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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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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3>

육십 갑자와 바빌로니아 문명

갑자 을축 병인 정묘...등으로 시작해서 신유 임술 계해까지 두 글자씩 60개의 간지 글자가 이어지는 육십 갑자는 우리말 속에 제법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다. 육십갑자 동방삭, 육갑 떠네 등이 그 것들이다. 그런데 이 육십 갑자는 사실 인류 최초의 문명으로 인정받고 있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수메르 수학과 깊게 연관지어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육십 갑자는 10간과 12지가 만나서 이루어지는 60개의 경우의 수로서 간단히 말하면 10진법과 12진법의 조합이다. 이에 대해 학자들은 10진법은 아마도 사람의 손가락이 열 개라는 데, 그리고 12진법은 한 해가 열 두달의 순환이라는 데에 그 연원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C. 3000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수메르 문명은 60진법에 토대를 둔 천문학을 발전시켰다. 한 해는 약 365일인데 이는 60이라는 숫자가 여섯 번 반복되고 남는 우수리 날들로 이루어진다. 이 일부 우수리 날들 때문에 고대 천문학자들은 골머리를 싸매야 했고 역법(曆法)은 그야말로 비밀의 학문으로 자리잡았다.

문명이란 농경에서 나오는 잉여 산출물에 기반하는 것이어서 고대 문명에서 천문학과 수학, 기상학은 신의 대리인으로 행세하던 통치자에게는 권력의 원천이요 비밀의 하이테크였다. 이런 고대 수메르 문명의 60진법은 오늘날에도 엄연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

원의 내각은 360도이고 한 시간은 60분, 1분은 60초이다. 하루는 24시간(중국에서는 12시진)으로 12 진법이다. 근대 물리학의 태두인 뉴톤을 배출한 영국도 불과 몇 년전까지 1파운드가 12실링이었다. 영국의 어느 할머니는 1파운드가 10실링으로 바뀌면서 그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고 말았다는 해외 토픽도 있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12연기설도 실은 인도의 힌두 철학에 원래 있던 것으로서, 사주 명리 이론의 근저에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근대 과학이 12진법을 버리고 일률적으로 10진법만을 택하는 바람에 60진법은 일반인들의 뇌리 속에서 희미해져 버렸지만, 이처럼 60진법은 주로 시간과 공간을 재는 단위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

음양 오행의 원리에 바탕한 사주 명리학은 결국 60진법에 기초해서 한 인간이 살다 가게 될 시공간을 예측해내는 학문인 바 이는 천문학자들이 어느 해 어느 행성이 어느 지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측해내는 것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서양에도 사주 명리학과 그 원리가 사실은 동일한 점성술이란 것이 있다. 독자분들은 과학과 합리의 상징인 서구 나라들은 점성술 같은 데 관심이 없는 줄 아시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들 역시 관심이 엄청나다. 예로 미국의 보통 중류 가정에 가보면 두껍고 커다란 성경책이 한 권씩 있는데 그 성경책의 뒷장 여백에는 그 집안 가족들의 생년월일시가 몇분 몇초라는 것까지 적혀있다. 점성술사한테 가서 운명을 물어보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어머니가 자녀들의 생시를 기억하고 있다가 시험이나 결혼 등의 중대사가 있을 때 역술인을 찾아가지만 그들은 과학의 나라답게 아예 태어난 시각을 분초 단위까지 기록해놓고 있을 정도다. 미국이나 유럽의 정치 및 재계의 지도자들이나 그 부인들 역시 유명한 점성술사와 인연을 맺고 수시로 운세를 자문받는데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은 우리와 거의 동일하다.

육십 갑자가 수메르나 인도 문명과 접해서 중국에 들어온 것인지 아니면 자체 발생적인 것인지는 알 길이 현재로서는 없다. 중국의 학자들은 육십갑자가 생겨난 기원을 대략 B.C. 2200 년경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당시 중국도 천문학이 상당한 발달하고 있었다.

동시에 육십 갑자는 미학에서 말하는 황금 분할과도 적지 않은 연관을 갖고 있다. 황금 분할은 가장 아름다운 수치적 균형으로서 1 : 0.618 이 그 비율이다. 60 과 61.8 은 근사치이며 우리가 실생활에서 응용하는 것은 오히려 60이다. 흔히들 ‘6:4 로 우세하다’라는 말을 하는게 그 예다.

이제 독자분들도 육십 갑자가 사실은 극동 세계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류의 오래된 문화이자 지혜라는 것을 어느 정도 눈치챘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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