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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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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23>

떫은 감은 아무도 안 건드린다

***23. 떫은 감은 아무도 안 건드린다**

출산 이 개월 전부터 동류에게 출근하지 말라고 하자, 그녀는 매우 곤란하다는 듯이 말했다.

“사(史) 원장님이 허락하지 않을 텐데요.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자들인데 너도 한 달, 나도 한 달, 그러면 안 되잖아요. 내가 한번 슬쩍 떠봤는데 그 사람 말투를 보니 안 되겠더라고요.”

“그놈의 사(史) 원장, 정말 죽을 놈의 사(死) 원장이고, 또 똥 시(屎) 원장이군(史, 死, 屎는 중국어 발음이 서로 비슷함--역자). 그 사람한테, 당신은 집이 멀어서 복잡한 차 안에서 밀쳐 죽을 것 같으니 사정이 특수하다고 말해봐.”

“말하려면 당신이 가서 말해요. 나는 말 안 할래요.”

“한 번 시도나 해봐. 그 사람한테 인간의 도리를 확실하게 가르쳐줘, 확실하게! 이렇게 큰 배를 내밀고 다니다가 사고라도 생기면, 그 사람이 책임져준데?”

저녁에 동류가 돌아와서는 밥도 먹지 않고 침대 위에 앉아서 눈물을 닦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나더러 가서 말해보라고 하는 바람에, 내가 안 된다고 하는데도 당신이 기어이 가서 말해보라고 하는 바람에 그만…. 그 사람 한마디로 딱 잘라버렸어요.”

“그놈의 죽을 사(死) 원장, 똥 시(屎) 원장이 뭐라고 했는데?”

“사람마다 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데, 모든 사람들을 다 특별하게 대해주려면 규칙이 없어진다나….”

나는 원망스러워서 말했다.

“세상에 아직도 마음이 이렇게 독한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 자기 마누라가 아니다 이거지! 당신 월급 안 받으면 될 거 아냐?”

“한 사람 사정을 봐주면 다른 사람들 사정도 봐줘야 하잖아요. 이건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규칙의 문제예요.”

나는 화가 나서 발을 쾅, 구르며 말했다.

“개놈의 새끼! 이 몸이 그놈을 한 칼에 베어버리고 말아야지!”

이렇게 말하며 오른손을 위로 치켜들고 식지와 중지를 모아 칼자루 모양을 만들고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려 무술의 금계독립(金鷄獨立: 닭이 외발로 서 있는 듯한 무술의 한 자세--역자) 자세를 흉내 내어 힘껏 휘둘렀다.

“내 칼 받아라!”

동류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정말로 협객이라면 도리어 방법이 있겠죠.”

나는 마음속으로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내가 원망하건 안 하건 간에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인 채로 남아 있었다. 원망해본들 무슨 소용이야, 아무 힘도 없으면서….

나는 결심을 하고 다시 한 번 손 부청장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나는 또 망설이게 될까봐 걱정이 되어서 속으로 나 자신에게 말했다.

“너는 네가 무슨 진귀한 품종의 꽃이라도 되는 걸로 생각하냐? 진귀한 꽃도 헐값에 팔리잖아. 이 몸이 너를 진흙탕 속으로 밟아 넣어야겠어. 내가 못 밟아 넣을 줄 알아?”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오른 발에 힘을 주어 바닥 위를 몇 번 비벼댔다. 손 부청장을 찾아가서 사정을 말하자, 그가 말했다.

“저번에 직장 옮기는 일은, 사실 그것은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 어쨌든 내 말 한 마디로 위생청의 일이 결정되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그러나 이번의 휴가 문제는 내 생각엔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사(史) 원장하고는 그래도 여러 해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니까.”

그는 전화를 들면서 말했다.

“지금 전화해 볼게.”

전화를 하고 나서 말했다.

“자네 부인, 내일부터 출근할 필요 없어. 출산 휴가 끝날 때까지 쉬고 그 후에 다시 출근하도록 하게."

