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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경영 참여로 자본주의 성공한 이 나라를 보라!

[김윤태 칼럼]<19>독일의 사회평화와 사회복지가 주는 교훈

나는 지난 11월 경실련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이 공동주최한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 국제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많이 참석한 것을 보니 독일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정말 독일 경제 모델이 이해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주요 인사의 인사말이 끝나자 사진 찍기에 분주하였는데, 정작 발표 시간에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발표자로 초청받은 보도 헤르조그 로이틀링겐 대학 교수가 국가 개혁을 위해서는 경청과 토론이 중요한데, 이런 태도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할 때, 나는 참 난감했다)

나는 아직도 '자유시장'의 신화를 철석 같이 믿는 사람들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대형 언론의 사설과 칼럼을 보라) 이들은 자유시장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자유시장의 위험은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 1929년 대공황 직후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칼 폴라니가 날카롭게 지적한대로 자유시장을 자연적인 것으로 보는 견해는 전혀 타당하지 않다. 역사적으로 "시장 제도는 인간의 문명 속에서 발전"했으며, 자유시장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이데올로기는 자유주의 경제학이 확산되면서 생긴 경제적 신념에 불과하다.

▲ 독일의 메르켈 총리 ⓒAP=연합

사회적 시장경제의 보수적 대응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자유주의가 제시한 '사회적 시장경제'는 자본주의 경제가 단일한 모델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시장경제의 자유의 원칙과 사회적 형평성의 원칙을 결합한 사회적 시장경제는 역사의 뿌리가 깊다. 1920년대 '질서 자유주의'를 제시한 독일 경제학자 발터 오이켄은 "정부가 부분적 이익을 조정하는 힘을 가지고 경제과정에서 불편부당한 조정자의 지위를 갖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서자유주의는 1949년 기민당의 아데나워 정부와 에르하르트 재무장관에 의해 도입되었으며, 전후 독일 부흥의 운영 방식이 되었다.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한 마디로 사회적 책임을 가지는 시장경제 체제를 가리킨다. 1946년 독일 경제학자 뮐러 아르막은 사회적 시장경제란 "자유방임 시장경제가 아니라 사회적 입장에서 운영하는 시장경제"라고 정의했다. 소련식 계획경제에 반대해 자유로운 시장의 경쟁은 인정하지만, 시장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강력한 경쟁정책으로 독점과 카르텔을 금지했다. 나치 시절 금지했던 노사공동결정제도와 노동자를 위한 사회보장 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자유시장을 주장하는 경제적 자유주의와 사회민주적 혼합경제 사이의 '제3의 길'을 추구했다. 결국 이는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왜 독일 자본주의가 우월한가?

역사적으로 보면,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공산주의의 국유화와 통제경제에 대한 '보수적' 대응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자유시장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지배하면서 오늘날 역설적으로 '진보적' 대안으로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영미권의 자유시장경제 모델과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은 다른 점이 많다. 영미권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주주 가치'를 강조하는데 비해, 독일은 은행과 기관투자자들의 참여하는 기업지배구조를 통해 '이해관계자'의 협력을 강조한다. 특히 독일의 노동자의 경영참가와 산업민주주의는 특히 노사간 협력과 합의를 강조하는 독일식 노사관계의 특성이 되었으며, 사회평화의 기반이 되었다.

미국 하버드 대학 피터 홀 교수와 데이비드 사스키스 교수는 미국식 '자유시장경제'에 비해 독일의 사회경제 모델을 '조정시장경제'라고 불렀다. 이들은 "독일의 노사관계에서 고용주와 노동자의 협력과 임금 조정이 중요"한 점에 주목했다. 직업훈련과 교육은 공동결정을 통한 합의적 의사결정을 중시하며 기업의 인적자본 투자를 강조한다. 또한 특정 산업과 기술에 적합한 특수한 기술 훈련이 이루어진다. 이는 숙련 노동자의 우수한 기술력을 이룩했다.

기업지배구조의 공개적 접근이 불가능한 대신 평판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장기적 금융 지원이 이루어진다. 기업간 관계에서 협력, 표준 설정, 기술 이전을 허용한다. 기업은 조정을 중시하며 기업의 요구에 따라 합의적 의사 결정을 실행한다. 놀랍지 않게도 영미권 국가는 시장의 단기 이익에 집착하는 반면에 독일은 장기적 투자와 기술개발을 강조한다. 이러한 특징은 독일의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 국가'를 만들었으며, 메르세데스 벤츠와 베엠베(BMB)의 신화가 탄생했다.

