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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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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12>

염량세태(炎凉世態)

***12. 염량세태(炎凉世態)**

서 기사가 맹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수술 후 나는 사과를 몇 근 사들고 병문안을 갔다. 저녁 무렵이었다. 병실에 들어섰을 때 그는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나를 보더니 아주 의외라는 듯 말했다.

“대위, 나를 보러 온 거야?”

“나는 서 형을 보러 오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그는 라디오를 끄고 몸을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대위, 자네가 나를 여태 기억하고 있었나? 기사반 사람들 말고 나를 보러 온 사람은 자네뿐이네. 일개 운전기사에 불과한 나를….”

나는 침대 옆으로 앉으면서 말했다.

“오히려 서 형이 무슨 감투라도 하나 쓰고 있었다면 병문안 안 왔을 거요. 사람들이 내가 서 형한테 아첨한다고 생각할 거 아니요.”

“너무 뜻밖이라서…. 정말 뜻밖이야.”

“정소괴는 왔었나요?”

“자네 생각엔 그가 왔을 것 같나?”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위안이 되었다. 사람 됨됨이는 남들 눈에도 훤히 다 보이는구나. 이렇게 훤히 다 보이고 이해가 된다면, 좋은 사람 되는 것도 결코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인간에게는 공도(公道)라는 게 있는 것이다.

나는 그의 병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틀 후면 실밥을 뜯을 거야. 그런데 내 차는 지금 누가 몰고 있지?”

“자세히 살펴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요.”

“빨리 퇴원해야겠어. 그 차를 다른 사람이 몰게 되면 아주 골치 아파져.”

“침대에 누워서도 차 생각을 하다니! 남이 서 형의 토요다(豊田) 차를 몰면, 서 형은 그의 분록(奔鹿) 차를 몰면 마찬가지 아닌가요?”

“완전히 틀리지, 완전히 틀려. 청장님 차를 운전하는 것과 다른 사람 차를 운전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완전히 다르게 보여.”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 차이가 얼마나 큰데요? 깨 한 톨 크기죠.”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자네들 같으면 눈앞에 큰 수박이 있으니 깨 한 톨 정도는 눈에 차지도 않겠지. 그러나 내 눈 앞에는 그 깨 한 톨밖에 없으니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게 되는 거야. 나는 여기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그 깨 한 톨만 생각하면 밤에 잠도 잘 안 와. 칼로 뱃가죽을 이렇게 째는 것은 별일 아니야. 다만 이 칼 때문에 그 깨 한 톨을 잃어버릴까봐 걱정이 되는 거지.”

“그렇게 심각한가요? 나는 이해 못하겠어요.”

“자네들은 수박을 끌어안고 있으니까 이 깨 한 톨의 무게를 느낄 수 없는 거야. 자네 나를 도와주는 셈 치고 내일 한 번 자세히 살펴봐주게. 퇴원해서 그 자가 내 차를 내놓지 않으면 한바탕 재미있는 소동이 벌어지고 말 거야. 내 생각엔 마 청장님도 나를 지지해 주실 수밖에 없을 걸?”

이런 사소한 일을 그가 이렇게 중요시하다니, 수술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다니, 나는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서 기사는 나에게 청에 온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물었다.

“이미 일 년도 넘었어요.”

“느낌이 어떤가?”

“아무런 느낌도 없어요. 매일 뭐 하는지 모르겠어요. 신문 몇 장 보면서 시간 보내는 걸요.”

“대위, 자네 일 년 넘게 일하고도 아무 느낌이 없다니, 정소괴 그 소인배를 한번 보게. 그 번질번질한 얼굴을. 나는 그 놈의 그런 꼴을 차마 못 봐주겠더군. 그 녀석 마음 속에는 가면이 몇 개 있는데, 상대에 따라 수시로 다른 가면을 꺼내 얼굴에 붙이지.”

