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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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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16>

원칙은 밀가루 반죽과 같다

***16. 원칙은 밀가루 반죽과 같다**

유 주임이 병이 나서 성 인민병원에 입원했다. 인사처의 가(賈) 처장이 사무실로 와서 말했다.

“유 주임의 병이 가볍지 않아. 퇴원한 후에도 한동안 요양을 해야 할 거야. 그 동안 사무실을 끌고 갈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외부인사를 데려 올 필요까지는 없다는 게 청의 뜻이야. 자네들 둘은 모두 업무에 익숙하니 누가 끌고 가든 끌고 갈 수 있지 않겠어? 지대위는 근무태도가 진지하고 힘들다고 불평 한 번 한 적 없었지. 하지만 정소괴가 근무경력이 좀 더 오래 되었으니 그에게 짐을 한 번 맡겨 보면 어떨까?”

가 처장은 입으로는 정소괴를 말하면서 눈은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말했다.

“조직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가 처장이 말했다.

“정소괴는 감당할 자신 있나?”

정소괴는 얼굴까지 빨개져서 흥분을 누르며 말했다.

“조직에서 결정한 일이라면, 제가 다시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습니까.”

가 처장이 말했다.

“지대위, 잘 협조해서 일해 주게.”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결정되었네.”

그리고는 돌아갔다.

정소괴가 주임 대리를 맡게 되자, 그는 하루 종일 무슨 전기라도 통한 것처럼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그는 언제나 동작과 어조를 통해 사무실에 찾아온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의 신분이 변했다는 것을 드러내 보였다. 나는 그 인간을 훤히 꿰뚫고 있었으므로 그의 태도에 들어 있는 연기들을 똑똑히 간파할 수 있었다. 그는 아주 그럴 듯하게 지시를 받고, 보고를 하고, 나에게 몇 가지 일을 시켰는데, 말로는 어찌어찌 해달라고 정중히 부탁하는 것처럼 말했으나, 그 어조에서는 의논이 용납되지 않는 권위를 풍기고 있었다. 그런 그의 연기를 나는 아예 무시했지만, 그렇다고 그의 지시를 받지 않을 수도 없었고, 그의 그런 태도가 정말로 견딜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반항할 수도 없었다. 그 지시나 지시하는 말투가 틀렸다고 딱히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소인배 놈, 꼬리나 흔들고 이빨이나 드러내는 놈이 나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다니!

나는 정말로 엄청난 난감함과 상실감을, 그리고 동시에 권력의 귀중함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보잘 것 없고 더구나 대리자로 행세하는 권력이었지만 말이다. 나는 나의 자존심과 프라이드를 지키기 위해서 대세에 순응하기를 거부했지만, 그러나 자존심을 굳게 지키려고 생각하면 할수록 자존심만 더욱 상처를 입었다. 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어떤 것에 코가 꿰어버렸다.

정소괴가 나를 도령현(道寧縣)으로 출장을 보냈다. 그곳은 성에서 가장 외진 산골이다. 돌아오는 길에 차가 막혀서 답답한 차 안에서 하루 종일 햇볕을 쬐는 바람에 더위를 먹었다. 동승했던 사람이 나를 부축해 차에서 내려 목에 생수를 부어 주고 동전으로 등이 충혈될 때까지 긁어 독소를 뺀 다음에야 겨우 회복되었다. 새까매진 얼굴로 돌아온 그날, 그는 또다시 나를 화원현(華源縣)으로 출장 보내려고 했다. 내가 말했다.

“칠팔 일 동안이나 출장 갔다 돌아와서 아직 숨도 제대로 못 돌렸는데!”

나는 등에 동전으로 긁은 흔적을 보여주려다가, 그에게 하소연 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너무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아 참았다. 그는 미소를 띠고 말했다.

“우리 두 사람뿐인데, 나는 일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고 화원현의 일은 또 안 갈 수도 없으니 자네가 고생 좀 해줘야겠어. 돌아오면 자네에게 휴가 하루 줄 테니.”

