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정부가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하고 그 중심에 건설교통부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자는 "현 시점에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논하는 것은 빠르다"며 "공급정책은 물론 수요억제정책도 상당시간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현 시점에서 판단하지 말고 참여정부 5년 기간으로 평가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 시장 불안 커질 것"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이용섭 후보자는 '분양원가 공개항목의 확대에 대한 소신이 무엇인가'라는 열린우리당 장경수 의원의 질문에 "현재 공개되는 7개 항목보다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현재 공공택지 내 중소형 아파트에 한해 공개되는 분양원가 항목은 택지조성에 소요된 용지비, 조성비, 직접인건비, 이주대책비, 판매비, 일반관리비, 기타비용(보험료, 자본비용) 등 7개 영역이다.
이 후보자는 "고분양가 인하방안으로 원가공개제 등 여러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조속한 시일 내에 결론을 낼 것"일라며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이 후보자는 "내년 초 새로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신도시 확대와 관련한) 발표가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가점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 여부에 대해 이 후보자는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그런 효과보다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크다"며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완화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고연봉 받아 50년 저금해도 집 못 산다"
한편 이날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추궁하며 날을 세웠다.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은 "노무현 정권 4년 만에 수도권의 분양가가 3배나 올랐다. 이렇게 양극화가 심화된 적은 없다"면서 "정부가 시장논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세금폭탄 일변도로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젊은이들이 일류대학을 나와 대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받아도 3000~4000만 원"이라며 "이 중 3분의 1을 저금한다고 해도 6억 원을 모으는 데 50년 이상 걸린다. 이 돈으로 과연 집을 살 수 있겠느냐"고 몰아쳤다.
같은 당 유정복 의원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정부가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며 "각종 개발정책에 따른 대규모의 보상금, 반시장·반기업 정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 등 여러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드인사' 논란도 제기됐다. 심재철 의원은 이 후보자의 저서인 <대한민국 희망 에너지, 혁신> 중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 부분을 언급하며 "'노비어천가'가 소신이냐"면서 "이 내용은 (대통령과 장관의) 코드가 같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그 책은 혁신에 대한 이론을 적은 것"이라며 '코드인사' 주장을 반박하면서 "앞으로 부동산 시장의 안정에 가장 역점을 둘 것이다. 새로운 환경의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위기관리능력도 높이겠다"고 비껴갔다.
정부가 무분별한 공급위주의 정책만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도 다시 제기됐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신도시 공급 등 물량위주의 공급정책이 나오면 오히려 분양가는 더 오른다"며 "재산증식을 노리는 투기세력이 지난 1990년부터 2005년까지 공급된 주택 중 46.1%를 취득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현재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약 106%이고 서울은 90% 수준"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선진국처럼 110% 수준은 되어야 한다. 다만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주택이 보급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답했다.
여당 의원들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우리당 박상돈 의원은 "민간의 전문가들은 상반기 입주물량 부족,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인해 내년 전세시장이 더 불안해 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며 "반면 관료들은 전세시장 불안요인이 적다는 안이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장선 의원은 "혁신도시, 행복도시 등 신도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풀린 엄청난 보상금이 서울의 투기지역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부동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특히 중요하지만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10명 중 8~9명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 집 9억 넘는데 종부세 제외"
한편 민노당 이영순 의원은 질의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이 후보자 소유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2%에 불과하다"며 "시세대로라면 종부세 과세 대상이지만 공시가격이 6억 원에 미달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이 후보자의 48평짜리 아파트는 지난 7월 13일 기준으로 공시가격이 5억8000만 원이지만, 현재 실거래가는 9억5000만 원 가량이라는 게 이 의원의 주장.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정책을 결정하는 고위공직자로서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전남 영광과 함평에 4만 여 평의 논과 임야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이는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것"이라며 "문중 재산으로 이 후보자의 명의의 논 129평, 임야 2078평은 공직자 재산공개 시 문중 재산으로 신고했다"고 해명했다.
<이용섭 건교부 장관 후보자 프로필> 이용섭 후보자는 국세청장,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국세심판원장 등 세무 행정 관련 '빅4' 보직을 두루 거친 '세무통'으로 알려져 있다. 국세청장 취임 직후 외부 청탁을 차단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바꾸고 일시적으로 골프도 끊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행자부 장관 취임 8개월 만에 건교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노무현 정부가 제기하는 핵심 과제인 정부 혁신 업무를 무난히 추진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간에는 세제 전문가인 이 후보자를 건교부 장관에 기용함으로써 정부가 세제정책을 통한 투기수요 억제라는 부동산 정책기조에 대한 의지를 다시 천명한 셈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남 함평 출생 (54) △학다리고, 전남대학교 무역학과 △행시 14회 △재경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국세청장 △청와대 혁신관리수석 △행자부 장관 △부인 신영옥 씨와 1남1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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