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2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21>

동일침(董一針)

***21. 동일침(董一針)**

동류는 다른 일에 대해서는 흥미가 없었고 오로지 생활에만 관심을 쏟았다. 그녀는 바둑도 두지 않고 카드놀이도 하지 않았으며, 마을을 다니지도, 모임에 나가지도 않고 집 안에만 박혀 있었다. 결혼 후에는 내가 바로 그녀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그녀는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고,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밥상을 차렸다. 매일 무슨 반찬거리를 얼마나 살지를 하루 전날 일력(日曆)에다 적어 놓으면, 내가 점심 때 회사에서 돌아와 그 종이를 찢어 장바구니 안에 넣고 시장에 가서 재료를 샀다. 사다 놓으면 그녀가 저녁에 돌아와 그것으로 요리를 했다.

내가 말했다.

“간단하게 먹고 살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녀는 대꾸했다.

“그렇게 살려면 뭣 하러 살아요?”

나는 그녀 말대로 따랐다. 어쨌든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는 일이었다. 동류가 말했다.

“당신은 지난 몇 년 동안 줄곧 식당 밥만 먹은 게 억울하지도 않아요? 내 임무는 바로 당신의 지난 몇 년간의 억울함을 보상해주는 거예요.”

내가 말했다.

“식당 밥 먹는 게 뭐 별거야. 지옥에라도 가냐?”

그녀는 불쾌해 하며 말했다.

“나는 식당 밥 냄새만 맡아도 속에서 넘어올 것 같아요. 그게 좋다면 혼자 가서 드세요. 저녁에는 일인분만 만들게.”

저녁에는 그녀가 특별히 신경 써서 요리를 만들었기 때문에 족히 한두 시간은 복도에서 보냈다. 그리고 난 후 요리를 들고 와서는 말했다.

“한번 맛 봐요. 샤오차오로우쓰(小炒肉絲: 잘게 썬 고기를 살짝 볶은 요리)에요. 식당에서 먹어본 적 있어요?”

내가 맛있다고 하자, 그녀가 말했다.

“정말이에요? 아니면 거짓말 하는 거예요?”

나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녀는 다시 말했다.

“거짓말이라도 상관없어요. 거짓말도 몇 십 년 듣다보면 진짜가 되겠지.”

그녀의 제일 큰 소원은 자기 주방을 갖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주 말했다.

“주방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슨 공산주의라도 꿈꾸듯, 그녀는 자신의 주방을 꿈꿨다. 한번은 그녀가 수돗가에서 설거지를 한 후 물에 그릇을 담근 채 들고 오다가 복도에서 이웃 사람과 부딪쳐서 그만 그릇도 박살나고 온 몸에는 물을 뒤집어쓴 적이 있었다. 이웃 사람이 그녀에게 무슨 말을 했지만, 그녀는 대꾸도 안 하고 방에 돌아와서 고개를 숙인 채 눈물만 닦아냈다.

“그 여자가 도리에 안 맞는 말을 하거든 앞으로 상대도 하지 마.”

그녀는 계속 눈물을 닦고 있었다. 한참 후에야 나는 그녀가 마음 아파한 것은 그 깨어진 그릇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됐어, 뭐 그런 걸 가지고. 다시 생길 거야. 주방도 생길 거고 화장실도 생길 거야. 모든 게 다 좋아질 거야.”

그녀는 온순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정말이죠?”

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져서 우물거리면서 말했다.

“어찌 거짓말을 하겠어?”

그리고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아이가 몇 살이나 되도록 아직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잖아.”

그 말은 나 자신을 위로하려고 한 말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러웠다.

동류는 특별히 위생에 신경을 썼다. 여러 차례 그녀가 말했다.

“누가 설계한 건지, 화장실을 수돗가에 붙여 놓아 그릇에 고약한 냄새가 다 배게 만들고.”

그녀는 자주 물통을 들고 가서 화장실을 씻어 내렸다. 그녀가 가정살림을 맡아서 하고 싶어했으므로 그녀에게 맡겼다. 나의 월급 178위안에 그녀의 123위안을 합해봐야 301위안, 이 적은 돈의 가계를 맡는 것에도 그녀는 엄청난 흥미를 가졌다. 매달 월급을 받으면 나는 10위안을 용돈으로 가지고 나머지는 전부 그녀에게 주었다. 그녀는 보통예금통장(活期存折)에 돈을 저금했는데, 10위안 찾으려고 한 번 가고, 20위안 찾으려고 또 가는 식이었다.

“자기와 은행 사람들, 귀찮아 죽을까봐 걱정된다.”

“나야 한가한데 뭐. 이자가 붙잖아요.”

결혼 후 첫 번째 설을 맞게 되었을 때였다.

“당신 이름으로 집에 돈 좀 부쳐도 될까요?”

그녀의 아버지는 시골 우편배달부였고, 어머니는 하는 일이 없었다. 내가 말했다.

“당신이 부쳐. 나한테 묻지 말고.”

그녀는 얼마나 부치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당신이 결정해.”

