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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 취재파일 - 한국의 이너서클 <13>정치와 '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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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기자 취재파일 - 한국의 이너서클 <13>정치와 '빽'

"국세청장 지위는 超장관급"

한국사회는 학연, 지연, 혈연 등 이른바 '3연(緣)'이 지배하는 사회이다. 이 '연'을 세간에서는 '빽'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같은 '연'의 영향력은 권력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커진다.
이 글은 90년대 후반부 YS정권 시절 국세청 고위관계자였던 모씨가 손광식 본지고문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우리나라 주류사회의 권력내부 비사이다. 모씨는 당시 국세청 고위직을 맡기 전에 청와대 비서관으로 파견나가 있어 누구보다 이너서클의 은밀한 세계를 가까이서 목격할 수 있었다. 편집자

형님, 저 청와대 들어간 거 무슨 ‘빽’ 있어서 그렇게 된 거 아닙니다.
나름대로 YS가 집권하게 될 거라 점을 쳤죠. 그 쪽 캠프에 있는 사람 줄 닿을 데가 없는가 하고 후배에게 알아보았더니 홍인길이를 안다는 거예요. 그래 홍인길 총무비서관을 만나 보았더니 청와대 살림 맡을 재무담당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자리로 가게 된 겁니다.

저 역시 야망도 있고 야심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젠 세상 많이 달라져서 능력, 노력, 신뢰, 이것이 기본입니다. 기본 갖추고 나서 빽입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그 사람 좀 우리한테 달라”고 해야 우선 길이 열립니다.
그 전에 전두환 대통령때 청와대 들어갔던 것은 강경식씨가 경제수석으로 갈 때 데리고 갔어요.

***'재벌쪽 비서관을 데리고 있으면 그림이 좋지 않다'**

참, 홍석현씨를 그때 청와대에서 만났지요. 그와 만난 건 이런 사연이 있어요.
인사동에서 J모라는 친구가 음식점을 하고 있는데, 세금문제에 민원이 하나 걸려있다고 부탁을 해 왔습니다. 제가 세무쪽 출신이고 현업에도 있어 서장들은 잘 알고 있죠. 그래서 문제를 풀어주었지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돈 1백만원을 가져왔어요. 안 받는다고 거절했어요.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홍석현씨하고 잘 안다” 하길래 “식사나 한 번 같이 하게 자리를 만들라”고 했지요. 그래서 가까워졌어요.

물론 그 사람이나 나나 다 청와대에 있지만, 그런 공식적인 것으로는 친밀해질 수가 없지요.
형님 알다시피 그 사람 부친이 홍진기씨 아니예요. 홍진기씨는 전대통령이 사적으로 만나는 원로분 가운데 한분이지요. 전대통령에게 영향력이 있었던 사람은 물론 신현확씨였죠. 정권 만들 때 상황 만들고 울타리 쳐준 분들 아니겠어요. 아마도 홍석현씨가 청와대 들어온 것도 신현확씨 추천이 아닌가 봅니다.

<사진1>

그런데 강경식씨가 청와대를 떠나게 되자 홍은 난감해졌어요. 본인은 청와대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관료로 성장하는 쪽이었거든요. 그래서 홍진기씨가 전대통령을 독대했지요.
“무슨 문제입니까?”
“아들 얘기올시다.”
“아니, 홍비서관은 KDI(한국개발연구원)로 나가도록 되어있는데요.”
이런 대화가 오고 갔죠. 결국은 전대통령 고집에 밀려 홍씨의 청와대 잔류는 실패로 돌아갔어요.

전통은 그때 ‘재벌쪽 비서관을 데리고 있으면 결코 그림이 좋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렇지 않아도 ‘관재(官財)유착’ 하고들 공격해 오지 않는가”하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홍씨 진로는 바뀌었어요. 형님 그런데 사람의 운명이란 알 수가 없어요. 물을 먹은 것 같은데, 나중에는 그것이 물이 아닌 결과가 되지요.

***KH에게서 받은 경영자 수업**

이병철씨가 돌아가고 이건희가 삼성총수가 되자 “그래도 처남 밖에 날 도울 사람은 없다”고 해서 삼성코닝으로 들어갔지요. 그런데 이회장쪽에서 계속 견제를 하는 거예요. 석현이쪽 아이들한테도 기합주고 쫑코 주고...... 홍이 들어갈 때는 “새로운 실력자다” 해서 주변에 모여들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후에는 애써 피하려는 눈치가 역역해 사람 하나 쓸려고 해도 기피하는 바람에 쓸 수가 없었어요.

그 때 홍은 갈등이 엄청났죠. 그런데 KH(이건희)가 어느 자리에서 “석현이 사람 만들 사람, 나밖에 누가 있는가” 하는 말을 했다는 걸 들었지요. KH의 진심을 무엇인가 알았어요.
‘아, 날 크게 키우려고 하는구나.’ 그 다음부터 화장실 올라갈 때는 일부러 한 층 아래서 엘리베이터 내려가지고 걸어서 올라가는 겁니다. 이것이 오늘날 중앙일보사장이 된 홍석현입니다. 뭐 장관하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권력이지요.

