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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냥이 멍이 중성화·성대 수술, 꼭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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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냥이 멍이 중성화·성대 수술, 꼭 해야 할까요?

[개와 고양이의 시선 ⑤] 끝나지 않는 논쟁들

개와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취급하다가 30년 전 국제학회에서 '반려동물'이라는 개념이 제시된 이후, 요즘은 '애완견', '애완묘'라는 호칭보다 '애견', '애묘'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쓰일 만큼 사회 분위기가 달라졌다.

하지만 한 가정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가족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그런데 '애견', '애묘'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이 주인이 책임지고 결정해야 하는 예민한 문제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성화 수술'과 '성대 수술'이다. '절대 보호'가 필요한 애견, 애묘에게 불편을 해소하는 짐을 떠넘기는 것이 잔인하다고 생각하다면, '중성화 수술'과 '성대 수술'은 선택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사람들 대부분에게 '중성화 수술' 만큼은 함께 살기 위한 고육지책인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개와 고양이의 시선] 다섯 번째 기사에서는, 가족의 의견조차 모으기가 쉽지 않는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본다.<편집자>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이은영(가명·여·25) 씨는 같이 사는 부모님과 '중성화(불임) 수술'을 둘러싸고 몇 년째 티격태격 싸운다. 10살 난 개 '장군이'와 3살 난 고양이 '나비'를 키우는데, 나비가 발정이 자주 나는 탓이다. 이 씨는 수술하자고 하지만, 부모님은 수술하지 말자고 한다.

부모님이 불임 수술에 대해 '절대 반대'하게 된 사연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씨는 여기 저기 입양됐다가 파양돼 버려질 위기에 처한 새끼 고양이를 맡은 적이 있다. 처음 고양이를 데려왔을 때 마음에 없는 잔소리를 하던 부모님도 고양이에게 눈을 떼지 못했고, 금세 정을 붙였다.

시간이 지나 고양이에게 첫 발정이 왔고, 이 씨는 불임 수술을 하지 말자는 부모님과 의견이 충돌했다. 결국 수술했지만, 수술이 잘못됐는지 이틀 뒤 고양이는 세상을 떠났다. 부모님은 속상해 했고, 이 씨와 남동생은 많이 울었다.

첫 고양이가 세상을 뜬 지 4년 뒤, 이번에는 부모님이 지금의 '나비'를 데려왔다. 부모님은 "누가 친자식인지 헷갈릴 정도로" 나비를 예뻐했다. 갈등은 나비가 7개월이 됐을 때 이 씨가 슬그머니 '수술' 이야기를 꺼내면서 불거졌다. 부모님은 "말도 꺼내지 말라, 또 죽이려고 하느냐"며 "왜 강제로 생식 기능을 빼앗느냐"고 했다.

이 씨는 "여전히 그(수술) 얘기만 꺼내면 부모님이 질색하며 애기(고양이)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시거나, 아버지는 화내고 어머니는 우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난 3년이 조용했던 것도 아니다. 발정 난 나비가 여기저기 오줌을 싸고(일명 '스프레이') 우는 통에 이 씨는 '멘붕'이 왔다. 이 씨의 어머니는 나비가 이불에 오줌을 싸면 "덕분에 우린 남들보다 이불을 자주 빨아서 진드기도 없고 좋다"고 했고, 밤에 나비가 울어서 이 씨가 잠을 설치면 "네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핀잔을 줬다. 옷이나 가방, 남동생의 중요한 과제물에 오줌을 싸도 "그걸 거기에 둔 사람 탓"이라고 했다.

"오줌을 싸도 예뻐, 발정 와서 시끄럽게 굴어도 예뻐, 숨 쉬는 것 자체가 예쁘다고 하세요. (부모님한테) 서럽기도 하고, 그러면서 저도 나비는 예뻐요. 아들처럼 10년 기른 강아지(장군이)까지 나비를 예뻐해서, 제가 나비를 혼내려고 하면 (장군이가) 막아서고 짖을 땐 배신감을 느끼다가 나비를 보면 또 예뻐요."

이 씨는 키우던 개 장군이는 불임 수술을 시키지 않았고, 수술을 원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장군이는 "지난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붕가붕가'한 적도 없고, 발정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것 같지도 않고, 발정이 오긴 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비의 경우는 달랐다. 이 씨는 "나도 스트레스 받고, 나비도 말은 못해도 힘들 것"이라고 했다.

▲ 동물 병원에서 중성화(불임) 수술에 들어가기 전 고양이의 털을 깎고 있다. ⓒ김소연

중성화(불임) 수술에 대한 생각 물었더니…

중성화 수술은 꼭 해야 할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20여 명에게 중성화 수술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대부분은 수술을 했거나 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수술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발정 스트레스'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거나, 교배시켜 새끼를 낳아도 전부 책임지지 못하리라는 우려 때문이다.

20대 여성 ㄱ 씨는 "중성화를 안 하고 짝짓기도 안 시켜주는 건 고양이한테 못 할 짓이고 사람도 힘들 것"이라며 "그렇다고 커플로 만들어 집에서 낳는다면 낳는 족족 책임질 순 없으니 입양을 보내게 된다"고 말했다. ㄱ 씨는 "그중엔 버려지거나 파양되거나 고생하는 고양이들이 나올까 봐 전전긍긍할 텐데 모두 못 할 짓"이라며 "이미 길냥이는 포화 상태이고, 버려지고 학대 받는 고양이들이 많은데, 사람이 수십 마리, 수백 마리를 다 책임지지 못 한다"고 말했다.