“사람마다 각자 자기 뜻이 있지요. 서 형은 내 눈 앞에 수박이 있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것은 깨 한 톨에 불과해요. 만약 내가 그 깨 한 톨을 위해서 오늘은 장삼(長三)인 척하고 내일은 이사(李四)인 척한다면, 그러면 나란 사람은 도대체 뭐가 되요?”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년 지나면 그 자가 자네 앞에서 뛰어가게 될 걸세. 꼬리를 치켜들고 자네한테 이것 해라 저것 해라 시킨다면, 자넨 마음속으로 참고 넘어갈 수 있겠나? 자네는 그 자를 뭐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그 자는 자네를 정적(政敵)으로 생각하고 있어.”

나는 그가 “정적”이란 말을 쓸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래서 말했다.

“나는 아직 그렇게 심각하게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자네 두 사람은 청 내에서의 처지에 별로 차이가 없어. 자네는 학력이 조금 더 높지만, 그 자는 자네보다 이년 더 일찍 왔어. 누구의 손발이 더 재빠르냐에 달려 있어. 형세는 아주 분명해. 그 자가 차지하면 자네 차지가 없고, 자네가 차지하면 그 자의 차지가 없어.”

“그런 것들이야 그 자가 원하면 가져가라지요.”

“그 자가 가져가버리면 자네 몫이 없어져. 다른 사람들은 자네 지대위가 깨끗하고 고상하다고들 말 안 해. 그냥 정소괴가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지. 요새 사람들은 모두 한 쌍의 개 눈을 뜨고 사람을 본다고. 자네도 청에서 이 정도 오래 있으면서 보았으니 이런 일을 분명히 알겠구먼. 감투 하나를 쓰려면 한 가지 일을 벌여야지. 사람이 한평생 동안 뭘 하겠나. 바로 지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그 한 톨의 깨를 쟁취하는 거지.”

나는 손으로 그의 다리를 치면서 말했다.

“위생청 안에는 야심가들이 적지 않네요. 기사반에까지 이런 야심가가 숨어 있을 줄이야.”

서 기사는 자기와 함께 정원을 걷자고 했다. 정원을 걷는 중에 그가 물었다.

“자네는 시(施) 청장을 어떻게 알게 되었나?”

시 청장은 마 청장의 전임자였다. 그는 퇴임 후에 자주 청 마당을 거닐면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곤 했다. 나는 여러 차례 사람들이“시 청장님!”하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그가 막 뭔가를 얘기하려고 하면, 그들은 고개만 끄떡이고는 그냥 지나갔다. 한번은 그가 등나무 시렁 아래서 산책하고 있을 때 나를 보고는 새로 온 사람이냐고 물어서, 그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되었다. 그는 우선 자신의 건강상태부터 얘기하기 시작하여, 다시 세상인심이 얼마나 힘 있는 사람에겐 아첨하고 힘이 없어지면 냉담해지는지 얘기했다. 얘기가 끝도 없어서 나는 그만 일어날 기회조차 포착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후 아무도 그 사람을 상대해 주지 않는 것을 보고는 그와 잠시 얘기를 나눠주곤 했었다.

“시 청장의 일은 자네도 알고 있지?”

“알고 있어요.”

몇 년 전 그가 청장으로 있을 당시 광주(廣州)에 출장을 갔을 때, 여러 제약회사에서 모두 고급승용차를 보내어 공항까지 영접을 나왔다. 어떤 사람은 짐을 빼앗듯이 받아 들고, 어떤 사람은 오른손 왼손을 끌어당기면서 꼭 싸움이라도 할 것 같았다. 그가 퇴직 후 다시 광주에 가게 되어 먼저 전화로 통지를 해놓았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내려 이리저리 살피며 기다려 봐도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시내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곧바로 돌아왔고, 돌아온 후 병까지 한 차례 크게 앓았다고 한다.

그 일까지 얘기하고 나서 서 형이 말했다.

