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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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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19>

미국경제 이렇게 가고 있다

한때 신경제 현상이라고까지 호들갑을 떨어대던 미국 경제는 머지않아 커다란 조정국면으로 들어갈 것이 확실하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이미 미국 경제는 조정기로 들어갔으며, 그것이 사람들 눈에 구체화되는 시기는 금년 8월부터이다. 이 문제는 우리의 앞날과 중차대한 연관을 맺고 있기에 얘기하기로 한다.

그간 필자의 칼럼을 읽어본 독자 분들은 충(衝)의 개념을 알고 있을 것이다. 6이라는 숫자를 지나 7에 가서 그간의 흐름과 반대되는 흐름을 만나게 되는데 이를 충이라고 얘기했다. 자, 그럼 충의 개념을 머리에 넣고 이야기를 들어 보라.

미국 경제는 클린턴 스스로도 밝혔듯이 1994년, 갑술년부터 호조를 타기 시작했다. 호조의 흐름은 6년간 이어지다가 2000년, 경진년에 가서 충운을 맞이했다. 다음의 그림을 보면서 얘기하기로 하자. 하나는 미국 다우존스의 10년간 지수 챠트이고, 또 하나는 나스닥의 10년간 지수 챠트이다. (출처: www. bigchart.com)














































먼저 나스닥 챠트부터 보기로 하자. 필자는 재작년 나스닥이 4000선을 깨고 내려올 때, 모 증권사의 임원으로 있는 친구에게 상승 추세로부터 이탈했으니 나스닥의 일대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 한때 5000을 넘던 나스닥 지수는 2000마저도 무너뜨리고 주저앉고 말았다. 정상적으로 볼 때, 나스닥은 2000 포인트가 한계인 것이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다시 9.11 테러가 발생했다. 필자는 이 일을 미국이 계시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랐지만, 오만한 미국은 극우주의가 득세하면서 갈 길을 재촉하고 있다.

다시 이번에는 앞의 챠트, 즉 다우존스의 장기 챠트를 보자. 95년말부터 시작된 상승세의 저점을 잇는 빗선을 이미 작년 봄에 한 번 하향 이탈했고 9.11 테러 후의 반등세가 결국은 빗선 위로 복귀하지 못하고 흘러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다우 존스의 붕괴를 의미하고 있다. 나스닥마저 장기 추세선인 빗선을 넘지 못하고 흘러 내리고 있다. 디지털도 가고, 아날로그 산업마저 상승 추세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경제는 6년간 상승을 해 왔으니 6년간 조정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리고 6년간의 조정 속에서 앞부분 3년이 금년까지이다. 또 그 3년간에 있어 변곡점이 바로 작년 9월11일의 테러였다. 어떤 면에서 그 사건 이후, 미국에서 극단적인 우파가 득세하는 것도 긴장을 조성해내고 군수산업을 통해 무너져 가는 경제를 되살리려는 힘겨운 노력인지도 모른다. 부시 정권의 단순한 존 웨인 흉내내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간 미국이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IT 혁명에 기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IT 혁명은 어떤 면에서 호황의 수혜자였다. 근원적인 이유는 한국의 IMF를 위시하여 아시아 각국의 달러 쌓기와 일본 예금자들의 달러 보유 선호 경향, 유럽의 미국 투자가 미국의 무역 적자를 감쇄해 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제금융을 모르시는 분들은 이상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미국은 지불을 자국 통화인 달러로 하기 때문에 대외 수지 적자라고 해서 돈이 유출되는 것은 아니다. 달러로 지불된 돈은 고스란히 미국 내에 머물게 되어 미 재무부의 국채나 주식 시장으로 재유입되고, 무역 수지 적자가 커질수록 금융 시장으로의 유입은 더 커진다. 다만 국채나 주식의 소유자가 외국인이나 외국 기업일 뿐이다. 달러 보유가 큰 나라를 들면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과 대만, 기타 아시아 각국들이다. 우리나라는 외환 위기 이후 무조건 달러 보유를 늘려왔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인들이 달러 보유를 기피하고 가령 유로화를 선호할 경우 어마어마한 문제가 생겨난다. 미국의 달러가 폭락하게 되고, 그러면 미국 증시는 붕괴한다. 미국 증시가 붕괴하면 미국인들의 가계 지출은 얼어붙고, 그간의 무분별한 은행부문의 가계 대출은 고스란히 부실화된다. 사실 이런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다. 일본은 죽으나 사나 미국이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자 가장 안전한 통화라고 믿고 미 재무부 채권을 사 왔지만,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 문제점은 그간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해 왔지만, 클린턴 정권은 1994년 정말 절묘하게 '강한 달러'를 유지하는 데 성공해 왔다. 클린턴 정부는 1995년 4월, G7 재무장관 회의에서 엔화의 강세를 약세로 반전시키기로 하는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역플라자 합의'라고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바로 이것이 지난 6년간의 미국 호황을 만들어 낸 핵심이다. 일본의 침체에 대신해서 성장 엔진을 미국이 떠맡기로 한 결정이었다. 그후 일본은 거의 제로 금리에 머물면서 일본인들은 일본 국내에서 예금을 해도 모두 달러 예금을 하게 되었고, 이 돈이 모두 미국 금융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다우와 나스닥의 폭등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우리가 IMF를 당한 것도 그 원인(遠因)은 사실 역 플라자 합의에 있다. 천문학적인 액수에 저금리의 재팬 달러(Japan Dollar)가 국제 자본 시장을 표류하다가 일어난-그리고 일어날 수 밖에 없는-일시적인 패닉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호황, 특히 디지털 호황에 힘입어 금방 일어설 수 있었다.

