바로 울었다.

동류가 말했다.

“우리 일파가 아주 민감한 것 같지 않아요? 앉아 있는지 서 있는지 다 알아요.”

“계속 이러면 어떻게 하지? 어른 셋이 전혀 잠을 잘 수 없잖아.”

“당신 말은, 우리 일파는 울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이 아이에겐 울 권리도 없어요? 누가 무슨 권리로 우리 일파의 울 권리를 박탈해요?”

“울면 품에 안고 흔들어 주어 버릇이 나빠졌어. 한 이틀 정도 울게 내버려 두면, 울어도 희망이 없다는 걸 알고 더 이상 울지 않을 거야.”

동류는 한 번 그렇게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기가 울기 시작하면 참지 못하고 일어나서 안고는 토닥거려주곤 했다.

내가 말했다.

“아이들은, 당신이 아이하고 싸워야 되겠어.”

장모님이 말했다.

“뭐라고? 갓 태어난 애기하고 싸우라고? 이 애가 지주(地主)나 반혁명분자(反革命分子)라도 된단 말인가!”

동류가 말했다.

“당신은 양심이 시커매요. 양심이 시커먼 사람들도 자기 자식은 사랑할 줄 알아요. 있는 것이라곤 통통 털어봤자 이 아이 하나뿐인데, 이 아이하고 싸우라고요? 나더러 이 아이하고 싸우라면, 나는 당신하고 싸우겠어요!”

동류는 이천 위안 정도를 저금해 두었었는데, 원래는 아이를 낳고 나서도 얼마간은 버틸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너무 많은 물건을 사다 보니 그 돈들은 낙화유수(落花流水)처럼 사라져 버렸다. 동류는 다른 사람이 접는 유모차에 아기를 태워 야외에서 일광욕을 하는 것을 보고 곧바로 같이 가서 한 대 사자고 했다.

“일백 위안이면 한 달 월급의 반도 넘는데.”

“그런 건 상관없어요. 다른 아이들이 가진 건 우리 일파도 가져야 해요. 당신 우리 일파가 어려서 모를 거라고 생각지 말아요. 남들은 가지고 있는데 자기는 없다는 걸 그도 다 알아차린다고요. 나는 우리 일파가 어느 하나라도 남보다 못한 건 참을 수 없다고요.”

내가 말했다.

“일파가 뭐든 다 안다고 칩시다. 그러나 그 애가 뭐든 남한테 이기려고 기를 쓴데?”

그녀가 말했다.

“돈을 아끼려면 자기 것에서 아껴야지.”

그 다음날 그녀는 바로 가서 유모차 한 대를 사 왔다. 일파에게 필요한 것들을 장만하기 위해 어른들은 모든 것을 극도로 절약했다. 이전에는 동류도 시장에 가면 유행하는 옷을 보러 가기 좋아했고, 가끔씩 한 벌 사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아기 용품점으로 달려간다. 먹는 것으로 말하자면, 고기나 달걀 같은 것을 나는 기본적으로 다 삼가야 했다. 밥상을 차리면 나는 그저 먹는 시늉만 하고 모두 다 동류에게 주었다. 그녀는 젖을 먹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식사량이 갑자기 엄청나게 늘어났다. 남은 음식이 얼마가 되건, 모조리 자기 입 속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살 찌려면 찌라지! 어떤 사람들은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한테 젖도 물리지 않는다는데, 나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그래 갖고 엄마라고 할 수 있겠어? 내 몸매가 아무리 좋아본들 그걸로 뭘 하겠어? 우리 일파 튼튼한 게 제일이지!”

나는 여태 돈이 이렇게 쓰임새가 많고, 이렇게 중요하고, 이렇게 좋은 것인 줄 몰랐다. 이전에 나는 돈이란 그저 우리 몸의 몇몇 부위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외에는 별로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사람이 돈을 중시하면 그 인격이 고상해질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런 얘기를 할 자격이 없다. 돈이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 적어도 네슬레 분유는 살 수 있다.

나는 마치 잠에서 깨어난 듯 돈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한편, 과거에 돈을 무시했던 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깨달았다. 집안에는 거의 매일같이 돈을 급히 써야 할 데가 있었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발등에 떨어진 불 같은데 내가 어떻게 감히 한가하게 별을 보고 달을 보라는 말을 할 수 있으며, 요원하고 추상적인 일들만 생각하고 있을 수 있겠는가?

나는 생활에 대한 감각도 바꾸었다. 현실적인 것만이 진실된 것이다. 허황된 관념의 유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만이 참된 것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돈은 정말로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이므로 무시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돈보다 더 천박한 것도 없다. 그러나 돈보다 더 심각한 것도 없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문제를 해결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이것은 어떻게 해도 회피할 수 없는 바위처럼 단단한 이치, 아니 합금(合金) 강철보다 더 단단한 이치다.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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