다음날 그녀는 우체국에서 송금의뢰서를 들고 와서는 나에게 빈 칸을 채워 넣으라고 했다.

“이렇게 여러 차례 왔다 갔다 할 게 뭐 있어. 당신이 부치면 그만인 걸 가지고.”

“당신이 써넣어야 당신이 부친 거라고 믿을 거예요.”

주소를 다 쓴 다음 내가 말했다.

“얼마 부치지?”

“30위안, 괜찮지요?”

“30위안으로 뭘 한다고. 60 쓸게.”

그녀는 연필을 쥔 나의 손을 잡고, 양말 속에서 통장을 꺼내 한 번 본 다음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러면 40 써요.”

나는 50을 적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러면 이번 설 때는 절약 좀 해야겠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그렇게 기름지게 보내지 말아요.”

동류가 하는 일은 주사를 놓는 것이었다. 나도 가서 몇 번 봤는데, 그녀는 하루 종일 한 자리에 앉아서 몇 가지 동작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의 주사 놓는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나는 그녀가 주사 놓는 데 실패해서 두 번째 바늘을 찌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한 할머니는 장기간 투병하느라 혈관이 약해져 주사를 한 번 만에 제대로 놓을 수가 없는 상태였으나, 동류가 그 일을 맡은 이후로 한 번에 끝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 할머니는 동류를“동일침”(董一針)이라고 불렀는데, 그 호칭이 병원 전체에 퍼져 많은 의사들까지 그녀를“동일침”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다른 간호사들은 여전히 그녀를“동류”라고 불렀다. 나는, 하루 종일 그렇게 한 가지 일만 반복하면 지겹지 않으냐고 물어 보았다.

“지겹지 않아요.”

내가 말했다.

“하긴, 모(毛) 주석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서에 사인만 했고, 당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사만 놓으니, 두 사람 모두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가지 일만 하는 거군.”

동류하고 같이 있을 때 나는 그녀가 추상적인 것에 관해 생각하는 일은 볼 수 없었다. 나는 그 점이 약간 유감스러웠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으니 어쨌든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생활보다는 의의(意義)에 더 관심을 갖지만, 그녀는 의의보다는 생활에 더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나와 달랐다. 내가 몇 번이나 그녀에게, 사람은 마땅히 의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얘기하자, 그녀가 반문했다.

“의의를 추구하는 것이 또 무슨 의의가 있어요?”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묻는다면, 사람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소.”

“그런 걸 가지고 자신을 괴롭힐 필요가 어디 있어요?”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사람인 거요.”

한번은 그녀가 다니는 병원에서 가족들과 함께 대엽산(大葉山)으로 야유회를 갔다. 저녁 때 산 위에 있으니 봄철이어서 바람이 무척 셌다. 나는 그녀와 큰 나무 아래에 앉았다. 그녀가 춥다고 해서 나는 그녀를 꼭 껴안아 주며 말했다.

“하늘의 저 별들 좀 봐요.”

“보고 있어요.”

“저 별들은 저기에 걸린 채 몇 십억 년을 보냈어. 사람은 기껏해야 몇 십 년 살지만, 그건 몇 십억 초도 안 돼. 한 사람이 몇 십 년을 산다고 생각하면, 언뜻 생각하면 꽤 오래 사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만여 날(日)밖에 안 돼. 나 같은 경우는 벌써 만여 날을 살아버렸으니, 생각해봐, 얼마나 무서운가.”

“생각 안 해요.”

“사람이 별을 생각해 보고 다시 자기를 생각해 보면, 그러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돼.”

“별을 생각 안 해도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어요. 지대위의 아내, 그게 저의 존재예요.”

“동류, 당신은 뭐든 확실한 것만 생각하는데, 그래도 당신은 반(半) 지식인이잖아.”

그녀는 벌떡 일어나 내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내가 교양이 없다고 싫어하는 거죠? 말해 봐요!”

“더 당기면 귀 떨어지겠어!”

그녀가 손을 풀며 말했다.

“별을 생각해본들 무슨 소용 있어요? 말해 봐요.”

나는 다시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사람은 어쨌든 자기한테 쓸모없는 일도 생각해봐야 돼. 안 그러면 어떻게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어?”

“들어도 모르겠어요. 나더러 별을 생각하라고 하기보다 차라리 주방 일을 생각하라고 하는 게 나아요. 별을 생각해서 뭐 해요?”

“그것 역시 인생의 도리이지.”

“알았어요.”

그리곤 다시 내 품에 안겨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산바람을 쐬며 별들이 반짝이는 것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한없이 넓고 아득한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마음의 평정(平靜)을 얻을 수 있다. 생활 속의 온갖 자질구레하고 시시껄렁한 것들 때문에 가슴 졸이고 불안해하며 사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무슨 의의가 있을까?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나는 마음으로 느낄 수는 있지만 설명하기는 힘든 영혼의 공간이 진실로 존재한다는 것을 점점 더 확신할 수 있었다. 그 공간은 세속 세계와는 다르다. 가치도 다르고, 원칙도 다르고, 안목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 다르다. 그것은 완전히 다른 어떤 세계이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나는 어떤 큰 기운을 얻었다. 그 기운으로 나는 “눈을 밟아도 흔적이 없고, 물을 밟아도 자국이 없는” 인자(忍者)가 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다. 마음의 평정은 일종의 최고의 가치이다. 그것은 성자(聖者)의 성스러움이며, 인자의 인내함이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무한(無限)과 통하는 것이다.