그리고 또 말했다.

“그 친구 말이, 병원에 일손이 모자라는데, 자네 부인이 일을 워낙 잘 해서 없으면 아쉽다고 그러더군.”

나는 일이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마치 들고 있던 커다란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나는 용기를 내서 말했다.

“손 청장님께서 이렇게 아랫사람들의 일에 관심을 가져주시니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다리품 팔 일 있으면 꼭 저한테 시켜주십시오. 언제나 손 청장님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뛸 것을 믿으셔도 됩니다.”

그는 손을 뻗어 나하고 악수를 하며 말했다.

“좋아, 그렇게 하자고.”

이렇게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와 악수를 하며 연거푸 말했다.

“손 청장님, 감사하다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런 말은 도리어 저의 진심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왼손으로 가슴을 몇 차례 힘껏 두드렸다. 그리고 나서 밖으로 나왔다.

저녁에 이 일을 동류에게 얘기했더니, 그녀가 말했다.

“어쩐지 간호원장이 나를 보고, 사(史) 원장의 분부라고 하면서 두 달 쉬라고 하더라니. 나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하고 생각했었지요.”

“당신네 사 원장이 며칠 전에 허락하지 않았던 것은, 당신이 일을 워낙 잘 하는데다 없으면 아쉬워서 그랬데.”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은 정말 말도 잘 하네요. 내가 아쉬워서 그랬다고?”

“아쉽다고 한 말도 일종의 말장난이지. 규칙을 어길 수 없다는 것도 일종의 말장난이고. 어떤 사람들은 이쪽에선 이런 말 하다가 저쪽 가선 저런 말 하는데, 이런 말 저런 말 모두가 다 일종의 말장난이야. 그놈의 말장난은, 말하자면 개 같은 것이어서, 높은 사람들 뒤만 따라다니고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뒤는 절대 따라다니지 않아. 그런 말장난까지 일부 사람들에 의해 독식되는 셈이지. 사실 말장난은 허튼 수작이고, 권력이 있어야 진짜야.”

동류가 말했다.

“당신 <해안의 폭풍우(海岸風雷)>라는 알바니아 영화 본 적 있어요? 거기서 무솔리니는 언제나 옳고, 과거에도 옳았고, 현재에도 옳으며, 게다가 영원히 옳은 것으로 나와요.”

“그 지위에서 내려오는 순간 바로 옳지 않은 게 되지.”

“하지만 어쨌든 당신은 손 부청장님한테 감사해야 돼요. 그분이 한마디 해주지 않았으면 계속 뛰어다녀야 했을 거고, 아이가 유산이라도 된다면 비참하잖아요.”

동류는 자기 배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되면 아이한테 미안하잖아요. 나는 벌써부터 이 아이를 한 사람으로 보고 있어요. 어떻게 생겼는지까지 벌써 그려져요, 당신 닮았어요.”

그리고 또 말했다.

“앞으로 손지화 부청장이 당신한테 무슨 일을 시킨다면 그건 당신을 좋게 보고 기회를 주려는 것이니, 당신 여전히 옛날처럼 그렇게 행동하면 안 돼요.”

“알았어. 안 그럴 거야. 내가 은혜도 의리도 모르는 소인배도 아니고 말이야. 내가 그럴 것 같아? 그러면 안 되지, 안 되고말고.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에겐 나도 잘해야지.”

나는 동류와 상의해서 아이를 낳으면 장모님을 성(省)으로 모셔 오기로 했다. 그렇게 하려면 방 한 칸이 더 있어야 했다. 산달(産月)이 다가오자 이 일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동류가 말했다.

“무슨 방법 좀 생각해낼 수 없어요? 방이 없으면 어머니도 못와요.”

