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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저파' 김황식의 '박근혜 코드'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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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저파' 김황식의 '박근혜 코드' 맞추기?

[기자의 눈] '투명'에 가까운 김황식의 노림수

법관 출신이라는 인사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며 국회 해산을 언급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 초청강연에서 "우리 헌법에 왜 국회 해산제도가 없는지 문득 생각이 들었다"며 "국회 해산제도가 있었으면 (지금이) 딱 국회를 해산시키고 다시 국민 판단을 받아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 국회를 해산하는 것이 새누리당이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가모델'인지는 모르겠다. 어찌됐든 국회에서 생활하며 나라의 녹을 먹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 전 총리가 자신들의 '나와바리('세력권'의 일본말)'에 와서 '지금 당신들을 해체해야 한다'고 한 말을 묵묵히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단 한번도 정치적 비전을 제시한 적이 없는 김 전 총리를 정치인으로 데뷔시킨 첫마디 '국회 해산'이다.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며 미미한 여론 선호도라도 챙기고 있는 김 전 총리가 새누리당이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을 "날치기(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한 날 국회에 와서 국회 해산을 언급한 것은 정치적 노림수가 뻔하다. '백면서생'이 여의도 판에 발을 담그겠다는 선언문 치고는 당돌하고 과격하다. 미미한 여론선호도를 단박에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콘크리트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서울시장 후보직을 탈환하는 것이라는 점을 너무도 잘 아는 것 같다.

김황식 씨, 정권 코드 맞추기 해도 너무하네요!

▲김황식 전 국무총리 ⓒ프레시안(최형락)
"문득" 국회 해산을 떠올렸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 국회해산제도가 없어지게 된 역사적 맥락도 "문득" 떠올랐다.

국회해산권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널리 사용되는 제도다. 우리도 국회 해산이 과거에는 가능했었다. 실제로 해산한 사람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1972년 10월 17일에 유신을 선포한 박정희는 대통령특별선언을 통해 8대 국회를 출범 1년 3개월만에 해산시켰다. 그리고 '유정회'를 만들었다.

유신정우회(維新政友會). 한자 그대로 풀어 쓰면 유신헌법에 따라 정치를 하는 (대통령의) 벗들이었다. 대통령이 사실상 임명하는 의원들이다. 이들은 '의회'의 탈을 쓴 행정부 독재 부역 관료들이나 다름없었다. 그 때는 날치기가 없었다. 날치기를 아예 제도화시켜버렸기 때문이다. 평온한 국회의 꿈을 달성한 대한민국의 '벨에포크'였던 셈이다.

유신 헌법을 기안해 '국회 해산'의 논리를 제공한 사람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자신의 어릴적 장래희망이 유정회 국회의원이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새누리당의 저변에 유유히 흐르는 '전통'을 김 전 총리가 받아들인 것인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2013년 현재 유정회 출신 42명이 오로지 유정회 이력만으로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을 수령하고 있다.

두 번째 국회 해산은 제5공화국헌법을 만든 전두환에 의해서였다. 전두환은 1980년 10월 27일 개정헌법에 따라 10대 국회가 출범한지 1년 7개월만에 해체했다. 지긋지긋한 독재를 경험한 사람들은 1987년 헌법을 개정하며 국회 해산을 없앴다. 김 총리는 내각제 요소를 많이 도입하는 등 개헌이 필요하다면서 '국회 해산권'을 거론했다. 그 '철학'은 이해하겠다. 그러나 지금이 "딱 국회를 해산"시킬 절호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한 그 '철학'은 천박하기 짝이없다. 박근혜 정부의 '유정회'를 원하는 것인가?

서슬 퍼렇던 유신정권 출범 즈음에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판사 생활을 시작한 김 전 총리는 대법관까지 올라섰다. 그러다 대법관 직을 버리고 행정부(감사원장)로 직행했다. 감사원장 재직 시절 이명박 캠프 출신 정치인 은진수 감사위원을 임명해 4대강 사업 감사를 망쳐놓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에서 최장기 국무총리로 지냈다. 일부 보수언론이 '중도저파'라고 극찬하는 김 전 총리의 이력이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 하에서 또 어떤 '직'을 더하고 싶은 것일까. "국회 해산" 말 속에 깃든 의도가 너무 투명하게 비춰 민망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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