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강렬하게 타오르는 태양같은 불이요, 투지의 화신이었다. 그런 그가 한국 대표팀을 맡은 것 역시 우연이 아니라 운명이었다. 신문지상에 보도된 그의 생일을 보니 그는 병화(丙火)였다. 그리고 한국은 불을 만나야 잘 한다.
사실 필자는 한국의 16강 진출을 몹시 염려해 왔었다. 이번 6월이 병오월이라 불의 달이긴 하지만 올해 임오년의 임수(壬水)가 월의 병화를 눌러서 한국이 그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긴 해도 결과적으로 좀 어렵지 않는냐 하는 우려 때문에 내심 속상해 했었다. 그러나 이젠 16강 진출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제 겨우 1승을 거둔 출발 단계에 불과하긴 하지만 결코 우리의 16강을 의심하지 않는다. 필자는 최소한 8강을 확신한다. 히딩크, 그가 불이기 때문에.
저번 글 “왜 붉은 악마여야 할까?”에서 말했듯이, 한국은 불을 만나야 잘 하는 나라라고 얘기했었는데 히딩크 감독이 바로 불인 것이다. 그의 사주를 보면서 이야기하자. 그가 태어난 시각은 모르니 팔자가 아니라 육자 지만, 그가 지나온 인생 여정을 돌이켜 봄으로써 그의 사주를 역으로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은 1946년 11월 8일에 태어났다.
시일월년
x 丙己丙
x 戌亥戌
그리고 10년마다 만나게 되는 대운이라 부르는 인생 항로는 다음과 같다. 그의 대운은 우리 나이로 1세가 붙는 해마다 변해서 이렇게 흘러간다.
81 71 61 51 41 31 21 11
丁 丙 乙 甲 癸 壬 辛 庚
未 午 巳 辰 卯 寅 丑 子
현재 히딩크 감독은 우리 나이로는 57 세를 맞고 있으니 대운이 갑진(甲辰)대운을 지나고 있다. 그는 갑진 대운에 와서 동방 갑목의 나라인 한국과 연을 맺은 것이다.
히딩크의 생시를 모르니 단정할 순 없지만, 불의 날에 태어나 월간에 기토(己土)가 있고 지지에 술토(戌土)가 두 개씩이나 있으니 그가 대단히 저돌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임을 금방 알 수 있다. 그가 말하는 생각하는 축구란 바로 그같은 창의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21세부터 40대까지 토운이 아니라 금수(金水)운을 지나왔다. 그런 까닭에 선수로서의 히딩크는 무명의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불운은 오랜 인내와 연구를 강요했고, 그것이 마침내 지도자로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가 아인트호벤에서 감독을 맡은 것이 1986년 병인년이다. 천간에서는 불이, 지지에서는 나무가 받쳐주는 해를 맞아 그로부터 정묘, 무진년까지 3년간 일약 팀을 네덜란드 챔피언으로 만드는 능력을 보여 주었고, 1988년에는 유럽의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 대득을 거뒀다. 바로 화토(火土)운이었다.
1996년 병자년, 불이 들어오는 해, 그의 나이로 51세가 되면서 갑진 대운에 들어섰다.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니 평생 그에게는 없던 행운이 따르기 시작했는데, 바로 그에게는 명예와 출세를 의미하는 갑목운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해 그는 대표팀을 이끌고 네덜란드를 유럽선수권 8강에 진출시키더니 토운이 들어오는 1998년 무인년에는 월드컵에서 네델란드를 4강에 진출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의 화끈한 네덜란드 공격 축구는 전 세계인을 흥분시켰고 우리 대표팀은 네덜란드를 맞아 5-0 이라는 시련을 당해야 했다. 또 같은 해 그는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고 도요다컵 우승을 차지했다. 바로 토의 해였다.
갑진 대운이긴 하지만 2000 년 경진년이 되어 대운의 갑목을 년의 경금(庚金)이 눌러 버리자 성적은 잠시 부진했고, 이에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그는 우연하게도(보이지 않는 운명의 인도에 의해) 그가 대파했던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히딩크는 한국과 인연을 맺으면서 평생 그가 연구하고 다듬어 온 축구 철학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금 그가 우리 대표팀에게 가르치고 이끌면서 전수해주고 있는 축구는 히딩크 일생의 정화(精華)가 아닐 수 없다. 진정으로 그가 아니라면 어떻게 걸레나 누더기 같이 보이던 한국 팀의 진정한 재능을 발굴하여 이토록 주옥으로 다듬어 낼 수 있었을까!