만약 그때 가(賈) 처장이 딱 확정지어 말하지만 않았더라면, 자네 그 일은 내가 할 테니 자네가 다녀오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그럴 지위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 사실이 나를 의기소침하게 했다. 나는 지위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지위도 없으면서 자존심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나는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화원현으로 출장을 갔다. 그것은 나에게 맡겨진 일이었으므로 나는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유 주임의 지시였다면 이런 굴욕감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소괴의 지시였다! 나에겐 그 일이 얼마나 고생스럽고 힘든 일인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나더러 저따위 놈을 상관으로 대하라니, 내 심리적 수용능력은 아직 그 정도로 강하지가 못했다.

화원현에 도착하니 현 위생국 간부들이 그래도 성에서 온 사람이라고 나를 잘 대접해 주어서 마음이 약간은 누그러졌다. 이것만 봐도 정말이지 지위는 참 중요한 것이다. 이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신화(神話)이자 부드러운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은 반드시 역학관계(力學關係)에 입각해서 다른 사람과 대화한다. 이것도 정말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정소괴는 이러한 현실을 알고 이런 역학관계에서의 우위를 점하는 데 전력(全力)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이러한 현실을 알고는 있지만, 그런 식으로 행동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어쩌면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의 혈관 속에 흐르는 어떤 신비한 힘이 나로 하여금 이 잘못을 수정하지 못하도록 나라는 인간을 규정지어 놓았다. 결국 사람은 자기 자신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화원에서 돌아오자 정소괴가 말했다.

“때맞춰 돌아왔구먼!”

알고 보니, 그는 수원(隨園)호텔에 가서 문건 초안 작성에 참여하고 싶었는데, 사무실 지킬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걱정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 말을 듣자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첫 번째, 두 번째 출장은 모두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나를 보내 놓고, 이제 좋은 일이 생기니까 시간이 생겼다는 것인가! 일개 대리 주임인 주제에, 정식 발령을 받은 것도 아니면서, 마치 길을 가면서 다 먹어치워 남기는 것이라고는 배설물밖에 없는 흰개미처럼 자기를 위한 기회만 찾으려고 눈이 시뻘개져서 크고 작은 모든 기회를 독식하려는 후안무치한 놈! 이 놈은 무슨 짓이든 할 놈이다. 무슨 짓이든 할 놈이야. 나는 손해란 손해는 다 보면서 벙어리로 살아야 한단 말인가? 누구한테 하소연 하지? 뭐라고 얘기하지? 다른 사람들은 아마 내가 너무 까다롭게 따진다고 말할 것이다. 저놈은 어떻게 해도 다 괜찮고, 나는 한 마디 입도 뻥긋해선 안 되고. 이건 정말 누가 설계해 놓은 상황인지 모르겠다. 정말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빠져버렸다. 정말 황당하다. 이 상황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 여기에서 빠져나갈 유일한 방법은 온갖 방법을 찾아내어 거물이 되는 길뿐이다.
내가 말했다.

“일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면서 어떻게 자네가 가겠다는 건가?”

“하고 있던 일들은 요 며칠간 서둘러 끝냈네.”

그리고는 별다른 의미는 없다는 듯이 말했다.

“청에서 결정한 거라서, 내가 갈 수밖에 없네.”

정말 그에게 몇 마디 쏘아주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뱃심이 없었다. 내가 아무 소리 않고 있자 그는 이미 결정이 났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럼 무슨 일 있으면 내게 전화하게. 내일 자네한테 전화해서 그곳 전화번호 알려줄 테니.”

나는 비웃듯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자네 지시를 받겠네.”

천만뜻밖에도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필요하다고 생각되거든 그러게.”

이런 뻔뻔스런 자식! 나는 정말 탁자를 내리치면서 욕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욕을 하면 일이 시끄러워질 것이고, 나도 딱히 할 말이 없다. 나는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살다가 숨이 막혀 죽어도 도망을 칠 수가 없다. 참으로 비참하구나!

