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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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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5>

용맹한 호랑이, 큰 강을 건너다

왕 호랑이 히딩크 감독이 젊고 씩씩한 우리의 태극 호랑이들을 이끌고 드디어 큰 강을 건넜으니 일대 쾌거(快擧)요 감격 그 자체다.

서양에는 “No cross, no crown" 이란 속담이 있다. 여기서 ‘cross'란 ’cross the river‘ 란 말의 줄임이다. 위험한 강을 건너지 않고서는 영광의 월계관을 쓸 수 없다는 얘기다.

시저가 반군을 이끌고 로마로 향했을 때, 강이 하나 있었는데 그 강을 도하하느냐 여부를 놓고 고민하다가 마침내 강을 건넜고 그로써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이 나왔다. 그 강은 물론 루비콘 강이었다.

하지만 강을 건너는 문제는 역사상의 영웅들만 부딪치는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강을 만나게 된다. 결국 인생에서의 성패는 어느 시점에서 강을 건너느냐 하는 문제로 귀착된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말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일승 일패의 문제가 아니고 인생의 방향에 관한 얘기다. 특히 남자들에게 있어 중년에 들어 계속 직장을 다니느냐 아니면 독립해서 자신의 사업을 펼치느냐 하는 문제는 병가지상사란 말로 치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전 운명을 건 일대 승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운명을 상담해 주면서 잘못된 시기에 사업을 시작했다가 실패하고 그 후유증으로 인생의 중요한 황금 시기를 불운한 나날들로 채워야 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 또한 운명이라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승부수를 던지는 시기만큼은 알고 있어야 한다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강을 건넌다는 것, 이 두려운 일은 많은 문헌과 기록 속에 전해져 오고 있다. 얼핏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가 생각난다. 우리의 가장 오래된 서정시라고 전해지는 이 노래의 노랫말은 이렇다.

“님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그러나 님은 기어코 물을 건너 가시네요
그러다 물에 빠져 죽으니
이제 이 일을 어찌 하리“

고조선 때부터 전해져 온다고 하는 우리의 옛 노래다. 어쩌면 이 노래는 전해져 오는 것처럼 단순히 강을 건너다 죽은 백수광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고대 역사시기에 있어 권력자의 중요한 정치적 결단을 만류했던 신하의 노래였을 가능성이 크다.

“달하 노피곰 도드샤...”로 시작하는 정읍사 역시 그렇다. 노랫말 중에 “젖은 데를 디딜세라”라는 말은 바로 험난한 강이나 물을 뜻한다. 그냥 젖은 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어서 “어떤 물건이든 다 놓아버리세요”라는 간절한 애원의 말만 보아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은가!

이 노래 역시 단순히 행상을 떠난 사람의 아내가 남편을 걱정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중대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행동에 옮긴 왕이나 권력자의 앞일에 대한 걱정을 행상의 아내 입장을 빌어 풍자한 노래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면에서 공무도하가나 정읍사나 모두 단순한 서정시가 아니라, 당시의 정치 상황에 대한 풍자시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강을 건너는 위험에 대해서는 동서양의 고전에 수없이 기록되어 있으며, 나라와 나라간의 국경선 역시 강이 그 경계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소룡이 로마의 콜롯세움에서 거대한 백인 거한과 결투를 벌리는 영화의 제목도 맹룡과강(猛龍過江)이다. 풀이하면 ‘용감한 용이 강을 건너다’ 이다. 그러니 이번 우리의 16강 진출은 맹호과강(猛虎過江)이라 하겠다.

이처럼 강을 건넌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생의 승부수를 뜻하는 말이다. 자, 그러면 서두가 좀 길었지만 사람은 언제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자.

가령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의 태어난 날의 오행(이를 일간이라 한다)이 갑(甲)이라면 갑이라는 글자가 붙는 해가 바로 새롭게 일을 벌리거나 또는 독립하여 자신의 평소 뜻하던 바를 실행에 옮길 때다. 또 독자분의 일간이 을(乙)이라면 을이 붙는 해, 가령 2005년 을유년이나 아니면 2015 년 을미년이 자신의 갈 길을 시작하는 해가 된다는 얘기다.

