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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취재파일 - 한국의 이너서클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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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기자 취재파일 - 한국의 이너서클 <23>

레임덕과 경제

지난 96년은 여러 모로 올해인 2001년과 유사한 해였다.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두고 정치판이 대단히 어수선한 해였고, 경제상황도 반도체 불황의 여파로 대단히 좋지 않았다.
이 때 손광식 본지고문은 전직 경제각료 및 금융계, 재계 인사들과 두차례 모임을 가졌다. 당연히 관심사는 정치 돌아가는 이야기였고 경제에 대한 걱정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미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 IMF사태 발발을 예고하는 우려의 소리들이 나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현직대통령을 농담의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레임덕(권력누수) 현상도 깊숙이 진행되고 있었음도 알 수 있다. 다음 두 편의 기록을 접하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을 성싶다. 편집자

***이야기 하나: "이러다가는 멕시코 짝이 나지"**

C : 며칠 전에 김재순이 만나니까 “야, 그러다가 윤환이도 구팽(토사구팽의 줄인말)된다”고 하더라. 그래 김윤환이 만나 그 얘길 했더니 “난 그럼 가만히 있는가”하더군.
안양(골프장)에서는 신현확씨, 조우동씨, 신용호씨 등 이병철씨 살아있을 때 무조건 수요일 날 부킹했던 ‘수요회’가 없어진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노인들 대하는 태도가 영 그게 아니어서…김진만씨에게 물어보았더니 요샌 관악으로 어디로 ‘유랑 골프’ 다닌다고 웃더군.

T : 그게 아니구 이건희 회장이 아버지때는 ‘로비용’으로 맴버쉽을 주며 인심 쓰고 정치도 했지만, 이젠 그 그늘에서 벗어나 ‘비즈니스용’으로 바꿔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더라.

C : 요샌 조선일보 독주지. 그걸 견제하는 반대 논리는 왜 없는 거지.

T : 요즘 세계화, 세계화 하는 데 다 좋아. 그런데 경제가 문제야.
정치야 치고받더라도 난 외환이 문제라고 생각해. 해외 도피자금 규모가 얼마인지 알어. 해외자금 들어온다고 하지만 다 핫머니야. 이래 가지고는 멕시코 짝이 나지. 멕시코도 살리나스(대통령)가 자유화다 뭐다 해서 핫머니가 쏟아져 들어갔지. 그러다가 나자빠지니까 저 짝이 난 거 아니겠어.

H : 그러나 저러나 내각제 튀어 나오는데, 난 당최 그게 걱정이야.
저희들끼리는 YS고 JP고 DJ고 다 그런 방향으로 은근히 합의해 간다지만 아무래도 남북 문제에서 걸려. 북에서 일이 생길 때 내각제로 그 대변화를 수용할 수 있겠느냐 이거야. 막말로 ‘한판’ 일어나면 내각제로 대응이 될까.

C : 난 요즘 홍재형 부총리 하는 일 보면 무슨 소신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하긴 옛날에 내 밑에서 그 사람 사무관도 했지만... 그 때 아이디어는 정인용(나중 부총리)이가 가끔 내고 이용성(나중 중소기업 은행장)이가 있었지만 간단치 않은 인물이었지. 부하 국장으로 데리고 일 하라면 홍이 제일 좋지. 순하고 하라는 대로 하는 모범생이니까.
아직도 전병민인가 하는 아이가 쎈가? 이번 여러 작품들도 그 쪽이라면서.
참, 노통은 한심해. 전번에 노통이 대구에를 내려오라고들 했는데 친구들은 ‘힝’하고들 콧방귀들이었지. 광고공사 사장 하는 동창 놈이 내려간 모양인데 다들 앞에서 노통이 한다는 소리가 “TK(대구경북) 많이 현 정부에 등용시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는 거야.
그게 모양이나 꼴세가 말이 아니지 않아?

***이야기 둘: '방귀 시리즈'와 '코끼리 시리즈'**

A: 관료 사회의 권위주의와 경직성은 알아 줘야 해. 언젠가 전통이 이웅평(북에서 귀순한 공군대위로 공군 소령이 된 사람)이를 만났어. 그 자리에서 "애로 사항이 없느냐"고 전통이 물어 이웅평이가 이런 저런 얘기를 했어. 그러자 전통이 “비행수당 배로 올려 주마”하고 약속을 했어. 그런데 이게 문제야. 예산상 다른 국가공무원 수당체계와 걸리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당장 육군이나 해군은 어떻게 할 거야. 그래도 대통령 지시니까 아무도 말을 못해. 그래서 내가 예산상 어렵다는 얘기를 전통에게 얘기하고 국방장관을 불렀지. “그게 어렵게 되었습니다”고 위에도 말씀을 드렸다고 했더니 “아이구, 살았습니다. 뒷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하고 얼굴상이 다 펴지더군.