정소괴가 가고 나자 내 마음은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적어도 며칠간은 그놈의 주둥이와 낯짝을 안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또 병원으로 유 주임 병문안을 다녀왔다. 그가 하루 빨리 쾌차해서 돌아오기를 바랐다.

유 주임이 말했다.

“지군, 퇴원하고 나서 얼마간 일한 다음 나는 아무래도 앞당겨 퇴직해야 할 것 같아. 내가 자네를 지난 이년간 지켜봤는데, 마음 같아서는 위에다 자네를 내 후임자로 추천하고 싶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꾹 참아야 해. 참지 않으면 안 돼. 화(禍)는 입으로부터 오는 거야.”

“참아야 한다는 건 아는데, 왜 못 참겠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생각했다. 모두들 바보인 척 참고, 참고, 속이 쓰려도 참고, 이 악물고 참고, 평생 이렇게 참으면서 지내라는 것인가?

며칠 후면 유 주임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내 마음이 조금 느긋해졌다. 하루는 가 처장과 마주쳤을 때였다. 나는 참지 못하고 정소괴에 대한 나의 의견을 말했다. 가 처장이 말했다.

“지군, 마음을 좀 더 넓게 가지게. 그게 뭐 그리 큰일이라고 그러나?”

그가 이런 식으로 말하는데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계속 더 말하면 나만 사소한 일조차 그냥 봐 넘기지 못하는 속 좁은 인간이 되어버릴 것이다. 참고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가 처장이 가고 나서야 후회가 되었다. 이전에는, 하늘 아래에는 그래도 원칙을 따지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건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었다. 밀가루 반죽은 빚는 사람의 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듯이, 원칙이라는 것도 말로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너라면 어떻게 빚겠나? 이렇게 생각하자 회의가 들고, 기도 죽고, 의욕도 꺾이고, 심지어 무섭기까지 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너는 마음을 좀 더 넓게 가져야 해. 뭐 그리 큰일이라고 야단이야? 바퀴벌레 똥만한 일을 가지고!”

나는 이 말을 압축과자(壓縮餠干)처럼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았다.

유 주임이 돌아온 후 나는 마음을 놓았다. 그의 건강상태는 나의 걱정거리이자 정소괴의 걱정거리이기도 했다. 나는 정소괴가 어떻게 허세를 부릴지, 그리고 또 어떤 식으로 태도를 바꾸는지 보고 싶었다. 유 주임이 출근하던 날, 정소괴는 안면을 싹 바꾸고 아주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대위 형.”

나는 그가 이렇게 능수능란하게 변신하는 데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안색 하나 안 변하고 가슴도 뛰지 않고 곧바로 변했다. 중간 과정 같은 건 거칠 필요도 없었다. 내가 도리어 난처해하면 했지 그는 난처해하는 기색 하나 없었다. 그의 뛰어난 처세술에 정말로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로 대단한 놈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하니,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 같아서 나는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일부러 한두 가지 일을 찾아 그의 지시를 받으려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그는 곧바로 말했다.

“대위, 유 주임한테 가서 물어봐.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자리의 일을 말하지 말랬어. 괜히 나를 난처하게 만들지 말라고.”

그리고는 헤헤, 하고 웃었다.

그날 정소괴가 없을 때 유 주임이 나에게 말했다.

“지군, 자네 여기 온 지 이미 이년이 됐는데, 느낌이 어떤가?”

“어떻고 말고가 어디 있습니까.”

“내가 없는 사이에 자네하고 정소괴 사이에 무슨 트러블이라도 있었나?”

“트러블이라는 게 때로는 피하기 어렵습디다. 그의 인간 됨됨이는 유 주임님도 잘 알고 계시잖아요.”

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피하기 어렵긴 하겠지. 그러나 그런 일까지 가 처장한테 말해선 안 되지.”

그는 우물쭈물 하다가 결국 말했다.

