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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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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22>

요즘 세상엔 사기꾼만 진짜다

***22. 요즘 세상엔 사기꾼만 진짜다**

두 달이 지나자 동류의 배는 하루가 다르게 불룩해졌다. 나는 그녀가 이런 몸으로 어떻게 매일 복잡한 차를 타고 출퇴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만일 유산이라도 하게 된다면…. 이것도 하나의 생명인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자 몸이 떨렸다. 내가 나의 이런 걱정을 동류한테 얘기했더니, 그녀가 말했다.
“내 몸이 그렇게 약하진 않을 거예요.”

그때 나는 한 가지 소식을 들었다. 정소괴의 아내는 원래 어느 현(縣)의 농기계 공사에서 수납(收納) 일을 했었는데 지금은 성 인민병원으로 전근을 왔다는 것이다. 나는 마음이 흔들렸다. 만약 동류를 이곳으로 옮겨오게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출근하는 데 십 분밖에 안 걸리니 하루에 몇 시간이나 힘을 절약하는 건가. 조만간 이런 방향으로 머리를 굴려봐야지. 지금은 마침 말하기 좋은 이유도 있지 않은가. 나는 이 일을 가지고 며칠 동안이나 생각해 봤지만 누구를 찾아가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다른 사람에게 무슨 일을 부탁한다는 건 내겐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아직 행동에 옮기지도 않았는데 나는 가슴 속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윗사람의 집을 찾아가서 문을 두드려봐? 그 문턱을 넘기가 정말로 쉽지 않다. 자기 자신을 진흙탕 속으로 짓밟아 넣을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데, 내게 그런 용기가 있나?

그날 나는 마 청장님이 사무실 건물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마음이 흔들렸다. 그 일은 이미 지나간 지 일년도 넘었는데 그는 아직도 불쾌해 하고 있을까? 나는 한 바퀴 돌아서 그의 맞은편으로 걸어갔다. 우연히 만난 것처럼 가장하고 서서 얼굴에는 미소까지 짓고 불렀다.

“마 청장님!”

“어, 지군!”

마청장님도 내 이름을 부르며 멈추어 섰다.

그는 분명히 나의 얼굴 표정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물어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눈빛 속에서 일종의 쌀쌀한 기운을 읽어내고는, 마치 어떤 신비한 기계가 내 몸에서 용기를 다 뽑아내버린 것처럼, 모든 용기가 다 사라져버렸다. 내가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을 때, 마 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지나가 버렸다.

나는 온몸에 열이 나고 이마에는 땀까지 송송 맺히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훔치자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렸다. 다행히도 나는 아직 동류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았었다. 만약 얘기했더라면 이런 꼴을 당하고 어떻게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겠는가? 그리고 다시 며칠을 끌었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로였다.

그날 동류가 돌아와서 얘기했다.

“오늘 돌아올 때 차에서 내리는데 다른 사람이 밀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어요.”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조급하다 못해 쓰라렸다. 나 자신을 닦달해서라도 한 번 더 시도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므로, 한 번 시도했다가 안 되더라도 나 또한 스스로에게 할 말은 있었다.

여러 날 동안 나는 속으로 이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동류가 나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느냐고 묻기에 말했다.

“왠지 모르게 그냥 기분이 안 좋아. 주변에 윙윙거리며 물어대는 모기라도 있는 것 같이, 아무리 쫓아내려고 해도 안 돼.”

그날 정오에 나는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러 갔다가, 어떤 사람이 꽃을 팔고 있는 것을 보았다. 화분에 심어져 있는 그 꽃이 하도 예쁘기에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

“이게 무슨 꽃이지요?”

그 사람이 대답했다.

“전란(箭蘭:꽃자루 난)이란 꽃이오.”

“하나에 얼마 하지요?”

“당신 정말 사려는 거요, 아니면 그냥 물어보는 거요. 정말로 살 거라면 삼십오 위안에 주겠소.”

“삼십오 위안요? 잘못 말한 거겠지요.”

