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있는 영어
김지영의 LAUGH & learn<50>
“네 탓이오, 네 탓이오” 다시 한번 크게 복창하고 영어를 생각해 보자.
우리가 영어를 왜 배우나 ?
미국 사람이 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은 아니다. 미국 사람들에게 우리의 뜻을 전하고, 그들에게 배울 건 배우고 가르칠 건 가르치기 위해서다. 그들에게 사올 건 사오고, 팔아먹을 건 팔아먹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다. 그들과 같이 웃고 즐길 일은 웃고 즐기고, 싸우고 따질 일은 싸우고 따지기 위해서 배우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에게 영어를 배우는 것이 일생 동안의 전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인생의 목적이어서도 안 된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미치면 안 된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말을 하며 자란 우리들은 영어를 외국어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EFL)로 배우고 있다. 홍콩이나, 필리핀 또는 싱가포어 사람들처럼 영어를 제2언어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ESL)로 하는 것도 아니다.
영어를 EFL로 배운다는 것은 ESL로 배우는 경우와는 다르다. 네가지 언어 영역 -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 - 의 중요성이 달라진다. EFL로 영어를 배우는 경우 읽기와 쓰기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EFL이나 ESL 이나 궁극적으로 네가지를 다 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어를 배우는 일을 일생동안 전업으로 삼을 수 없는 바에야, 어차피 우선 순위와 선택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영어는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영어를 배우는 것은 영어로 된 정보를 얻거나 외국인과 의사 교류를 하는 수단을 갖추는 것이다. 그런 수단으로서는 대부분의 한국인에게는 written English가 spoken English 보다 훨씬 중요하다. 읽고 쓰는 것이 듣고 말하는 것보다 앞서는 것이 당연하다. 옛날 우리 선대 어른들이 중국어가 아닌 한문을 배웠던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Spoken English를 소홀히 하라는 뜻은 아니다. 한국인으로 자라난 사람으로 미국인으로 자란 원어민처럼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은 크게 칭찬할 일이고 부러워할 일이다. 듣고 말하는 것도 열심히 노력하면 원어민 발음을 못 따라 갈 것도 없다. 그러나 과연 몇 사람이나 그렇게 될까? 한국인이 꼭 혀가 돌돌 구르는 원어민 발음을 해야 하나?
아니다.
할 일이 따로 있는 한국의 성인으로서 영어를 더 공부한다면 원어민 발음을 흉내내는 것보다는 대화에 담을 내용과 표현을 다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영어는 국제어이다. 미국 사람 입장에서 한국인의 영어 발음이 약간 어색하게 들리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들도 우리와 대화가 필요할진대 미국 사람도 그만한 노력은 해야 한다. 할 말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발음을 잘 해도 쓸모가 없다.
자존심을 가지고 영어를 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풍부한 말거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풍부한 말거리를 가지기 위해서는 우선 많이 읽어야 한다.
“If you don’t have time to read, you don’t have the time (or the tools) to write.”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글을 쓸 시간도 (글을 쓰는 도구도) 없다는 말이다.”
스티븐 킹(Stephen King)이라는 미국의 소설가가 On Writing (한국어로는 “유혹하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 이라는 책에서 한 말이다.
옳은 말이다. 영어든 한국어든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많이 읽어야 한다.
자존심을 가지고 영어를 하는 것은 ‘원어민’ 발음으로 ‘허튼’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식 액센트가 있더라도 ‘옳은’ 말을 하는 것이 잘 하는 영어다. 물론 ‘원어민’ 발음으로 ‘옳은’ 말을 하는 것이 최후의 목적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안 가더라도 당당하게 영어를 할 수 있다. 그것이 자존 영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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