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건물(경향신문사) 진입을 시도한 경찰과 노조원, 시민들의 대치 상태가 격화되는 가운데, 이날 연행자수는 20여 명에서 120여 명으로 늘어났다. 경찰은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경향신문 유리문을 깨고 안쪽에서 캡사이신 성분의 최루액을 뿌리며 건물로 진입했다.
민주노총 강제 진입에 항의하는 시민과 노조원 600여 명은 오후 3시께 민주노총 건물 인근에 모였지만, 경찰에 둘러싸여 이동이 원천 봉쇄된 상황이다. 이들은 인도를 가로막는 경찰에 극렬히 항의했지만, 경찰은 이들의 항의를 '미신고 집회'로 규정하며 오후 3시께 '캡사이신 살포'를 경고하기도 했다.
경찰은 오후 3시께 민주노총 본부가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 13층까지 진입한 상태다. 바리케이드 등을 쳐 놓고 현장을 지키던 조합원들은 전원 14층으로 이동해 경찰에 저항 중인 상태다. 민주노총 건물 옆 금속노조 건물에서는 경찰 봉쇄에 반발한 조합원들이 경찰을 향해 호스로 물을 뿌리기도 했다.
▲ 22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건물에 강제 진입한 경찰에 항의하는 노조원과 시민들이 길을 가로막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
"구속영장 없는 건물 침탈은 불법"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노동 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주노총 법률원 등 법률가 단체들은 오후 4시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노총 침탈은 불법 행위"라고 밝혔다.
이들은 애초에 민주노총 옆 건물인 경향신문사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경찰에 둘러싸여 이동하지 못했다.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은 "인도를 봉쇄하는 것은 불법 행위"라고 격렬히 항의했다.
법률가 단체들은 "경찰이 헌법상 영장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구속 영장과 달리 '체포 영장'의 경우 피의자를 수색할 목적으로 타인의 주거에 잠금 장치를 해제하고 들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구속 영장' 없이 민주노총 건물 유리문을 부숨으로써 불법적으로 사유 재산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100명 넘게 연행하고 폭행한 것 또한 사상 초유의 불법 행위"라며 "공무집행 방해죄는 공무집행이 적법할 때만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사 1층에는 김선동, 김미희, 이상규, 오병윤 의원 등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앞서 2시에는 민주당, 노동당, 정의당, 통합진보당 등 야4당이 '민주노총 침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이날 오후 5시께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 기자회견 장소를 가로막은 경찰에 항의하는 법률가 단체 회원들. ⓒ프레시안(김윤나영) |
"폭력 진압, 최악의 정권"
사상 초유의 민주노총 강제 진압 사태에 대해 박성식 민주노총 사회공공성본부 국장은 "국민 대부분이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이 불안감을 느낀 나머지 폭력 진압으로 국민 저항을 잠재우려는 것"이라며 "파업을 준비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했지만, 그 최악까지 가는 최악의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철도 공공성 시민모임' 또한 "정부의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 진압이 국민과의 갈등과 불신만 증폭시킬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강제 점거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불통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민주노총 수도권 조합원은 민주노총으로 집결할 것 △전 산하조직은 대규모 민주노총 침탈 규탄 대회를 전국에서 진행할 것 △비상 중앙집행위원회 개최 등 지침을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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