히딩크 본인에게도 한국에 온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국가적인 영웅이 되었을 뿐 아니라, 진정으로 그가 연구해 오던 축구가 세계 축구의 변방에 있는 한국에 와서 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축구는 파워와 스피드, 조직, 기술이 하나로 뭉친 최첨단 축구임에 틀림없으며, 축구를 아는 세계의 모든 전문가들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히딩크 코리아 버전을 연구하고 지향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폴란드와의 시합 날이 임인(壬寅)일이라는 것을 알고 대단히 실망했었다. 그러나 경기장이 부산이라는 것을 알고 다시 희망을 가졌었다. 부산은 불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히딩크 팀이 부산에서 그간 3연승을 거둔 것도 부산이 지닌 화기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우레와 같은 붉은 악마의 화력은 히딩크와 우리 팀에게 어마어마한 힘이 되었다. 결과는 2-0 승.
다음 미국과의 시합은 기유일이다. 토가 들어오는 날이다. 단언컨대 미국은 우리에게 참패를 당할 것이다. 기토의 날은 미국에게 가장 어려운 날이기 때문에 그런 단언을 하는 것이다. 그 시합에서 미국은 긴장과 스트레스, 후반의 체력 저하로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번 포르투갈과의 시합 날이 갑술이라 필자는 미국의 선전을 예상했었고 미국은 승리했다.
애석하지만 올해 운은 임오년이라 그렇지만, 다음 월드컵은 2006 년 병술년에 열린다. 바로 불의 해이다. 만약 히딩크가 그 때까지 우리 대표팀을 이끈다면 2006년 월드컵에서 우리 한국은 우승까지 단언할 순 없어도 분명히 4강 내지는 준우승까지 거둘 것이 분명하다.
히딩크 감독 말대로 한국팀은 최근 4개월 사이에 급성장했다. 필자가 볼 때, 결코 괜한 말이 아니다. 우리 팀은 작년까지 그리고 올 1월까지 금의 기운이 작용해서 기운을 피지 못하다가, 2월 임인월을 맞이하여 배우기 시작하고 4월 갑진월을 맞아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해서 5월의 평가전에서 완전한 자신을 얻었다.
역사는 영웅이 아니라 대중이 만든다고 하는 것이 오늘날의 주류 사상이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시대이기 때문에 모든 사조가 한 개인이나 집단보다는 민중 또는 대중이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실은 꼭 그렇지가 않다. 대중은 그러한 여건을 만들어 낼 뿐, 그것을 촉발시키는 창조적 소수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은 임오년 병오월에 열렸다. 어린 새가 날아보려 하지만 아직은 배워야 한다는 것을 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월드컵은 우리가 어떻게 하면 축구의 선진국으로 들어설 수 있는지를 분명히 배우고 감을 잡는 커다란 전환점이 되어줄 것이다. 젊은이들은 폴란드전 승리를 두고 '대한 축구독립 기념일'이라 했다. 그야말로 정곡을 찌르는 말이요, 또 하나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선언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전 세계는 또 다시 커다란 불황에 접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 불황 뒤에는 새로운 강호들이 등장할 것이다. 축구만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면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필자는 저번 우리 국운에 관한 글에서 얘기했듯이 2009년까지 우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은 나락으로 향하는 어둠이 아니라 주식이 상승하면서 맞이하는 중간 조정과 같아서 희망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시기이다.
2006년 병술년은 중간 조정의 바닥에 이른 우리 국운이 다시 일어서기 시작하는 언저리다. 그 때가 바로 우리 나라가 진정 세계사의 흐름을 지배하는 리딩 그룹으로 부상하기 시작하는 시점인 것이다.
히딩크, 떠나지 말고 우리와 함께 월드컵의 영광을 만들어 갑시다.
(퀴즈 문제 하나를 낸다. 필자는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이번이 아니라 차차기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크게 발전시킬 영웅이라고 했다. 그런데 만일 히딩크 감독이 떠나지 않고 남아서 우리 대표팀을 2006년 월드컵에서 4 강 이상의 성적으로 밀어 올린다면 차차기 대통령으로 아주 유력해지는 인물이 있다.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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