“그 어르신도 세상물정을 몰랐던 거야. 이전에 사람들이 자기를 존중해 준 것은 자기의 권력을 존중해준 것인데도, 오랫동안 존중을 받다 보니 환상이 생겨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란 사람을 진정으로 존중해 주고 자기와 친구가 된 것으로 착각했던 거야. 권력이 없어지면 자존심 같은 것은 똥통 속에 처박아 버려야지 무슨 염량세태(炎凉世態)니 어쩌니 말하고 다니는 거야. 세상은 다 그런 거야."

내가 말했다.

“모두들 사모관대(紗帽冠帶) 한 번 써 보려다가 결국 이렇게 된 후에야 비로소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모두 가짜인 줄 분명히 알게 되는데, 알게 된들 무슨 소용 있어요? 능력이 있어야 사람들이 입으로도 마음으로도 복종을 하지, 자기가 가진 권력에 복종하도록 하는 것은 능력이라고 할 수 없어요. 대부분의 경우 허구의 존엄이 진실한 존엄보다 더욱 존엄한 듯해 보이지요. 많은 사람들은 시 청장처럼 퇴직 후에야, 찾아 주는 사람 없어 대문에 거미줄 친 다음에야, 사실의 진상을 분명히 깨달아 알게 되고, 그리고는 정신도 몸도 허물어지고 망가지게 되지요.”

“자네는 이전에 시 청장이 길을 걸을 때 얼마나 으스댔는지 보지 못했을 거야. 어디 지금의 저런 모습이었겠어?”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손 등을 뒤로 가져가고 배를 앞으로 쑥 내밀었다.

“그 당시 말할 때는 목소리도 지금보다 한 옥타브는 높았어.”

내가 말했다.

“자주 그가 정문 앞에서 얘기 나눌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걸 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상대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정말로 불쌍했어요. 어렵사리 한 사람을 만나면 한나절은 얘기하니, 그 다음부터는 아예 못 본 척하고 멀찍이 피해 가더라고요. 그 마음이 얼마나 고독하고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잠시 동안 걷고 나서 내가 가려고 하자, 서 형이 말했다.

“나중에 다시 얘기하지.”

그는 나를 바라보고 한참 망설이더니 말했다.

“자네한테 권하겠는데, 이후에는 말이야, 시 청장하고 그렇게 많이 얘기하지 말게. 좋지 않아.”

내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걸 보고, 다시 말했다.

“자네가 나를 보러 와준 것이 곧 자네는 나의 좋은 친구임을 증명해. 그렇지 않다면 내가 이런 말까지 하지도 않지. 자네 한 번 생각해 보게, 시 청장 후임자가 누구인가? 그렇지? 그는 시 청장이 끌어올려 주었던 사람이야. 그 당시 그는 분명히 시 청장 뒤를 바짝 쫓아다녔어. 그런데 청장 자리를 인계받자마자 그 전의 정책들을 모두 폐기해버렸어. 취임 일년 안에 청에서 이십여개의 새로운 정책을 공표하고, 사람들도 한 무더기 물갈이 해버리자 시 청장은 코로 숨을 쉬기도 힘들었어. 혹시 피는 안 토했는지 몰라. 그러니 몸인들 어찌 망가지지 않을 수 있겠어? 나는 원래 시 청장의 차를 운전했는데 지금은 그 사람하고 감히 얘기할 엄두도 못내. 자네는 내가 옛정도 생각하지 않는 소인배라고 말하겠지? 그 사람하고 얘기하기만 하면 그가 지금의 청장은 이러니저러니 말하는데, 내가 어찌 감히 들어줄 수 있겠나? 나는 귀를 막고 한참 멀리 도망가야 해. 나는 소인배에 지나지 않아. 그런데 나보고 나서서 정의를 외치라고?”