“진귀한 꽃이라오. 벨기에 산 품종인데 최근에 수입해온 거요. 이 솟아나온 꽃자루 좀 보시오. 꼭 붓대처럼 곧게 뻗었잖아요?”

“십 위안이면 되겠네.”

이렇게 말하며 가려고 하자 그 사람이 황급히 손짓하며 말했다.

“천천히 가요. 다시 이 꽃자루 좀 보시오. 꼭 붓대 같잖아요? 내가 한 발 양보할 테니 십오 위안만 주시오. 진귀한 꽃인데 어떻게 십 위안을 부를 수 있소. 십 위안을 부르다니, 나한테는 몰라도 이 꽃한테 미안하잖소.”

“그렇게 많은 돈은 안 가지고 있는데.”

그리고는 떠나갔다. 그 사람은 내가 정말 가는 것을 보고는 다시 뒤에서 불렀다.

“가져가요, 가져 가. 상품이 목적지에 닿으면 똥값이 된다더니…, 본전만 건질 수 있으면 팔아야지.”

나는 그 꽃 화분을 바구니 안에 담았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집에 와서는 창틀 위에 올려놓고 물을 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진귀한 품종의 꽃일 수도 있어. 진귀한 꽃도 이렇게 값이 왕창 깎일 수가 있군.”

그 꽃을 보고 있다가 나는 갑자기 가슴이 뛰었다. 이런 진귀한 꽃도 값이 깎이는데, 나는 무슨 진귀한 품종도 아니면서 왜 나 자신의 값을 깎지 못하지?

나 자신을 무슨 진귀한 품종의 꽃으로 생각하는 게 가당키나 하냐?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뭘 믿고 값을 못 깎아주겠다고 뻣뻣하게 구는 거야! 그 꽃 파는 사람처럼, 나도 파는 게 목적이고 전부인 거야.

이렇게 결심하고 청의 윗사람들을 하나하나 생각해 보니, 손지화(孫之華) 부청장이 그래도 나하고 마주칠 때 반갑게 대해 주었던 것 같았다. 그를 찾아가서 한번 시도해봐? 누가 뭐라고 해도 동류는 정소괴의 부인보다는 조건이 좋지 않은가.

한번은 동류가 야간 근무할 때 따라가 봤는데, 병원에 입원해 있는 갓난아이에게 링거주사를 놓아야 하는데, 두 간호사가 연달아 네 번이나 주사바늘을 찔렀으나 혈관을 찾는 데 실패하자 급히 응급실로 동류를 불러갔다. 갓난아이의 부모는 마구 화를 내면서 원장을 불러오라고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동류는 단 한 번에 주사를 놓는 데 성공했다. 나는 손 부청장을 만나는 자리에서 그 얘기를 꺼내볼 생각이었다. 이것은 조금도 과장이 아니었다.

그 다음날 출근해서 나는 곧바로 손 부청장을 찾아갔다. 사무실 문 앞까지 가서 문을 밀고 들어가려 했지만,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망설였다. 사람이 있으면 말을 꺼내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었다. 만약 사람이 있으면 일을 마친 후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다시 복도 입구로 가서 바라보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는데 아래쪽에서 누군가가 올라오고 있었으므로 나는 아래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올라오고 있는 사람은 정소괴였다. 그는 아주 반가워하며 말했다.

“대위, 정말 오랫동안 이쪽으론 안 오더니, 옛 친구를 잊어버린 건가?”

“좋아, 다음에 올게.”

그리고는 계속 걸어서 내려갔다.

“옛 친구를 잊어버린 건가?”그 말을 곰곰이 되씹어보니, 이것은 우월한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의 말이었다. 약자의 처지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나? 누가 너의 오랜 친구인가? 제멋대로 지껄인 말 한 마디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그 속에서 어떤 관계, 어떤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나 지대위가 뭐 모자란 것도 없는데 어쩌다가 조직 속에서 이런 위치에 놓여버리게 된 거지? 말하자면, 이것은 나 자신을 똥값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제기랄! 사람은 자기를 무슨 진귀한 품종인 양 생각해서는 안 되는데.

