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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너서클' 2부 <13>-'부패의 톱니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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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너서클' 2부 <13>-'부패의 톱니바퀴'

오모 수산청장의 '물개 특송작전'

관료 사회에서는 상하가 뇌물을 주고 받는 게 관행처럼 되어 있잖아. 이런 에피소드도 그 하나지만 코믹한 소재감이기도 해.

오XX씨는 박정희 소장이 한강 다리를 건널 때 선봉장 노릇을 했던 인물 아냐. 이 분은 정력이 아주 출중했던 분이지. 수산청장을 할 때인데 미국에 여행을 갔어.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는데 비서관을 지냈던 L씨의 증언이지.

"청장 방에 여자가 하나 들어가, 그래 나도 하나 모셔오라고 했지. 나는 일찌감치 동해물과 백두산이 부르고 잤는데 날 새벽에 내 방 문을 두드리며 다급하게 소리치는 서양 여자 목소리가 하나 들려 와. 문을 여니 청장 룸에 들어갔던 바로 그 여자라. 여섯 번 출격하고도 모자랐는지 일곱 번째 발동을 걸고 들어와 도망 나왔다고 아주 죽어죽어. 오씨의 정력이 이 정도였다는 거지.

하여튼 이 공무 저 공무를 마치고 귀국할 때 물개 두 마리를 선물로 구해 가지고 돌아오게 되었어. 그것도 산 것으로 말야. 초정력 강장제 선물은 일반 사회나 권력 사회나 다 똑같았지.

자, 한 마리는 오 청장 것이고 또 한 마리는 당시 총리였던 정일권씨한테 진상할 선물이었지. 그런데 문제가 있어. 물개를 살려서 모셔오는 방법이야. 마침 한국으로 오는 어업 지도선이 청장 방미로 정박 중이었어. 그 배에는 선원들의 욕실이 달려 있었는데 물개를 그 욕실에 넣고 물을 갈아주며 '특송작전'으로 들어갔어. 귀국한 오 청장은 정 총리에게 '귀한 선물'을 그것도 산 채로 가져왔다고 보고를 했지.

그런데 사고가 난 거야. 정 총리가 인천으로 가 미국서 온 지도선 시찰을 하는 중 슬쩍 '내 물개 어디 있나 '하고 선실 안을 보게 됐어. 이게 웬 일. 물개가 피를 흘리면서 시체로 변해 있는 거야. 물개의 '그것'이 어떤 자에 의해 칼로 잘려져 도둑 맞은 거라.

망망 대해를 거쳐왔으니 외부 침입자는 있었을 턱이 없으니 분명 선원이나 선객의 짓이 틀림은 없는데 범인은 오리무중이야."

이 이야기를 L비서관에게서 듣고 나니 이야기를 한 사람이 장본인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넘겨짚었더니 펄쩍 뛰긴 했지만 수상하긴 했어. 문제의 물개는 이런 에피소드를 숨긴 채 부산 해양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해.

공무원 사회의 뇌물은 대부분 자리 이동과 승진문제와 걸려서 오고 가지. 그 부패의 톱니바퀴는 청와대로부터 저 말단에 이르기까지 아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갔어. 승진 때가 되면 관청의 건물 뒤에 또 하나의 복잡한 인맥과 뇌물이라는 회로가 생겨나. 실력이 있어도 가만히 앉아 있다가는 당한다는 게 불문율로 되어 있어.

차관보였던 N씨는 한일 협정 관계로 장관을 수행하게 되었어. 그 때 마침 차관 승진이 걸려 있었지. 아침 공항으로 출발하려는 데 인사첩보가 전화로 걸려 왔어. "모두들 뛰고 있는데 당신 가만히 있어도 될지 몰라" 하며 펌프질을 했어. 장관만 믿고 있던 N씨는 "누군 누구 줄을 잡고 또 누구는 청화대 쪽에서 발동을 걸고 있다"는 구체적 움직임에 하늘이 노래졌지. 나중 차관 승진을 한 다음 이 양반 말씀이 걸작이야.

"나 비행기 안 타려고 했어. 나 없는 동안 저희들 싫건 뛰고, 난 물먹을 것 뻔하지 않아. 그렇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나. 할 수 없이 김포공항으로 나가면서 집사람에게 여기 저기 손 대야 할 곳을 지시했지."

몇 군데나 손을 대야 했느냐고 하니까. 손가락 다섯을 쫙 펴는 거야. 청와대, 당(여당), 남산(안기부), 총리, 장관실 주변 이런 공식이지. 비단 N 차관뿐이겠어? 인맥과 금맥이 총동원되고 압력수단과 경쟁이 일어나는 게 인사의 이면이야.

물론 예외도 있겠지. 사실 N차관의 경우는 그의 성실성을 높이 산 장관이 " 내 재직시가 아니면 승진시켜 줄 사람 없을 거야"하고 대통령에게 특별 간청을 해서 차관 자리에 올랐어.<'부패의 톱니바퀴'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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