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 수서발 KTX 준비단 직원이 촛불집회 발언대에서 한 말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 4년에 '철도산업 발전방안' 로드맵을 대입하면, 철도는 DJ정부 때 착수한 상하 분리(운영과 시설의 분리)에 이어,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7년까지 '수평 분리(노선, 차량, 정비, 화물 등의 분리)'까지 마치게 된다. 한해 지날수록, 코레일을 하나 둘 쪼개게 되는 것이다. 민영화에 부정적인 여론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도 발전방안은 그 자체로 '시한 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수서발KTX주식회사 설립은 마중물이다. 코레일의 '쪼개기 개혁'을 수월하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별도의 철도 운영 주식회사를 만들어 여객 분야에서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코레일 개혁의 명분을 만들어 주는 셈이다. 또한 수서발KTX주식회사 설립과 남은 '코레일 쪼개기' 과업은 엄밀히 말하면 다른 개념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철도의 각 분야를 민간 자본에 노출시킬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같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 박근혜 정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 코레일을 6개의 회사로 쪼개는 방안이 담겨 있다. |
코레일 6개로 쪼개, 각각 회사는 '주식회사' 형태
100년 가는 철도를 남은 임기 4년 동안 쪼개는 계획은 오는 2014년부터 시작 단계를 밟게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26일 확정지은 '철도산업 발전방안(발전방안)'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의 최종 계획은 코레일의 지주회사 전환이다. 코레일이 맡고 있는 철도의 각 분야를 쪼개 크게 6개의 회사로 나눈다. 여객 출자회사(수서발KTX, 공항철도), 제3섹터 철도회사(벽지노선 등), 철도물류회사, 철도차량 관리회사(정비, 임대), 철도시설회사(유지보수 자산관리), 부대사업 회사(역세권 개발) 등이 그것이다.
내년인 2014년, 코레일의 철도 물류 부문이 자회사로 분리된다. 국토부의 '발전방안'에 따르면 "철도물류 자회사는 독립경영이 가능한 구조로 설립"하며 현 물류본부 인력을 중심으로 설립하고 "철도여객과 화물간 공정한 운영 구조를 확립하여 경쟁력을 제고하며 종합물류기업으로 발전을 지원" 한다는 방안이 담겨 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물류에서 철도 분야가 차지하는 게 4% 안팎인데, 이같은 작은 규모에서는 철도 물류 부문을 떼 주식회사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중복 투자 등으로 비효율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단계로 2015년에는 차량 정비 임대 부문 자회사를 설립한다. '발전방안'에 따르면 차량 정비 부분에 대해 국토부는 "별도의 부가가치 창출 활동은 미흡"하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경영개선을 위해서는 차량정비 및 임대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철도차량회사 설립을 통해 비용구조 개선 및 수익창출 유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코레일 소유 차량 외에 "수서발KTX, 도시광역철도 등 외주 비중을 높여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차량 정비를 '부가가치 창출 대상'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안전을 등한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전국철도노조(철도노조)는 차량 정비 임대 부문 자회사에 대해 "직접운영과 자회사의 차이는 지분을 민간에 개방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로 차량 정비 업무를 민간에 쉽게 매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도노조는 "철도 시설유지보수의 운영과의 분리는 철도운영을 모르는 비상식적 사고로 운영 과정에서 선로상태를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관리, 보수하는 것은 철도 안전의 필수 요소"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3단계는 2017년까지 "시설유지보수 분리 및 간선중심 지주회사 전환"이다. 즉 시설유지보수 자회사를 따로 분리한다는 것이다. '발전방안'은 "철도시설 유지보수는 정부 및 철도시설공단(시설관리자)의 위탁을 받아 수행하는 업무이나, 회계분리 및 시행 기준이 미흡한 상황"이라며 "철도시설의 관리 및 유지보수를 전담하는 철도시설회사를 설립, 운송사업으로부터 독립된 구조로 운영하여 철도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비용의 투명성도 확보"한다고 돼 있다.
시설 유지 보수 업무 역시 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다. 박흥수 객원연구위원은 "철도는 안전이 생명이다. 이를테면 철도 운영을 하다가 차량이 고장나고 선로에 문제가 생기면 '콘트롤타워'에서 곧바로 모두 해결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차량이 고장나면 차량 회사에, 선로에 문제가 생기면 선로 회사에 얘기해야 하고, 서로 책임을 미루기 위해 각종 편법이 동원될 수 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7년까지 완공되는 일부 노선은 처음부터 민영화를 할 계획이다.
▲ 지난 30일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광화문 이순신장군 동상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사장·부사장 12명에 임원만 수백명 생겨 '비효율' 증가
이같은 계획을 묶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자회사가 모두 주식회사로 설립된다는 점이다. 코레일이 지주회사를 통해 자회사에 대한 100% 지분 보유를 유지(수서발KTX나 지방 적자 노선 등의 제3섹터 회사 등은 제외)할 것으로 보이지만, 주식회사는 언제든 민간에 지분이 팔릴수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 2008년 철도 지주회사 체계 안에서 자회사의 일부 지분을 외국 자본에 팔려고 시도하다 국민적 저항에 부딛혀 무산된 일이 실제 발생했었다. 당시에도 '철도 민영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관련 기사 : "세계 어디서도 안 되는 걸 왜 박근혜 정부는 된다고 하나" )
둘째, 이같은 '발전방안'은 정부의 공기업 개혁 기조와도 맞지 않다. 철도노조는 "그간 정부는 공기업 정책에서 자회사의 경우 중복 투자, 비리, 비효율적 운영 등을 이유로 통폐합을 기본 기조로 추진해 왔는데 철도의 경우 예외적으로 자회사의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셋째, 공기업 방만 경영에 대한 비판의 한 축인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각각의 회사는 모두 이사회를 꾸리고 감사를 만들어야 한다. 6명의 사장과 6명의 부사장, 수백명의 임원들이 탄생한다. 이는 현재 정부가 문제삼고 있는 '임금 상승'으로 이어진다.
각 자회사 사장의 경우 철도공사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국토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낙하산 투입'의 조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결국 정치인이나 국토부 관료들이 사장에 낙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한국전력공사(한전) 민영화 과정에서 발전회사를 4개로 쪼갠 결과, '낙하산 자리'만 4개 늘어났다는 비판을 받았던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앞에 시한폭탄이 놓여 있다. 2014년부터 각 단계가 진행될때마다 철도 민영화 논란이 거세게 일 가능성이 높다. 민영화는 수서발KTX주식회사의 문제만이 아니다. 철도 민영화는 박근혜 정부 4년 내내 추진된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밀실 재가'한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의정서에는 개방 대상으로 코레일이 적시돼 있다. 외국 유수의 철도 기업들이 한국 철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까지 터놓은 것이다. 한미FTA 부속서상 '철도 개방 유예' 빗장도 박근혜 정부는 스스로 풀어 제쳤다. (관련기사 : 철도 민영화, 미국 자본의 참여 막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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