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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검찰 손보기'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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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검찰 손보기' 끝났다

[편집국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내팽개친 검찰 인사

지난해 12월 26일 법조출입기자단 송년 술자리에서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여기자들에게 신체접촉을 하는 등 성추행 의심을 살만한 짓을 했다. 기자단의 문제제기가 있자 이 차장은 다음날 바로 기자실을 찾아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지만, 실수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사과드리겠다"고 했다. 이걸 사과로 볼 수 있을까. 사과가 미진하다고 여긴 기자단은 김진태 검찰총장을 찾아갔다. 김 총장은 진상조사와 후속조치를 약속했다. 이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자 야당 여성 의원들과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 차장검사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지난 10일 단행한 정기 인사에서 이 차장검사는 대구서부지청장으로 '수평 이동' 했다.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은 셈이다. 앞서 이 차장검사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 윤석열 검사의 '항명 파동'에 따른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국정원 사건이) 무죄 나올 게 확실하다"고 하는 등 '수사 외압'의 당사자로 지목됐음에도 그랬다. 그는 대선개입 트위터 글과 관련된 국정원 직원들을 소환조사하자는 특별수사팀의 요구를 20여 일 동안 뭉갰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커다란 논란과 의혹이 일었음에도 그가 두 번이나 관대한 처분을 받은 까닭은 뭘까?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에서 그와 대립한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경우는 정 반대다. 국정원 사건 수사 관련해선 상부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징계인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를 도와 수사 부팀장을 담당했던 박형철 서울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은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번 정기 인사에서 두 사람은 각각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으로 전보됐다. 고검을 한직으로 인식하는 검찰 관행에 비춰보면 좌천성 인사라는 평이다. 이들은 왜 이런 수모를 연달아 겪어야 했을까?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에 대한 감찰이 부당하다며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렸던 박은재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도 부산고검으로 발령났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과 관련해 개인정보 불법 유출 사건을 맡고 있는 장영수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광주지검 형사1부장으로, 주임검사인 오현철 부부장은 홍성지청 부장으로 전보됐다. 현재 이 사건은 개인정보 유출 과정에 국정원 정보관이 개입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왜 수사 동력을 떨어뜨릴만한 인사를 단행한 걸까?

일선 검찰청의 역량을 강화해 검찰 조직의 활력을 꾀하고, 서울과 지방 근무자를 맞바꾸는 경향(京鄕) 교류 인사를 대폭 늘렸다는 법무부 측의 설명과 달리, 누가 봐도 '보복인사', '검찰 길들이기' 의도가 확연하다. 정권 입맛에 맞는 검사는 살아났고 치부를 들추려 한 검사들은 밀려났다.

특히 윤석열 팀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에서 배제된데 이어 박형철 부팀장까지 전출됨으로써 정권의 노골적인 수사 방해 의도가 더욱 명백해졌다. 최근 검찰이 대선개입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 22명에 대해 기소 유예 처분으로 가닥을 잡은 것과 무관치 않은 흐름이다. 이렇게 되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외에 대선 개입 혐의로 재판을 받는 국정원 직원은 아무도 없게 된다. 또한 '채동욱 찍어내기' 사건의 경우, 개인정보 불법 유출의 '윗선' 규명에 촉각이 모아진 마당에 수사팀을 사실상 와해시킨 것이나 다름없어 사건 자체를 미궁에 빠트리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런 치졸한 인사 보복은 검찰 뿐만이 아니다.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9일 단행된 총경 승진 인사에서 탈락했다. "애초 승진 대상이 아니었다"는 경찰 설명과 달리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 수뇌부의 개입 사실을 폭로한데 따른 '괘씸죄'가 작용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사법고시 출신자가 무난히 총경까지 승진하는 점, 후배 여성 경찰들도 승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마디로 물을 먹인 셈"이라고 했다.

지난해를 돌이켜 보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만큼 괴이한 사건도 없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벌어진 사건 그 자체뿐만 아니라 채동욱·윤석열·권은희 등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려던 사람들이 줄줄이 찍혀 나간 과정이 더 괴이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 모토로 삼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벌인 일들이다. 검찰과 경찰의 이번 인사는 박근혜 정부가 자신의 비정상성을 스스로 교정할 의지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그럼에도 검찰과 경찰 내부가 조용한 걸 보면 박 대통령의 검·경 장악은 완결된 듯하다. 법원이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김용판·원세훈 두 사람에 대한 1심 선고는 내달 께로 예정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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