나는 할 수 없이 행정과로 신(申) 과장을 찾아갔다. 내가 처음 위생청으로 올 때 그가 나에게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으니, 지금 가서 도움을 청해도 어느 정도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래 삼층에 마침 빈 방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으므로, 거기 가서 문제를 바로 해결해보려고 생각했다. 행정과에 가니 신 과장이 신문을 보고 있었다. 나는 분위기를 좀더 다정하게 하고 얼굴에 미소를 띠고 불렀다.

“신 과장님!”

“지 군.”

나는 그와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그는 여전히 두 손으로 신문을 잡고 시선을 내 손에서 옮겨 고개를 들면서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됐어, 됐어.”

“신 과장님, 요즘 어떠세요. 좋으시죠?”

“좋지, 좋아. 좋아? 어디 뭐 좋을 일이 있나?”

내가 말을 돌려서 방 얘기를 꺼내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무슨 일 있나? 말해 보게.”

“좀 귀찮게 해드릴 일이 있긴 한데요.”

“그렇지 않으면 자네가 날 찾아오지도 않았겠지.”

내가 사정을 얘기하자, 그가 말했다.

“자네 곤란한 점 우리도 알지만, 우리 곤란한 점은 자네가 모를 거야. 자네 심정은 우리도 이해하지만, 우리 심정은 자네가 이해한다고 장담 못하지. 자네 곤란, 자네 심정 이해한다고 해서 자네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건 아니야. 우선 방이 있어야지, 그렇지 않나? 그리고 방이 있어도 순서가 돼야지, 안 그런가?”

“어쨌든 저하고 장모님이 한 방에서 살 수는 없잖아요. 그건 비인도적이잖아요.”

“천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이 다 인도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 내가 이 의자에 앉아 있은 지 벌써 십일이 년이나 됐지만, 누구 한 사람 이게 비인도적이라고 말한 적 있는 줄 아나? 화가 나서 죽을 수 있다면 나는 아마 벌써 죽었을 거야. 하지만 애석하게도 사람은 화가 난다고 죽지는 않아. 모두들 참고 있는 거지. 그런데 어느 한 사람한테만 참으라고 한다면, 그것도 인도적이라고 할 수 있겠나?”

그는 화가 잔뜩 났지만 마음속으로만 원망하고 있던 참에 마침 내가 걸려든 것이다. 한 마디로 재수가 없었다. 하지만 방 문제는 사실 나로선 에돌아갈 수도, 회피할 수도 없는 문제였다. 나는 웃음을 띠고 말했다.

“신 과장님, 저한테 무슨 선입관 같은 거 있는 건 아니지요?”

“나는 누구한테도 선입관 같은 건 없네. 내가 어찌 감히.”

내가 말했다.

“제가 여기 처음 왔을 때 신과장님께서 저를 기숙사까지 데려다 주시고, 여관방에서 물건 날라 오는 것도 도와주시고 한 것 저는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기억 안 나네. 늙어서 기억력이 나빠졌어. 내가 무슨 일을 했었는지 사람들은 평소에는 다 잊어버리고 있다가 나한테 도움을 청할 때는 용케도 모두 다 기억해 내지.”

나는 여전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웃으면서 얘기했다.

“저의 특수한 사정을 좀 고려해 주실 수 없을까요?”

그는 내 말을 딱 자르며 말했다.

“자기 사정이 특수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사람, 여직까지 한 사람도 없었네.”

나는 그의 앞에 서서 정말이지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지만, 이를 악물고 계속 서서 웃으며 말했다.

“삼층의 그 방 비어 있지 않습니까?”

“자네 정보력도 꽤 괜찮다고 할 수 있네만, 아직 충분하지 못하군. 그 방은 이미 임자가 정해졌네.”

“그럼 방법이 없다는 말씀인가요?”

그가 한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말했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만약 내가 손으로 방을 빚어낼 수만 있다면야 방법이 있을 수도 있겠지.”