고양이 3마리를 키우는 30대 남성인 ㄴ 씨는 "중성화 수술은 (번식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고, 강아지를 못 짖게 하는 성대 수술 같은 이기주의이며, 사람으로서 동물에게 못 할 짓이라는 이상이 있지만, 고양이의 특성상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실도 있다"며 "이상과 현실에서 중성화는 필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람과 같이 사는 고양이는 평균 15년을 사는 반면, 길고양이들은 평균 2~3년밖에 살지 못한다. 암컷 한 마리는 일 년에 3~4차례 임신해 회당 3~7마리를 출산하는데, 길에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은 영양 부족과 열악한 환경 등으로 대개 1년 안에 90% 확률로 사망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3년이 지나면 길고양이 100마리 가운데 한 마리만이 살아남는다고 추산한다.

ㄴ 씨는 "내가 키우는 암컷 한 마리가 일 년에 두 번 출산한다고 가정하면, 일 년 뒤 우리 집에 암컷과 새끼 8마리로 총 9마리가 된다"며 "새끼 8마리 가운데 암컷이 4마리라고 가정하면, 2년째에는 한 마리당 3~5마리를 출산해 우리 집에 고양이가 20마리를 돌파 → 나는 엄마한테 사망, 그리고 20마리의 고양이들은 길냥이가 된다"고 우려했다. 생존 능력을 잃어버린 반려동물 유기가 더 큰 학대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론 수술에 대한 결정이 '인간의 이기주의'에서 비롯됐다는 반론도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30대 남성 ㄹ 씨는 "성욕을 주체 못 하고 임신할 상황이 안 된다고 해서 불임 수술을 시켜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당연히 건전하게 풀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번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남성 ㅁ 씨는 "새끼를 낳을 과정을 감내할 여건이 안 되면 안 기르는 게 맞다"며 "애초에 사냥 습성을 보존하고 있는 야성을 지닌 고양이를 방에서 기르겠다는 것부터가 이기주의의 시작이며, 누군가의 온전한 삶을 지켜주고 책임질 수 없다면 그 대상이 사람이든, 짐승이든 함께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이미 함께 살고 있는 동물을 버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개를 키우는 50대 남성 ㅁ 씨는 "반려동물이 인간의 이기심과 폭력의 산물이라는 관점은 결국 야생을 침해하는 인간의 생존 방식 자체를 부정하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미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5년 전 유기 고양이를 입양한 뒤 새끼를 한 번 낳게 하고 불임 수술을 시킨 ㅂ 씨(여·26)는 "(수술이) 폭력적이고 학대일 수 있고, 같이 살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은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ㅁ 씨는 "이미 데리고 온 이상 다시 놔줄 수도 없다. 놔주면 길에서 죽을 것"이라며 "고양이가 자기 성욕을 발산하다가 길어야 2~3년 살고 일찍 죽는 게 맞는지, 사람이 데리고 15년 끝까지 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짖는 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 성대 수술을 둘러싼 논쟁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중에서도 중성화 수술 때보다 반대 의견이 많았다. 개 1마리와 고양이 2마리를 키우는 한연희(30대) 씨는 "개가 사람을 물었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개들이 괜히 물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 사람이 뭔가 잘못해서다"라며 "개가 짖는 것도 이유가 있어서이고, 그 이유를 발견해 풀어주려고 해야지 성대 수술을 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완희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중성화 수술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성대 수술은 다른 방법으로 치료해 보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같이 살아야 하니까 (주인의 선택에 맡기지만) 우선순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짖는 개를 키우는 사람들의 고민도 깊다. 가족들과 함께 다세대 주택 2층에서 5살, 6살 개 두 마리를 키우는 강수정(가명·여·26) 씨도 그런 경우다. 강 씨가 사는 주택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택배도 자주 오고, 이웃들이 술을 먹고 새벽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어느 날 술을 마시고 들어온 윗집에 사는 이웃이 쿵쿵거리며 계단을 오르자 개들이 짖으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윗집 남자는 "개 때문에 술도 못 마시고 오겠다"고 소리를 질렀고, 사과하려고 나간 오빠와 말다툼을 했다. 그날 이후로 윗집 이웃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큰 소리로 화를 냈고, 그러다 보니 옆집에서도 항의가 들어오면서 이웃 간에 불화가 생겼다.

강 씨의 오빠들은 이 사태의 원인이 강아지들에 있다고 보고, 개 훈련을 시작했지만 한계를 느꼈다. 주인이 주의를 줄 때만 조용했을 뿐, 새로운 사람이 주변에 드나들면 개들이 짖는다는 것이다. 강 씨는 "한 마리만 있으면 괜찮은데 두 마리가 있어서 한 마리가 짖으면 따라 짖는다"고 말했다.

강 씨는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서 집을 옮기기 마땅치 않고, 그러자니 앞으로 이웃과 계속 마찰이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 애견 학교에 보내자니 돈이 문제다. 한 달에 30만 원씩, 두 마리면 60만 원이 들었다. 오빠는 "그럴 바에야 성대 수술이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고, 강 씨는 "개에게 표현 수단을 막는 것은 학대"라고 맞섰다.

강 씨는 "차라리 애들을 시골에 있는 할머니한테 보내자"고 주장했지만, 오빠는 "이미 주인이 두 번 바뀌어 상처 받은 개들을 또 새로운 주인에게 넘기는 것은 더 큰 학대"라며 "짖지 못해도 우리가 끝까지 책임지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결국 강 씨 가족은 성대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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