동류의 유일한 취미는 쇼핑이었다. 꼭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했다. 어느 날 그녀가 돌아와서, 마음에 드는 외투를 하나 보았는데 연한 남색 천에 아래쪽에는 옅은 노랑색 꽃무늬로 테를 둘렀는데 감촉도 아주 부드럽다고 했다. 그녀가 한참 동안 얘기하기에 내가 말했다.

“그렇게 좋으면 사 가지고 오지.”

“당신이 좋아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나 혼자 좋아하면 뭐 해요?”

“당신이 좋으면 나도 좋지.”

그녀는 나에게 달려들어 내 목을 감싸며 키스를 했다. 그러면서 나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로 말했다.

“75위안이나 해요.”

“75위안이면 75위안이지, 200위안도 아니잖아.”

그녀는 통장을 끄집어내어 보더니 한참 있다가 말했다.

“역시 그만둬야겠어요. 평생 그렇게 비싼 옷은 입어본 적이 없는데.”

다음날 다시 그 옷 얘기를 하기 시작하더니 나를 끌고 한번 같이 가보자고 했다. 내가 말했다.

“돈 가지고 가.”

“먼저 보고나서요.”

그녀가 입은 것을 보니 정말 괜찮았다. 일종의 고상한 분위기까지 있었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렇게 입으니 진짜 새색시 같네.”

“그러면 눈 찔끔 감고 이 옷 사버려야지. 그런데 애석하게도 오늘은 돈을 안 가져왔네.”

돌아오는 길에 계속 그 일을 나와 의논했다. 잠자리에 들 때까지 그 얘기를 계속했다. 이불 속에서도 손을 내밀어 통장을 꺼내 보면서 입 속으로 중얼중얼 무슨 뜻인지 모를 말을 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다음 달에 사야지. 다음 달에는 망설이지 않을 거야.”

“사고 싶으면 사. 자신에게 너무 인색하지 말아.”

“인색한 것도 나의 권리에요.”

“당신의 특허이기도 하지.”

“저는 저 자신에게 인색하려고 해요. 제가 원해서 하는 거예요.”

그 후 나는 그 외투 일을 잊어버렸고 동류도 다시 꺼내지 않았다. 어느 날 상가를 지나가고 있을 때 갑자기 그 옷 생각이 나서 위층으로 뛰어올라가 보았더니 그 옷이 아직 그대로 있었다. 게다가 나의 가슴을 설레게 한 것은 가격을 35퍼센트나 내려서 49위안에 팔고 있었다. 저녁에 그녀가 돌아왔을 때 나는 이 소식을 말해주었다. 그런데 천만뜻밖에도 그녀는 담담하게“됐어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내가 말했다.

“당신이 이번 달에는 꼭 산다고 말했잖아. 게다가 49위안이면 그렇게 큰 돈도 아니고.”

“아마 다른 데 돈 쓸 일이 많아질 것 같아요.”

“당신 목돈 만들어 냉장고 살 생각이야?”

“아마도 다른 일이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자, 그녀가 말했다.

“당신 혼자 생각해 봐요.”

“생각 안 나는데.”

“그건 당신이 관심이 없어서 그래요. 관심만 있다면 곧바로 생각해 낼 수 있어요.”

나는 그녀의 생일이 언제인지, 결혼기념일이 언제인지 생각해 보았다. 모두 아니었다. 그녀는 손을 펴서 손바닥을 내 손바닥에 붙였다. 촉촉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 눈빛 속에 이상한 광채가 있었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어 말했다.

“설마, 설마하니, 혹시 당신….”

내가 한 손으로 그녀의 배 위로 둥근 선을 그리자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떨구고 부끄러운 듯 웃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입을 약간 삐죽 내밀면서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녀를 끌어당겨 그녀의 팔을 한 번은 살짝 한 번은 세게 물어주었다. 그녀는 아프다고 아아, 소리를 질렀으나, 그 소리가 오히려 나를 자극해서 다시 몇 입 더 물고 나서야 놓아 주었다. 그녀가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 집은 세 식구예요. 당신의 자리는 첫째에서 둘째로 내려갔어요. 너무 실망하지 말아요.”

“내가 자기 아들하고 서열 다툼이나 할 것 같아? 다른 사람하고도 귀찮아서 안 싸우는데.”

“아들인 줄 어떻게 알아요?”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거야.”

그 후부터 그녀는 매일 일어나기 전과 잠자기 직전에 침대 가장자리를 손으로 쳤다. 이것은 그녀 고향의 풍속으로, 그렇게 계속 치면 아들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말했다.

“명색이 의학을 공부했다는 사람이…. 그 한 순간에 이미 결정되어 버렸어.”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치는 일을 계속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