독일의 노사협력과 산업평화

자유시장경제와 조정시장경제의 차이는 매우 다른 사회적 결과를 만들었다. 미국식 자본주의에서는 기업가가 분산되어 상대적으로 약한 대신, 중간 관리자가 매우 강력하고, 노동자는 잘 조직화되어 있지 않다. 반면에 독일의 기업구조는 집중되어 있고, 중간 관리자의 힘은 약한 반면, 노동자는 매우 잘 조직되어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는 더욱 개방적이고 경쟁을 추구하기 때문에 급격한 혁신이 가능한 반면, 독일 기업은 단계적 혁신을 추구한다.

독일에서는 작업장의 노동자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경영 혁신에 적극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노동조합의 견해를 경청하고 타협하려는 전통이 강하다. 심지어 회사를 폐업하는 경우에도 실업수당과 별도로 노동자의 전직을 배려하기 위해 3년 이상의 장기적 과정을 거치는 경우도 있다. 당연하게도 노동자의 회사에 대한 신뢰와 충성심이 강하다.

물론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역시 고정불변의 모델은 아니다. 독일 통일 이후 독일은 지속적인 경제개혁을 거쳐 사회복지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2003년 슈뢰더 사민당 정부의 노사정 정책협의기구인 '하르츠 위원회'에서 포괄적인 경제개혁과 복지개혁을 위한 '아젠다 2010'을 발표하고 노동시장 유연화, 사회부조의 조건부 수급의 강화, 조세 인하의 조치를 실행하였다. 이러한 노동개혁에 대한 격렬한 찬반 논란이 있지만, 많은 학자들은 슈뢰더 정부의 개혁이 독일의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되었다고 본다. 동시에 장기적 기술개발과 안정적인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기업의 경쟁력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유럽 통합 이후 경제성장률과 고용율이 상승하였다 (수출 주도 경제를 가진 독일은 유럽 통합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

비록 슈뢰더 총리의 개혁으로 메르켈 총리가 덕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메르켈 정부가 '영미식 자본주의의 탐욕'을 비판하고 복지제도를 유지하려는 중도 노선도 정치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었다.

사회가 없는 시장을 추종한 한국 경제

1998년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와 '질서자유주의'를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를 얻었던 '제3의 길' 정치에 큰 관심을 갖고 2000년 민주당의 노선을 '중도개혁주의'로 설정했지만, 김대중 정부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지지한 적은 없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와 구조조정으로 대량해고에 직면한 노동조합과 타협하기 위해 보편적 복지정책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사회민주적 정책으로 볼 수는 없다.

김대중 정부의 사회정책은 국가복지를 강조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독일식의 보수적 사회보험 제도를 모방했다. 독일의 보수적 복지국가 모델은 가족의 보호 기능이 실패할 때만 국가가 개입하는 잔여적 제도인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덴마크 사회학자 에스핑안데르센은 독일 복지국가가 "가장 나쁜 것은 아니지만 가장 추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편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은 독일식 시장경제 대신 미국식 자유시장경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으며, 국가의 역할도 전통적 발전국가를 포기하는 대신 시장 지향적 국가로 축소되었다. 그 후 시장이 사회를 지배하고, 정치의 탈국가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김대중 정부의 뒤를 이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도 감세, 탈규제, 무역 자유화를 주장하는 미국식 자유시장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심지어 일부 경제관료들은 "금융허브" 운운하면서 미국식 투자은행과 금융규제 완화를 찬양하였다. 그러나 미국식 모델은 2008년 금융위기로 파산했으며 금융산업의 탈규제가 재앙의 근원이라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국가는 미국, 영국, 아일랜드, 아이슬랜드 등 금융과 서비스 산업이 강한 국가들이 아니라 독일, 스웨덴, 덴마크 등 실물 경제와 제조업이 강한 국가들이다 .

독일 사회경제 모델의 교훈

지금도 한국 정부와 학계에서는 지속적으로 경제사회모델을 둘러싼 이념적, 정책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시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견해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고 복지재정의 부담을 줄여야만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대안적 경제모델을 모색하는 견해는 재벌 대기업의 탐욕을 규제하고 사회복지제도와 노사정 협의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다른 나라의 모델을 무작정 모방하는 것은 실사구시의 관점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의 성공과 실패에서 배우고 벤치마킹하면서도 우리의 현실에 맞는 '한국 모델'을 끊임없이 실험하고 창조해야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경쟁과 효율성을 금과옥조로 받드는 '일방적 미국화'의 미몽에서 깨어나 사회적 협력을 강조하는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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