“인사처에서 오후에 자넬 찾아 무슨 얘기 있을지도 모르겠네.”

“설마 저를 야단치려는 건 아니겠죠?”

“그런 건 아니겠지.”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자네한테 좋은 일인지도 몰라.”

과연 오후에 인사처에서 전화가 와서 갔다. 노동자료과(勞資科)에서 가 처장을 만났더니, 그가 말했다.

“자네 인사과로 가서 인(印) 과장을 만나보게.”

인사과로 가서 인 과장을 만났더니, 그가 나에게 차를 따라 주며 말했다.

“지군, 거기 앉게, 앉아."

“전화까지 걸어서 오라고 하셨으니,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죠.”

“앉아서 천천히 얘기하세. 일이야 당연히 있지.”

그가 우물쭈물하는 걸 보고 나는 좋지 않은 일이라고 짐작했다. 좋은 일이라면 진작 누군가가 알려 주었을 터였다.

“자네 이 사무실에서 일한 지 일년이 넘었는데, 느낌이 어떤가?”

“어떻고 말고도 없어요. 유 주임님이 아주 잘해 주십니다.”

“자네 자신은 옮겨보고 싶은 생각 없나?”

꼴을 보아하니 나를 한직에 몰아넣고는 그게 다 나의 의사인 것처럼 갖다 붙이려는 모양이다. 내가 말했다.

“제가 무슨 생각을 하건 간에 그게 뭐 중요합니까. 중요한 건 조직에서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거지요.”

“그렇다면 자리를 좀 옮겨보면 어떨까? 중의학회(中醫學會)의 비서 요(廖) 군이 마침 광동으로 전근을 갔는데, 위생청에선 그쪽 역량을 보강하려고 하네. 매우 중요한 일이거든! 지금은 윤옥아(尹玉娥) 혼자서 그 일을 담당하고 있는데, 혼자 감당하기엔 벅차. 자네는 마침 중의(中醫)를 공부한 사람이니 전공도 정말 딱 들어맞아. 석사 출신에다 기술형의 인재이니, 전공 실력을 한껏 펼칠 수 있지. 청의 간부 중엔 전공에 강한 사람이 많지 않아서 우리는 자네를 충분히 이용하려는 거야, 하하!”

한 기관 안에서“너는 기술형의 인재다”라고 하는 말은 바로 너는 하나의 도구이지 지도자급은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인재라는데 감히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겠어? 부드러운 칼날이 피는 안 나도 사람 죽이는 힘은 약하지 않다고 했다. 하찮은 인물에 불과한 나는 스스로 나 자신을 규정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이 나를 규정지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다른 사람의 손에 있다. 내가 기술형의 인재라면 그런 것이지 달리 어찌하겠는가? 내가 말했다.

“청에서 이미 결정을 내린 겁니까?”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조직에서….”

그리고 또 말했다.

“자네 지난 이년간 한 일들도 매우 좋았어. 정말 괜찮았어. 정말, 정말로.”

“제가 무슨 잘못을 범했습니까? 만약 그렇다면 조직에서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뭔가 감추려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

“누가 그렇게 말하던가?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조직에서는 그렇게 생각지 않아.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가 그 사람을 비판할 걸세.”

그는 말끝마다 조직, 조직, 했다. 누가 조직이고, 또 조직은 누구인가? 계속 말해봐야 내 입만 아프고 다른 사람만 불쾌하게 만들 뿐이다. 그를 불쾌하게 하는 것은 곧 조직을 불쾌하게 하는 것이다. 그는 영원히 이 결정이 자기가 내린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조직에서의 결정인데 내가 어디 가서 이 억울함을 하소연할 것인가?

“이미 결정되었다면 저로서도 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는 곧바로 덧붙였다.

“그러면 그렇게 하는 거지? 그럼 다음 주부터는 중의학회로 출근하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문 쪽으로 한두 발짝 걸어갔다. 그는 내 생각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이 나를 사무실에서 내보냈다. 나는 기계적으로 일어나서 밖으로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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