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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취재파일 - 한국의 이너서클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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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기자 취재파일 - 한국의 이너서클 <27>

그들의 언론관<3>-"지식 있지만 지성은 不在"

한국 언론의 또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게 '전문성 부족'이다.
특히 이런 지적은 경제계나 정부부처 관계자들 사이에서 많이 제기되고 있다. '높은 자리에서 야단치기' 식 보도로 일관할 뿐, 구체적 대안이나 일관된 논리가 결여돼 있다는 비판이다. 한 예로 말로는 시장경제 운운하면서도 물가가 오르거나 금리가 오르면 "정부는 뭣하고 있냐"고 비판하는 식이다. 입은 시장경제를 말하면서도 머리는 박정희시대의 계획경제 마인드에 사로잡혀 있는 셈이다.

손광식 본지 고문은 오랜 기간 경제부 기자 생활을 한 까닭에 이같은 언론의 자기모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손 고문이 만난 여러 지도층인사들 가운데 언론 경제보도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한 두 사람의 녹취록을 싣는다. 언론인, 그중에서도 경제부기자들이 반드시 읽어볼 내용이다. 편집자

***1. '높은 자리에서 야단치기'**

우리나라 신문들 논조 보면 ‘높은 자리에서 야단치기’야. 구체적인 방법 제시가 없느니 어쩌느니 하지만 논설들도 마찬가지야. 핵심들을 못 찌르고 있어. ‘경쟁력을 키울 대책이 없다’고 꼬집고들 있는데 차라리 정부가 내놓은 30가지 대책이 왜 근본대책이 못되는지 그걸 두드려야 할 게 아냐.

맨날 이슈 걸어 놓고 ‘근본대책 없다’는 상투적인 말로만 원고지들을 메우고 있단 말이야.
'수출은 줄고 외유는 늘고..’라고 한탄해 보았자 비판은 될지언정 내가 보기로는 생산성은 없어.
‘떠나가는 기업인들’ 하면서 그러니 국내조건으로 ‘저비용 고효율’ 체제 만들라고 했는데 기업은 벌써 그 주장보다 한 발 앞서 있어. 그게 구조적으로 안 되게 되어 있는 걸 체감하고 있는 게 기업쪽이야. 더욱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이후 각국이 자위수단을 강구하고 있는데 현지에 안 뛰어들고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냐 말이야.

신문에서 혼례비 많이 쓴다고 매일 조져대는데 차라리 복거일이가 동아일보에 쓴 칼럼 ‘자연스런 물욕’이 더 본질문제를 찌르고 있어.
뻔한 주장, 비판보다는 본질의 문제를 제기해 보라 이거야.

예를 하나 들어 볼까.
‘국제수지가 악화되었다’ ‘소비재만 쏟아져 들어 온다’ 이렇게 야단을 치고 있으면서 ‘물가는 오르고 있다’고 해. 이것 이상한 일 아니야. 개방체제의 논리는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거라고 하는 게 교과서같은 설명들인데 이 논리가 한국에서는 부서지고 있는 거란 말인가, 이런 게 본질의 문제란 거지.

환율이 높아서 그렇다면 ‘고환율’ 문제가 진작 제기됐어야지. ‘엔저 현상’ 나오고 수출이 안되니까 일거에 원 샷으로 올린 게 언제야. 그러니까 문제를 제대로 얘기하려면 본질의 규명이 중요하다 이 말씀이야.
‘한국의 개방체제 실험은 실패인가’라든지 ‘환율, 이자, 물가의 가격구조는 어떻게 왜곡되어 있는가’ 뭐 이런 것이 본질의 문제 아니겠어.

사설을 읽다가 보면 모든 주장대로 하자면 ‘통제경제의 수단 밖에 없다’는 암시만 떠올라. 그저 일제히 떠들어대 가지고 경제에 긴장감을 주자는 뜻은 알겠는데 천편일률에다가 똑같은 방향을 가르키면서 ‘글질’들을 하고 있어. 하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게 신문 사설이기도 하지만. 지식들은 있는데 지성은 부재야.


***2. "논객들은 다 자가용만 타고 다니나"**

요즈음 언론에서 제일 떠드는 것이 ‘고비용 저효율’이야.
이게 하루아침에 일어난 현상은 아니지만 새삼스러운 문제같이 되어버렸어. 쉽게 말해 한국은 상품값이고 서비스요금이고 도대체 비싸니 ‘손님’을 끌 수 없다는 논지지. 거기다가 땅값 비싸, 이자 비싸, 임금 비싸니 생산성은 내려앉게 마련이고 효율성은 땅바닥을 길 수 밖에 없다는 얘기지. 현상진단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거지.

그런데 왜 고비용 저효율이냐에 대해서는 진단이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해.
물론 생산요소비용이 높아서 그렇다는 단선적인 분석들은 많이 나와 있지만 그런 진단만으로는 대책이 설 수가 없어. '물리적으로 요소비용을 낮추면 될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이른바 시장이라고 하는 곳에 녹아들어가기가 힘들다 이거야.

박정희나 전두환 시대라면 '그래, 그럼 이자 확 내리고 땅 값 묶어 버리고 파업 못하게 눌러버리면 될 거 아냐 '할 수도 있겠지만 시대가 이미 바뀌었고 그래 가지고는 시장경제 자유화 세계화라는 큰 흐름과 도대체 아귀가 안 맞아 정말 ‘파장날 경제’가 될 잠재성이 높아.

이제 문제의 초점은 시장기능이야. 의지와 목표를 세워 이끌어 가는 계획경제가 아닌 시장경제 체제라는 의미를 제대로 판독해 내야 한다는 말이야. 차리리 비싸져야 할 게 있다면 더 비싸져야 해. 그 다음에 수요억제라든가 시장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순서야.

그런데 해괴한 발상들이 있어.
그 하나의 예가 관광세를 건당 2, 3만원씩 걷겠다는 수요억제책이야. 그래 2,3만원 더 비싸진다고 백만원 단위의 해외여행이 억제될 거야. 결국 ‘봉이 김선달식’이야. 통과세로 정부가 돈좀 마련해 보자는 순전한 징세목적 밖에 달리 그 의미를 평가해 줄 수가 없어. 차라리 20만원, 30만원 하면 모르겠어.

또 하나는 교통체증 억제를 위해 서울 남산의 1, 3호 터널에 통과회수 당 2천원의 통과료를 9월부터 물리겠다는 서울시 방침에 대해 ‘딴 곳으로 몰리는 차량’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식의 신문 사설이야.
자가용 못 끌고 나오게 할 정도라면 “2만원을 받으면 효과가 더 있을 수 있다”던가 “다른 쪽에 차량이 밀리면 그 곳도 통행료를 받으면 될지 몰라도...” 했는데 논지가 엉거주춤이라.

1, 3호 터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이곳이 가장 혼잡스러우니까 분산시켜 보자는 뜻이 있을 것이고, 또 돈 안내는 다른 길로 가느니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체수단 쪽으로 돌파구를 뚫을 수도 있다는 암시가 담겨 있는 거 아냐.
오히려 2,3만원 무는 관광 출국세보다야 통행료가 합리적이지.
왜? 가격결정이 잘 되어 있으니까 그렇지. 2천원이면 좌석 버스를 2번 타고 4백원이 남고 지하철은 5번이나 탈 수 있어.
논객들은 다 자가용만 타고 다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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