B: 관료사회가 워낙 서로 씹는 분위기가 심하잖아. 재무부 (구)증권국장 백원구 발령낼 때 당시 장관이던 김만제가 몰린 적이 있었어.
어느 쪽에서인지 "그거 옛날 JP가 일으킨 증권파동 재판이 될 큰일 날 인사했다"고 씹어 재켰어. 하루는 전통이 불러갔더니 "이거 문제 심각하다"며 "인사 취소해야겠다" 하는 거라. 그 내막을 잘 알고 있었던 터라 그게 아니라고 태클을 해서 겨우 백원구를 막아 주었지. 하마터면 백원구 증권국장 못할 뻔 했어.

C: 정희택 감사원장 때인데 예산실장 문희갑(나중 대구 민선시장)이가 감사원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어. 문희갑이가 전통을 만날 기회가 있어 이걸 완곡하게 얘기하고 협조를 좀 해주도록 건의를 했지. 전통은 얘기를 듣자마자 전화통을 들고 “야, 감사원장 대라”하고는 “거 뭐냐, 제 몇국 제 몇과 그거 페지해 버리시오”하는 거라.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감사원장이 수소문을 해서 발단의 진원지가 문희갑이란 걸 알아 가지고 둘이 만났지. 문희갑이가 여차저차해서 감사원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그렇게 된 거라고 설명하고 사과를 했지. 결국 어물어물 수습이 되었는데 당한 감사원이 ‘앵’하고 예산실 업무특감으로 받고 나올 수도 있고, 또 예산실 쪽은 돈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어 피차 안 건드리고 넘어간 거라.

A: 요즘 방귀 씨리즈 알아? 이런 우스개 소리야.
이승만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자유당 때 얘기는 장소가 진해 낚시터였다) 방귀를 꾸었어. 각료들은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했지. 전통이 뀌었어. 이번엔 서로 나서면서 "제가 뀌었습니다"했어. 노통이 뀌었어. 서로 "저 사람이 뀌었습니다"하고 손가락질이야. YS가 꾸었어. 그랬더니 전부 얼굴이 뻘개 가지고 아무 말도 안하는 거야. 전부 일제히 한방씩 ‘동참’하려고 안간 힘들을 썼다는 거지. (박장대소)

C: 요즘엔 코끼리 시리즈가 나왔는데 냉장고에 코끼리를 잡아넣으라는 문제야.
전통은 탁탁 사지를 잘라 넣었어. 노통은 종이에 코끼리를 그려 가지고 그 종이를 얌전하게 넣었어. YS는 자기가 먼저 냉장고에 들어가 앉더니 코끼리 보고 “캄 온!‘했다는 얘기야. (박장대소)

A: YS 아들 쪽에 있는 전병민이는 노통 쪽에서 쓰다가 넘겨 준 아이라는 얘기야. 무슨 역사성, 철학성은 없지만 권력의 위기상황을 넘기는 시나리오 작성에 탁월한 재주가 있다더군.

B: 그거 다 미디어 조작술에서 나온 거 아냐. 매체쪽에 흘리는 걸 받아 가지고 대서특필하고 나서지 않으면 시나리오가 되나.

C: 참 박찬종이는 묘한 사람이라는 평들이 많아. 독불장군이라는 거지. 밑에 사람도 없고 또 사람이 붙지도 않는다는 거야. 도덕성, 청렴성은 꽤 높은데 이게 찬종이의 경우 도그마가 되어 돈 있는 사람이 달러 붙지를 않아. 권력의 논리를 모르는 것 같아. 옛날에 한 번 지방에 같이 간 일이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자리에 없어. 어딜 갔나 했더니 김옥균 묘소에 참배하러 간 거라. 그때 ‘이사람 지사(志士)는 되겠지만 권력 잡기는 어렵겠구나’하고 속으로 생각했지.

B: 서울 시장 후보로 나가면 누구하고 붙어도 더불 스코어로 이길 만큼 여론은 압도적이라는데 하는 말들이 ‘그러나 선거해 보면 안된다’이거야. 너무 똑똑해 자기중심적 사고라는 거지. 그 옆에 제갈공명이 있어야 하는데 자기가 공명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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