사실 이는 병 주고 약준 꼴에 지나지 않는다. 아울러 이 모든 것은 강한 달러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하려던 줏대없는 일본과 약삭빠른 클린턴 정권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이렇게 보면 일본과 아시아 각국, 그리고 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미국의 버블 경제를 은근히 지지하고 환영해 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영원히 계속되는 잔치는 없듯이, 이제 미국의 호황은 막을 내렸다. 그렇다고 저렇게 엎어져 있는 일본이 세계 경제의 성장-말이 좋아 성장이지 사실은 양적 확대를 통해서만 불황을 면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생리는 마치 달리는 자전거가 정지하는 순간에 엎어지는 것과 같다-을 당장 맡을 능력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중국이 그만한 시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기대할 만한 것은 그나마 유럽인데, 만일 유럽 지역이 호황으로 들어간다면 당연히 달러는 풍비박산나고 유로화는 오를 것이다. 바야흐로 세계 경제, 최소한 미국 경제는 금융 부문에서가 아니라 실물 부분에서 거대한 한 차례 구조 조정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여기에 부시 정권의 조바심이 있고 극우파가 득세하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반전시켜 보려는 의지의 발로인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정직한 법이다. 앞서의 두 챠트에서 보듯이 장기 상승 추세는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고, 조만간 글로벌리즘(정확히는 아메리카니즘)이란 어휘도 색을 바랠 것이다. 이 추세가 필연이라는 확신이 든 것은, 압구정동에서 영어발음을 위해 혀를 찢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였다. 정말 치열한 시대정신의 극치였다!

그런 면에서 엔론 사태는 그들의 도덕성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합병 실패 역시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에 의문 부호를 달아주고 있다. 그럼, 이제 이 이야기를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지금 우리는 대선 분위기로 들떠 있지만, 내년부터 우리 경제는 본격적인 폭풍권으로 들어간다. 미국 경제의 버블 붕괴는 반도체 수출에 엄청난 한파를 몰아 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우리 경제가 어떤 운명을 맞이한다는 것을 여기서 구구히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이번 미국 증시의 붕괴는 기본적으로 2006년, 병술년 초가 되어야 정리될 것이다. 이 바람에 차기 정권은 이 문제에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엄청난 가계 부도와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하는 시기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 필자는 이 글을 과연 써야 하는지를 놓고 작년 말부터 고심해 왔다. 하지만 역시 쓰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앙은 언제나 두 번 다가온다. 그러나 같은 모습으로 오지는 않는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분들이 저번 IMF 때의 악몽을 잊지 말고 나름대로의 준비를 하기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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