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기업 노조가 너무 강한 투쟁력을 갖고 있어 중소기업이 오히려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일부 노동자들의 강력한 권리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는 구조"라고 말해 대기업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다시금 내비쳤다.
"국가 모두를 위해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권리"
지난 3일부터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노 대통령은 4일 저녁 숙소호텔로 현지 교민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는 가운데 '현지 정부의 노동법 때문에 해고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퇴직금도 높으니 인도네시아 정부에 노동법 개정의 뜻을 전해달라'는 교포사업가의 요청에 "한국의 노동법도 이걸 해결 못해서 골머리 싸매고 있는데 제가 인도네시아 노동법까지 바꾸려 하다가, 코 다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결국 한 사회에서 (해고 제한이) 노동자에게는 권리"라면서도 "멀리 내다보면 국가 모두를 위해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권리"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도) 기업 쪽에선 더 유연하게 해 달라고 하지만 법과 판례에 의해 거의 무제한적인 해고 가능한 상태"라며 "그러나 87년 대투쟁, 80년대 말과 90년대 대투쟁 통해 대규모 기업 노조가 단체협상을 통해 법 이상의 권리를 확보하고 있고 대기업 노조만 단체협상을 통해 (권리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새로 취업하려는 사람들이 정규직으로 취업이 잘 안 되는 불편 겪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노 대통령은 "일부 노동자들의 강력한 권리로 인해 많은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는 구조"라며 비정규직의 확대가 대기업 노조 때문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정부 주도의 교육훈련 등으로 해고도 쉽고 취업도 쉬운 '노동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자신하며 "(이같은 선순환 구조 마련이) 지금 정규직 취업도 안 되고 부도가 날 판인데 구조조정도 못하는 비능률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잘 한 것도 없는데 박수 많이 쳐줘서 미안하다"
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투자 전망이 밝다는 점을 언급하며 해외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에 발언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 국내에) 투자할 돈이 너무 많아서 더 할 데가 없다"며 "지구적으로 투자를 할 시기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에는 도로를 더 닦을 데가 없고 항만도 거의 다 지었다"며 "조직은 있고 민간자본도 많은데 부동산으로 몰려다니며 말썽 부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구적 투자라는 게 안 해본 일이니 겁도 나고 한 수준 높은 정보력과 분석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노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마다 교포들로부터 들어오는 이중국적 허용 요청에 대해서는 "이중 국적을 주는 것은 여러 문제가 많다"면서 "그러지 말고 외국인에게 주지 않는 제도를 동포에 한해서 개별적인 권리로 주면 되지 않겠나"고 말해 이중국적을 불허하는 현행제도 내에서 대안을 모색할 뜻을 내비쳤다.
이날 간담회 모두에 교민들이 박수를 치자 노 대통령은 "박수를 많이 쳐줘서 아주 감사하다. 너무 오래 치시니 미안한 마음 생긴다"며 "별로 잘 한 것도 없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잠시 비감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5일 오전 인도네시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다음 방문지인 호주로 향발했다. 노 대통령은 오는 6일 하워드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