그러면 독자의 일간이 갑이라고 할 때, 다른 해에 중대한 일을 시작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알아보자.

예를 들어 올해와 같은 임오년이나 내년인 계미년에 시작한다면, 임(壬)이나 계(癸)는 물에 해당되므로 시기가 조금 빠른 셈이다. 갑에게 있어 물은 학습을 뜻하므로 아직 하고자 하는 일에 필요한 능력이 모자라므로 더 배워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더 배워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실전에서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뜻하고 자칫 시련의 시기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동방 갑목의 나라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임오년이니 물의 해다. 더 배워야 한다는 뜻인데, 그런 우리가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하고 8강을 넘본다는 것은 우리 축구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배워야 하는 나라가 이 정도라면 제대로 배우고 나서 정작 실력을 발휘할 때는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까?

현재 우리 축구는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배우고 있다. 비록 우리의 목표가 당초에는 16강 진출이었지만 그것은 그간 우리가 워낙 변변치 못한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이었고, 이번 월드컵이 끝난 다음 좀 더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면 다음 2006년 월드컵은 분명 한국의 대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가는 소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더욱이 2006년은 병술년, 바로 불의 해다. 히딩크 역시 불이 들어오는 해에는 언제나 좋은 성적을 거두었고, 한국의 산업화가 완료되었던 1986년, 바로 3저 경기가 시작되었던 해도 병인년이었다. 따라서 2006년 월드컵까지 우리가 좀 더 배우고 익힌다면 홈의 이점이 없이 이국 만리 적지에서도 최소한 4강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보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러면 갑의 일간인 당신이 불의 해에 사업을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운세는 활발하지만, 힘과 기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무난하지만, 문제는 갑 일간이 토가 들어오는 해, 즉 무(戊)나 기(己)의 해에 일을 시작했다면 시작 초기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지만 얼마안가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가장 최악인 것은 금의 해, 즉 경(庚)이나 신(辛)의 해에 자신의 일을 시작하거나 독립하는 경우이다. 거의 100 % 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 일은 좌절로 끝을 본다. 갑목에게 있어 금은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의미하는데 왜 이런 해에 일을 시작할까? 하지만 의외로 이런 해에 일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직장에서 정리해고 당하거나 직장이 문을 닫은 경우가 이같은 케이스가 된다. 직장이 없어졌으니 할 수 없이 급한 대로 일을 시작하지만 결코 그 해에는 일이 잘 되지 않는다.

이는 본의에 의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고 새로운 환경으로 내몰린 것이다. 따라서 만일 독자가 정리해고 당한 바람에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려 한다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일단은 다른 직장을 알아보거나 아니면 생활비를 좀 까먹더라도 적어도 2년 정도 여유를 가지고 기회를 찾으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좋은 아이템이 생길 때 가서 사업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 두는 시기를 보면 정리해고 당했는지 아니면 스스로 뭔가 일을 하려고 그만 두었는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스트레스가 들어오는 해에 직장을 그만 두었으면 해고당한 것이고, 일간과 같은 운에 그만 두었으면 자진사표이다.

모든 사람들은 인생을 살다 보면 어느 때인가 승부수를 띄워야 하고 강을 건너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해가 자신의 일간과 같은 해인지 아니면 스트레스가 들어오는 관살(官殺)의 해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즉 어려운 상황에서는 인내하고 승부수를 던지지 말라는 것이 필자의 메시지이다.

이번에 우리는 강을 건넜다. 위대한 업적이지만, 이것은 정말로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다음 월드컵에서 우리는 정말 큰 일을 저지르고 말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몇강 까지 진출하든지 간에 그것은 세계 축구계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시동을 걸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서막에 불과하다. 우리 축구의 영웅담은 이번 월드컵이 전편이고 다음 월드컵이 후편이자 절정에 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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