“위생청이 이렇게 복잡한 곳인 줄은 몰랐어요. 지뢰를 밟고도 밟은 줄도 모르겠네요. 사람은 말이죠, 마음속으론 이렇게 저렇게 하고 싶어도 어떤 신비한 힘이 이렇게 저렇게 하도록 허락해 주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러니 그 마음이 꽈배기처럼 꼬이지 않겠어요?”

“이런 세상에서 사람으로 살아가려면 꼬여야 할 때는 역시 꼬여야만 해. 그러지 않으면 냉수 한 그릇 얻어 마시려 해도 물 떠 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웃으면서 얘기했다.

“차라리 이 몸이 목마른 편이 낫지, 매일 이 눈치 저 눈치 보고 분위기 살피며 산대서야 어디 사람이라 할 수 있겠어요?”

그는 입을 벌리고 웃었다.

서 기사의 이야기는 나의 자부심을 건드렸다. 병원을 나오면서 나는 생각했다.“이 몸은 사람이지 누구에게 기대어 사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내가 누구하고 얘기하는데 누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무슨 말 몇 마디 하려고 이리저리 돌아보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생각해야 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또 뭐가 되냐? 사람은 너무 오만해서도 안 되지만 기개가 없어서도 안 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마치 누구에게 도전해보고 싶은, 또 누구와 한 판 붙어보고 싶은 그런 기분이었다.

그 후 나는 시 청장을 만나게 되면 해야 할 말은 다 했다. 그 말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나에게 결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내가 회피한다면 그것은 곧 내가 머리를 숙이는 셈이 되는데, 그거야말로 중요한 것이었다. 처음 몇 번은 나도 보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사방을 둘러보면서 나에겐 아직 용사의 기개가 약간은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런 위험은 전혀 없으며 서 기사가 너무 지나치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내가 이 일을 가지고 무슨 도전이라도 되는 듯, 나의 인격을 수호하는 일이라도 되는 듯 생각했던 것이 실재로는 일종의 허장성세(虛張聲勢)에 불과한 것임을 깨달았다.

하루는 퇴근하여 거리로 나가려는데 시 청장이 정문 입구에서 나를 보고는 손을 들고 계속 불렀다.

“지군, 지군!”

나는 마침 일이 있어서 인사만 하고 지나가려 했다. 그러자 그는 공중에 손을 내밀었다가 내가 멈출 뜻이 없는 것을 보고는 손을 천천히 내려 어깨 높이에서 멈췄다. 나는 황급히 건너가서 말했다.

“저를 부르셨어요?”

그는 나에게 요즘 잠들기가 무척 힘든다고 하소연하고, 약 성분이 부드러운 중의약이 없는지 물었다. 내가 말했다.

“기국지황환(杞菊地黃丸)을 드시면 괜찮습니다.”

“먹어 봤는데, 효과가 별로였어.”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렇게 많이 생각지 마시고요.”

“사람이란 참 이상하지. 어제 일은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몇 년 전의 일은 오히려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니까. 마치 영화를 틀어놓은 것 같아. 어떤 때는 일단 시작하면 밤새도록 계속돼.”

“매일 밤 스스로에게 영화를 틀어주는데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어요?”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서 기사가 도요타 차를 몰고 마당에서 나왔다. 시 청장은 줄곧 차가 정문을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이 있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일들을 생각하지 말라고? 하지만 사람은 어쨌거나 사람이고, 마음은 어쨌거나 마음이야.”

“지나간 일은 지나가버린 거예요.”

“하루 종일 마음속이 텅 비어 있는 게 무슨 일을 해도 일 같지가 않아.”

나는 그의 흰 머리카락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늙었고, 또 퇴직까지 했는데, 역사 무대에 대해 왜 아직도 저렇게 집착을 하시나?'

내가 말했다.

“제가 몇 가지 약을 처방해 드릴게요. 낚시, 장기, 게이트볼 이런 걸 하시면 잠이 잘 올 겁니다.”