말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지만, 나는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 나는 한 발 물러나 소파 위에 앉아서 다시 무슨 말이라도 더 찾아서 해보려고 했다. 신 과장은 한편으로는 신문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고개를 돌려 아주 뜨거운 차를 마시며 긴 신음소리를 냈다. 차 맛을 음미하는 것 같기도 했고, 한숨을 내쉬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어색한 침묵을 피하기 위해서 나도 신문을 하나 가져다가 읽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들어와서 불렀다.

“신 과장님!”

그 목소리가 매우 귀에 익어서 뒷모습을 보니 정소괴였다. 신 과장은 곧바로 일어나서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아주 친밀하게 악수를 했는데, 신 과장은 나머지 한 손을 악수한 손 위에 얹었고, 정소괴도 그렇게 했다. 네 개의 손이 한 덩어리가 되어 힘껏 흔들어댔다. 정소괴가 말했다.

“신 과장님 저의 그 일은….”

신 과장이 그에게 눈짓을 하자 정소괴가 고개를 돌려서 나를 보고는 말했다.

“대위, 자네도 여기 있었군.”

나는 신문을 집어던지며 말했다.

“얘기들 나누세요, 얘기들 해요. 저는 갈 테니.”

나는 문을 나서면서 속으로 욕을 했다.

“소인배 같은 자식들!”

하지만 욕을 한들 무슨 소용이람. 방이 손에 들어와야 그게 진짜지. 그의 아내도 임신하고 있었으니, 정소괴도 분명히 방을 달라고 왔을 것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계산을 해보았다. 만약 정소괴가 다른 방을 원하는 거라면 상관없지만, 만약 삼층에 있는 그 방을 요구하는 거라면, 나는 안면 몰수하고 한번 맞붙어 싸우지 않을 수 없다. 동류는 그의 아내보다 한달 일찍 몸을 풀 예정이니, 그래야 원칙에 맞는 거다. 위생청에는 이 정도의 원칙도 없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오후에 다시 가서 이 말로 신 과장의 입을 틀어막고 그가 또 어떤 말장난을 치는지 봐야지. 나는 청에까지 문제가 시끄러워지는 것도 신경쓰지 않겠다. 연공서열(年功序列)로 따지더라도 내가 정소괴보다 일년 더 앞서니까.

사무실에 가서 참지 못하고 이 일을 윤옥아에게 털어놓자, 그녀가 말했다.

“당연히 먼저 자네를 고려해줘야지. 연공서열로 보나, 학력으로 보나, 아이의 출산일 선후로 보나, 모든 면에서 자네가 앞서 있잖나. 내가 자네라면, 안 되면 계속 위쪽에다 호소할 거야. 어디까지 호소하건 겁낼 게 뭔가. 위생청은 원칙을 무시하더라도 어쨌든 어딘가엔 원칙대로 하는 곳이 있겠지.”

나는 그녀의 말 속에 다른 의미가 들어있음을 눈치 챘지만, 그녀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나서 화장실에 갈 때 정소괴가 철제 아기 침대를 어깨에 메고 오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

“아직 아기도 안 태어났는데 침대부터 사 놓았구먼.”

“바겐세일을 하기에 그냥 샀지. 어쨌든 사야 할 거라서.”

방으로 돌아온 후 나는 맥이 빠졌다. 그는 침대를 어디로 옮기는 거지? 급히 내려가서 한번 살펴보았더니, 그가 막 삼층의 그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방으로 돌아와서 나는 힘껏 탁자를 몇 번이나 내리쳤다.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머리 속에 불이 활활 타서 새빨갛게 되는 그런 느낌뿐이었다. 또 다시 있는 힘을 다해 탁자를 몇 차례 내리치자 주먹이 화끈거리며 아팠다.

오후에는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행정과 문 앞에서 기다렸다. 신 과장이 왔으므로 나는 억지로 웃으면서 말했다.

“신 과장님.”

“자네 또 왔어?”

“제 문제가 아직 해결 안 됐는데요.”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 문제가 곧바로 해결될 수는 없지. 내 문제는 십년도 넘었지만 아무도 물어보는 일조차 없는걸.”