계단을 몇 차례 오르내리다가, 나는 손 부청장의 사무실에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문 앞으로 가서 두 손을 엉덩이 뒤로 가져가서 공기펌프를 잡고 공기를 불어넣는 동작을 취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정말 용기가 좀 솟는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노크를 한 후 손잡이를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여자였는데 내 쪽으로 등을 향하고 있었다. 의외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때,

손 부청장이 말했다.

“지군, 무슨 일이야?”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더듬더듬 사정을 말했다. 원래 말하려고 준비했던 얘기의 반은 까먹어버리고,“동일침”(董一針)이란 별명에 대한 설명은 꺼내보지도 못했다. 손 부청장이 말했다.

“지금 모든 사업부서들의 편제가 다 빡빡해. 성 인민병원 같은 경우는 더하고. 원칙상 우리 시에서는 관여 안 해. 많은 직원들의 가족이 외지에 나가 있지만 하나도 해결 못해 주고 있어, 그렇지 않나?”

듣고 보니 농담이 아니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동류가 매일 배를 내밀고 복잡한 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게 너무 위험해서요.”

“내가 조금 있다가 경(耿) 원장한테 전화해 볼께. 그가 된다고 하면 되는 거고.”

나는 얼른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 순간 그 여자가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보면서 웃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굴문금이었던 것이다. 나는 당황하여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짜내어 보이고는 도망치듯 뛰어나왔다. 그 짧은 몇 분 동안 나의 와이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어버렸다.

오후에 나는 윤옥아(尹玉娥)에게 도서실에 간다고 말하고는 나와서 자전거를 타고 성 인민병원으로 갔다. 가면서 나는, 만약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으면 내일 동류를 데리고 와서 인민병원을 구경시켜 주고, 희망이 없다면 그녀에게 말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아내 앞이라 해도 나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전히 그녀가 나에 대해 일종의 환상을 품고 있도록 하고, 나를 완전히 간파하지 못하게 해야지. 만일 희망이 있다면 이 또한 그녀에게 의외의 기쁨을 주는 것이 된다.

병원에 가서 물어보니 경 원장은 회의에 참석중이라고 해서 나는 밖에서 기다렸다. 기다리다가 갑갑해지면 이리저리 걷다가 주사실에 간호원들이 이미 네댓이나 있는 것을 보고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없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리고 정소괴의 아내가 접수실에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녀도 나를 보더니 큰 소리로 불렀다.

“지, 지….”

망설이더니 결국에는 말했다.

“지 간부님, 검사받으러 오셨어요?”

나는 그 호칭이 아주 웃긴다고 생각했다. 여태 나를 그렇게 불러준 사람은 없었다. 만약에 내가 정말 간부라면, 가령 과장만 됐다 하더라도, 문제는 곧바로 해결됐을 것이다.

내가 말했다.

“바깥어른을 못 본 지가 오래 됐는데, 잘 지내죠?”

“잘 지내기는 뭐가 잘 지내요. 하루 종일 남의 심부름이나 하고 다니는 걸요.”

“곧 좋아질 거요, 곧.”

“다들 곧, 곧, 하는데, 그 말을 벌써 얼마나 오랫동안 들었는지 몰라요. 그 사람의 경우 곧(快)은 사실은 늦은(慢) 거예요.”

어떤 사람이 접수를 하러 왔으므로, 나는 그곳을 떠났다.

두 시간을 기다려서야 회의가 끝났다. 경 원장이 나오자 어떤 사람이 그를 따라가며 얘기를 하였다. 나도 뒤에서 따라갔다. 사무실 문 입구에 이르러 그 사람이 갔으므로, 나는 재빨리 바짝 쫓아가서 먼저 손 부청장 얘기를 꺼내고, 나를 소개하고, 사정 얘기를 했다. 경 원장이 말했다.

“손 청장이 전화로 자세히 설명해 주더군. 자네 문제도 역시 문제긴 하지.”

나는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문제입니다. 정말로 문제입니다.”

“그러나 나더러 자네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면, 나도 영 곤란한데.”