노신영씨는 석현이와 사돈인데(홍석현씨의 여동생이 노신영씨 아들과 결혼) 그 때 많은 얘기를 들려주곤 했지요.
“박대통령이 따로 부르더니 3개월 후에 외무부 장관 맡길 터이니 준비하라더라. 그런데 10.26이 났다. 세상 바뀌니 장관 자리도 날아간 건 물론이다. 그런데 다시 기회가 오더라. 그래서 2년 뒤에 외무부장관하고 다시 안기부장, 총리까지 했다. 아마 10.26 당시 외무부장관하고 있었다면 그 다음 인생길은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던 거죠.

***한국사회는 인맥이 아주 중요한 사회**

하긴 사람 키우고 자라는 데 인맥이라는 요소는 아주 중요합니다. 강경식씨도 발탁된 케이스지만, 신현확씨가 처이모부 아닙니까. 전통한테 강력히 천거된 배경이 있다 그겁니다. 강씨가 청와대를 떠나가게 된 건 장세동과의 갈등관계에서 밀린 것이지요.

<사진2>

한쪽은 붓대를 잡은 쪽에서 또 한쪽은 총을 잡은 쪽에서 뽑힌, 이를테면 총신들인데 호흡이 맞을 때는 잘 가는 듯 했지만, 결국 성격이 강대강(强對强)이라 부딪치는 것은 숙명적이더군요. ‘군인정부가 이 충돌에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그게 당시 청와대 전 직원의 관심사가 될 정도였습니다.
결국이 강이 물러나왔지......

***박관용의 대권야심**

요즘(YS집권후) 청와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전통때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자유롭지요.
지금 YS이후를 노리는 4인방 얘기는 청와대 안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어요. 박관용, 최형우, 김덕룡, 서석재 이 네 사람을 놓고 인물평들이 난무합니다.

최형우는 협객 기질은 있으나 머리회전에 문제가 있고, 덕룡이는 호남이라 그게 핸디캡이고, 서석재는 여기 저기 불합격 기준에 걸린다는 얘기들이죠. 그래서 박관용이를 주목들 하지요.

<사진3>

곁에서 보면 박관용이는 YS의 권력이양기까지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것 같아요. 여의도 포럼인가 하는 것을 만든 것도 박이예요. YS정권 들어서고 물러난 장, 차관급만 90여명이 넘어요. 이걸 관리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는 거죠. 권력이란 상부구조와 하부구조가 있는데, 상부구조의 지배력과 영향력은 우리 정치에서는 아직도 엄청납니다.

형님 오랜만에 만났는데, 우리 2차 갑시다. 저 오늘 차 안가지고 나왔어요.(자리를 옮김)

***국세청장의 자리는 정치적으로 '超장관급'**

저 야심 있습니다. 그러나 당당하게 살려고 합니다. 이형구가 뇌물 때문에 들어갔는데 ‘정치적으로 충청도 잡는다’ 이런 건 아닙니다. 민정수석도 몰랐다는 얘깁니다. 덕산비리에서 묻어나온 것인데 검찰 쪽에서도 아래를 통제 못해요. 젊은 평검사 뒤에는 야당이라는 울타리, 언론이라는 수단이 있습니다.

동아일보에 1보가 터지자 속수무책이 된 거죠. 민정(청와대)의 김영수가 서울고 선배인 봉종현 한국개발금융 사장이 잡혀가는 걸 몰랐었다는 것도 사실일 거예요. 물론 그 뒤의 상황은 고려 안한 추측이지만요. 최근 국세청이 조흥은행에 손을 댄 것 있지요. 금융기관장에게 ‘환경압력’ 만들어 얽어매자는 것이지요.

지자체장 선거에서 자금 방만하게 운영하면 여당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나온 겁니다. 그러니까 서상목 보사, 김숙희 교육, 이형구 노동으로 이어지는 충청도 출신 장관들의 퇴진으로 묶어보는 것보다는 은행쪽으로 묶어 해석해야 보다 본질문제를 파악할 수가 있어요.

사실 무서운 건 국세청입니다. 국세청장의 위치는 ‘초(超) 장관급’이라는 게 정치적인 면에서의 서열입니다. 추경석 청장은 예순한살인데, YS가 쉽게 자리를 이동시키고 싶어도 그렇게 잘 안됩니다. 현실적인 문제에 걸리니까요. 권력에서 보면 그의 자리는 행동대장 격입니다.

신문사 세무조사 해 가지고 지금 와일드 카드 꽉 움켜쥐고 있는 자리도 그 자리입니다. 추경석 본인은 차장 임채주를 승진시키고 자기는 각료(건설부장관)로 나갈려고 하지요.
임차장을 승진시키려는 건 사람이 똑똑하다 그런 기준도 있겠지만 임이 '무당파(無黨派)'라 이겁니다. 정치적으로 후견세력이랄까 이런 게 없으니까 ‘리모트 컨트롤’이 가능하다 이런 계산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건설장관 하면서도 YS곁에서 국세청장을 움직일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오늘 저 사무실에서 한바탕 하고 나왔습니다. 위(청와대)에서 불러 갔더니 새 사람 하나 박아야겠다는 거예요. 그리고 내 밑에 있는 친구 하나 방출키로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 화가 났지요. 아무리 청와대라고 해도 책임자인 나에게 그런 인사의 원칙을 사전 통고하고 협의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내가 내 자존심 안 지키면 지킬 사람 없는 것 아닙니까. 전 시시한 관료되긴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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