“저는 방이 필요합니다. 아마 다른 사람도 필요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어쨌든 원칙대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명분도 있어야 하고요. 만약 누군가가 저보다 연공서열도 높고, 학력도 높고, 그 사람 아이가 먼저 태어난다면, 그 사람한테 방을 주더라도 저는 이의가 없습니다.”

신 과장이 나를 바라보며 눈에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칙도 있어야 하고, 명분도 있어야 한다….”

그의 조롱하는 듯한 태도에 나는 매우 화가 나서 말했다.

“제 아내는 이번 주 아니면 다음 주에 아이를 낳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사람이 하나 더 많아지는데, 그 방을 한 사람이라도 식구가 더 많은 사람에게 줘야겠습니까, 아니면 더 적은 사람에게 줘야겠습니까?”

신 과장은 웃었지만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또 한 모금 한 모금 차를 마시며 길고 거친 신음소리를 냈는데, 마치 차 맛을 음미하는 것 같기도 했고 한숨을 쉬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소리에 나는 도저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다시 그 소리가 들려오자 나도 몰래 불쑥 말이 튀어나왔다.

“이런 원칙을요, 제 생각에는 행정과에서 분명하게 말해주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청에서 할 수도 있을 거고, 그리고 또 성에서 할 수도 있겠지요.”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성장(省長)이 엄청 심심한 모양이지, 이런 방 문제에까지 다 관여하고.”

말을 마치고 다시 웃었는데, 웃을 때 주름살이 귀뿌리까지 닿고 눈은 단추 구멍 모양이 되어버렸다. 그가 이렇게 웃으니 내 마음속이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았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었지만, 나의 자신감은 그 웃음소리에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는 하품을 쉬며 말했다.

“이 사람아, 내가 자네한테 어떻게 말해줘야겠나? 자네도 어쨌든 하늘나라에서 살다가 최근에 이 세상으로 내려온 건 아니잖아.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인가? 정소괴는 과장급 간부인 걸 자네는 알고 있나 모르고 있나? 대기 순서로 말하자면, 그가 자네보다 오 점은 더 많을 걸세!”

그는 이렇게 말하며 다섯 손가락을 쫙 폈다가 다시 차례대로 모으면서 말했다.

“오 점. 알겠나, 모르겠나? 자네는 아이가 아직 안 태어났다고 말했지만 어쨌든 태어날 거 아닌가. 자네 연공이 앞선 것은 일 점, 식구 수 많은 것은 삼 점이니, 합해 봐야 사 점이라고. 이건 나 신인민(申人民)이 혼자 맘대로 정한 원칙도 아니잖아? 자네 성에 찾아가서 얘기해 보게. 성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아마 그렇게 방 한두 개밖에 없는 사람들이 수두룩할 걸세. 우리가 어떻게 거기 사람들하고 비교할 수 있겠나? 사람이라고 어디 다 같은 사람일 수 있어?”

그가 이렇게 말하는 동안, 나는 멍하게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잠시 동안 나는 바보가 된 것 같았다. 그가 말했다.

“잘 생각해 보게. 돌아가서 잘 생각해봐. 생각해봐서 이해가 된다면 좋고, 사실 이해가 안 되면 다시 날 찾아와 토론하는 것도 환영이네. 청이나 성으로 찾아가도 괜찮아."
말하면서 그는 문 쪽을 향해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 나는 의지를 상실한 사람처럼 그의 손짓을 따라 문 밖으로 걸어 나왔다.

오후 내내 나는 사무실 책상 앞에 멍청히 앉아 있었다. 두 손으로 머리를 괴고는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윤옥아는 그런 나를 보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잠시 동안 우두커니 서 있다가 나갔다. 퇴근 시간이 다 돼서야 돌아와서 말했다.

“퇴근해야지!”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말했다.

“일이 잘 안 된 모양이지?”

나는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그 사람은 현재 과장급 간부래요.”

