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이 일자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양 연맹이 수십년간 전통적으로 사용한 호칭으로 외교적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 대표는 아베 총리 앞에서 직접 '각하'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아베 총리가 참석도 하지 않은 자리에서 일본 의원 앞에서 아베 총리를 '각하'라고 칭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A급 전범 용의자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다. 아베 정부가 작성한 <방위백서> 2013년 판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인 북방영토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의 영토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 상태에 있다"고 돼 있다. 전범의 후손인데다 우리 영토인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주장하고 있기까지 한, 그런 총리다. 그런 총리에게 '각하'라는 칭호를 쓸 수 있을까?
▲ 아베 신조 일본 총리. KBS 화면 캡처 |
단언컨대 쓸수 있다. 새누리당 주장대로 '외교적 관례'가 맞다. 불편한 심경이 있더라도 "아베 총리 각하께서는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하는 방위백서의 주장을 철회해 주십시오"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는 게 외교 무대다.
최근 '님'이라는 말을 회담 상대편에게 붙였다며 "굴욕적 자세" 운운한 정당이 있긴 했다. 새누리당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없었고, 오히려 NLL 포기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사람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었던 게 드러났는데도,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님'자를 붙인 것까지 싸잡아 "노 전 대통령은 당시 극히 비정상적인 저자세로 굴욕적 정상회담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주장을 철회할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윤 수석부대표가 술 한잔 들어가면 사석에서 '누나'라고 부른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을 뭐라고 불렀을까?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이라고 했을까,'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고 했을까. 아니면 '김정일 씨'라고 했을까. 우리 영토에 대한 야욕을 불태우는 사람에게 박 대통령은 어떤 호칭을 붙였을까.
사실 이 모든 것이 논란거리가 될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되는 것이 누구 때문인지 새누리당은 곰곰 생각해봐야 한다.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교과서에 명시하겠다'는 말에 "지금은 곤란하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대통령을 배출하고, "한국은 단지 어리석은 국가"라고 말했다는 일본 총리에게 '각하'라는 말을 사용한 새누리당, 스스로 과거 쏟아낸 '말'을 돌이켜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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