나는 곧 말투가 이상하다는 걸 알았지만, 두서없이 한 차례 동류를 소개하고, 그녀가“동일침”이란 별명을 가지게 된 내력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도 그는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고 말했다.

“자네도 알겠지만, 우리 이 병원은 위치도 좋은데다가 성청(省廳) 직속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려고 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사람만 해도 열 명이 넘어. 나도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고 있어. 간호사 한 사람이라고 대수롭잖게 보지 말게. 어느 곳에 사람 하나 끼워 넣기가 결코 쉽지가 않아.”

“동류가 배를 내밀고 복잡한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은 정말로 위험합니다. 며칠 전엔 차에서 내릴 때 누가 밀쳐서 넘어질 뻔까지 했습니다.”

경 원장은 나를 보더니 말했다.

“정말로 그렇게 위험한가?”

“그 일은 동류의 직장 동료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요즘은 뭐든지 다 가짜여서. 약까지 가짜가 있고, 사기꾼만 진짜이지.”

나의 가슴 속이 부들부들 떨려왔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말했다.

“경 원장님은 제 말을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믿지. 누가 안 믿는다고 했나? 나는 정말로 믿고 싶다네.”

그리고 또 말했다.

“다시 생각해 보면서 기회를 기다려 보도록 하지. 어때?”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는 곧바로 나와 버렸다. 비가 내렸다.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달렸지만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위생청에 돌아와 보니 모두 퇴근하고 아무도 없었다. 나는 나 자신을 사무실에 가두어 놓고 벽에다 머리라도 들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다니, 너는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구나! 그 사람한테 동류가 차를 타는 게 위험하다고 말해본들 그게 무슨 소용이야? 동류가 그 사람 아내도 아닌데. 뭐라고? 사기꾼만 진짜라고? 내가 이런 말까지 다 들어야 하다니, 정말 비참하구나! 정소괴가 해낸 일을 나는 해낼 수 없다니, 비참하구나, 비참해!

나는 이 두 차례의 만남을 통해서 분명히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의 자리를 옮긴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고, 그것은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지는 절차이며, 그 절차의 기초는 자기의 지위이다. 지위가 없으면 아무도 나를 상대해 주지 않는다. 나는 갑자기 눈을 감고 두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힘껏 움켜쥐고 위쪽으로 밀어 올렸다. 마치 나 자신을 지면에서 뽑아 올리듯 손에다가 힘을 한 번 주자 양 다리가 지면 위로 한 차례 뛰어올랐다. 그리고 입 속으로 외쳤다. “너는! 너는! 넌!”이렇게 뛰면서 청개구리 한 마리가 된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다시 손에다가 힘을 주어 더 높이 뛰어오르면서 소리쳤다.

“개골! 개골! 개골!”

집에 돌아오니 동류는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온 몸이 젖은 채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국자를 내던지고 나를 바로 침상 옆으로 끌고 가서 수건으로 내 머리를 닦아주고, 그리고 또 갈아입을 옷을 찾으러 가면서, 어쩌자고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왔느냐고 원망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그녀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서 수건을 잡고 머리를 닦는 척하며 한 번 힘껏 문질렀다. 밤에 안지학 선생님이 아래층에서 바둑 두러 오라고 큰 소리로 불렀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 나는 동류 옆에 있어 주어야 했다. 잠자리에 든 후 동류에게 말했다.

“이후에는 내가 자전거로 3번 버스 시발점까지 데려다 줄게. 그러면 차 안에서 안 부대끼고 자리에 앉아 갈 수 있을 거야.”

원래 나는 그녀가 나를 번거롭게 하지 않으려고 그만두라고 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녀는 즉각 대답했다.

“그러면 당신이 너무 힘들지 않겠어요? 매일 나처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며칠 전에 넘어질 뻔하고 나서 사실은 나도 이러다 아이를 잃어버리지나 않을까 하고 무서웠어요. 아이도 한 사람인데, 그리고 벌써 움직이는데…. 이 아이도 살아갈 권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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