“그런 일은 한두 번 하는 건 괜찮은데, 여러 번 하면 재미가 없어져. 어떤 일은 자네 같은 나이 때는 이해하기가 힘들지.”

이 가련한 사람을 보면서, 나는 어떤 말로도 그가 사물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도록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지난 옛날에 빠져서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련한 사람 같으니라고.

나는 거리에서 돌아와 식당으로 밥 먹으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 기사가 차를 몰고 돌아와서 내 앞에 서더니 말했다.

“대위, 오늘 냄비국수 먹으러 가세.”

나는 그의 차를 탔다. 냄비국수집에 앉아서 그가 말했다.

“방금 전에 마 청장님이 자네를 봤어.”

“마 청장님은 매일 나를 보는데요.”

“내가 저번에 병원에서 얘기해줬잖아.”

“그렇게 위험한 것 같아 보이지 않던데요. 마 청장님은 어쨌든 마 청장님이고.”

“누구든지 다 사람이라고. 사람이라면 눈에 드는 일도 있고 눈에 거슬리는 일도 있는 거야.”

“그렇다면 나 역시 사람이니, 나도 맘에 드는 일도 있고 맘에 거슬리는 일도 있어요. 내 마음에 들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남의 눈에 들려고 한다면, 그럼 나는 뭐가 되는 거요?”

“일부 사람들이 자네를 눈에 들어 하건 눈에 거슬려 하건 그건 상관없어. 하지만 다른 일부 사람들은 말이야, 사정이 완전히 달라. 평소에는 잘 드러내 보이지 않다가 중요한 순간에 그의 마음이 돌아가 버리면, 그게 바로 자네나 나 같은 사람의 일생의 운명이 되고 마는 거야.”

“그렇게 심각할까요?”

“하긴 자네는 그래도 석사 출신이니 나보다는 세상물정을 더 잘 알겠지만.”

“알기는 알겠는데요, 그러나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세상에 도대체 무슨 희망이 있겠어요? 사람들이 죄다 너무 똑똑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한 층 더 높이 올라가서 내려다본다면 모두 다 바보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대위 자네는 세상의 희망을 자신이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구먼.”

이때 냄비국수가 나왔다. 바다만한 사발에 각자 작은 공기가 있어서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것이었다. 내가 물었다.

“마 청장님이 정말로 불쾌하게 생각했을까요?”

“누가 알겠어? 하지만 만약 내가 마 청장이었다면 자네는 끝난 거야.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소인배 같은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다만 사람은 역시 사람이라는 것뿐이야.”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요, 어떤 사람들은 역시 사람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사람도 아니라고요. 그들은….”

나는 하마터면 “노예”라는 말을 뱉어버릴 뻔했다.

그가 물었다.

“그들은 뭔데? 나는 모르겠는데?”

이어서 말했다.

“대위, 내가 해야 할 말은 다 했네. 자네는 시 청장이 한 가지 생각에 빠져서 돌멩이보다 더 단단하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자네도 자칫 잘못하면 그렇게 되어버릴 거야. 누구나 다른 사람을 볼 때는 어쨌든 제대로 보지.”

“그렇다면 나중에 좀 더 생각해 볼게요.”

그리고 또 말했다.

“무너지는 하늘을 받치는데 그 깨 한 톨이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식당을 나와 차를 타자, 그가 말했다.

“대위, 내가 오늘 자네에게 무슨 말을 했지? 만약에 내가 뭔가를 얘기했다면 그건 우리 형제끼리의 얘기일세. 다른 데 가선 말하지 말게. 나는 처자식이 있어서 자네를 따라가지 못해.”

“그렇게 나를 일깨워 주는 것은 나를 얕잡아보는 거요. 내 입이 그렇게 가벼운 줄 아세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렇다면 다행이야. 우린 형 아우 사이니까. 하지만 나는 오늘 아무 말도 안 했네. 내가 무슨 말을 했었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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