“그 일은 나도 알고 있었어. 그러나 과장급 간부이지 아직 과장은 아니잖아. 게다가 발령 문서도 아직 안 내려왔는데. 다음 주에나 내려올 거야.”

그 말을 듣고 나는 더욱 화가 났다.

“문서는 아직 안 내려왔는데 손부터 먼저 앞으로 뻗친 셈이군. 게다가 마침 그렇게 짝짜꿍이 잘 맞는 사람도 있고.”

“세상일이 다 그런 거야. 자네 힘으로 세상을 바꿔보려 해도 불가능한 일이지.”

“어째서 어딜 가든 사람들은 항상 말장난만 하는 거지요. 이쪽 가도 말장난, 저쪽 가도 말장난, 그놈의 말장난은 그가 기르는 개나 부리는 몸종처럼 항상 그 인간 엉덩이 뒤를 따라다녀요. 어디든 그의 이익이 있는 곳이면 그의 뒤를 바짝 붙어 따라다녀요. 언제나 그에 대꾸할 말 하나를 못 찾아서, 내가 하는 말은 모조리 남들의 말장난에 막혀버려요.”

“계속 말이 오고가다 보면 결국 막히게 되는 것은 그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이 막혀버리면 그들의 말장난도 끝장나게 돼.”

“어떤 사람들은 영원히 말장난만 하고, 어떤 사람들은 영원히 그 말장난에 희생만 당하고. 사람이 사람을 화 나 죽게 할 수도 있어요! 무솔리니 그 자식은 언제나 말장난만 했어요. 그놈을 잡아 죽이고 나서야 말장난이 끝났어요. 이 몸이, 내가, 아직 문서가 내려오지 않은 요 며칠 간의 틈을 이용해서 한바탕 크게 소란을 피우고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두고 봐야겠어요!”

“그건 한 번 싸워 보겠다는 말인데, 떫은 감은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지.”

책상을 내리치면서 내가 말했다.

“이 몸을, 나를 보아 줘요! 한번 지켜봐 달라고요!”

“지켜볼게, 지켜보고말고. 지군 자네도 그렇게 만만한 사람은 아니잖아.”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니, 소란을 피워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싸워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기도 전에 문서가 내려올 것이고, 어쩌면 더 빨리 내려올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되면 나 혼자 굴욕을 당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그의 말도 궁색해진다. 이것이 바로 세상이다.
나는 동류에게, 방이 없어서 더 기다려야겠다는 말만 하고 내가 오늘 겪었던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말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동류는 실망하여 고개를 떨구고 한참 동안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저녁때가 돼서 동류가 정소괴네 이사 사실을 알고서, 무슨 뉴스거리라도 되는 것처럼 나에게 말해주었다. 나는 처음 듣는 척하고 말했다.

“그래? 정말이야?”

“그가 무슨 빽으로 당신보다 앞에서 달리지? 당신은 석사 출신이잖아요.”

“그 사람 수완이 나보다 좋아서겠지.”

그녀가 나더러 행정과에 가서 물어보라고 했으나, 나는 대답을 적당히 얼버무려버렸다. 나중에 그 일을 다시 묻지 않은 걸 보고 나는 속으로 그녀의 관대함에 감동했다.

장모가 오시기 하루 전에 나는 방을 정리했다. 가구를 될 수 있는 대로 붙여서 배치하고, 어떤 물건들은 쌓아 두었다. 문 쪽에 조그만 공간을 만들어서 일인용 침대를 밀어 넣고, 두 침대 사이에다 커튼을 쳐서 서로 갈라놓았다. 동류가 말했다.

“정말 침대 하나가 더 들어가네요!”

“당신 어머니는 틀림없이 나를 욕할 거야.”

“그러지 않을 거예요. 어머니도 무슨 고급 따지는 사람도 아닌데요. 시골에서 평생 동안 고생하며 살았는데 이 정도 고생을 겁내겠어요?”

나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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