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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앙대 교수들 "청소노동자는 중앙대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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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앙대 교수들 "청소노동자는 중앙대의 가족"

민교협 중앙대 분회, 이메일 통해 총장에게 중재 요청

민주사회를위한교수협의회 소속 중앙대 교수 40여 명이 29일째 이어지고 있는 청소 노동자 파업과 관련해 "총장님의 중재를 요청합니다"는 제목의 이메일을 전체 중앙대 교수들에게 보냈던 사실이 13일 확인됐다.

민교협 중앙대 분회는 지난 9일 "짧게는 4~5년, 길게는 10년 이상 중앙대에서 일해 온 중앙대 청소 노동자들은 중앙대의 어느 학생, 교수, 직원 못지않은 중앙대의 가족"이라며 "청소 노동자들이 법적 고용주인 용역 업체와 정상적인 협상 과정을 가질 수 있도록 총장님이 중재에 나서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교수들은 "어느 학생, 교수, 직원 못지않게 중앙대를 위하여 헌신하는 청소 노동자들에게 중앙대는 노사 관계 당사자가 아니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설사 법적으로 직접 고용하지 않았음을 인정한다하더라도 어찌 중앙대가 이들 청소 노동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삼자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물었다.

또한 대자보 한 장, 구호 한 장, 노래 한 곡마다 100만 원씩 지급하게 해달라고 한 중앙대의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과 관련해, 이들은 "청소 노동자들의 한 달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들에게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어느 누가 옳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도 물었다.

그러면서 "이 어처구니없는 발상에 중앙대 학생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중앙대를 비난하고 있다"며 "중앙대가 비인간적인 대학, 파렴치한 대학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 이런 상황을 중앙대를 아끼는 중앙대 구성원이라면 어느 누구도 수수방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민교협 중앙대 분회의 이와 같은 중재 요청 글은 대외에는 공개되지 않고 이용구 총장을 포함한 학내 교수진에만 이메일로 전달됐다. 분회 관계자는 "중재를 요청하는 수준의 내용이라 성명서 형태로 공개하지는 않았다"며 "학교의 긍정적인 답변을 일단 기다려 보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11일 중앙대가 청소 노동자들의 작업 중 잠담과 콧노래 등을 금지한 계약서를 용역 업체와 체결한 데 대해 "인권침해 계약을 파기하고 다시 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근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중앙대는 이런 계약이 체결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변명으로 일관할수록 졸업생과 재학생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며 "고교생 아들이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해도, 취업 준비생 딸이 대기업에 취업해도 콧노래를 부를 수 없는 (중략) 숨 막히는 상황이 오늘 한국의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당 계약은 '갑'인 중앙대만을 위한 계약"이라며 "이는 민법 제664조가 정한 도급의 개념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관련 기사 보기 : 중앙대, '콧노래·잡담 금지'…"불법 투성이 계약서" )

총장님의 중재를 요청합니다.

짧게는 4~5년, 길게는 10년 이상 중앙대에서 일해 온 중앙대의 청소노동자들은 중앙대의 어느 학생, 교수, 직원 못지않은 중앙대의 가족입니다. 노령이고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노동자들은 건물 내의 청소는 물론 건물 밖의 청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른 어느 대학에서도 건물 외곽 청소를 여성 노동자들이 담당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낙엽 지는 가을에 청소노동자들은 가을의 우수와 낭만에 젖는 것이 아니라 저 낙엽을 언제 다 치우나 한숨을 쉬며 빗자루를 움켜잡고 있습니다. 눈이 쌓인 겨울에는 캠퍼스의 아름다운 설경을 감상하는 대신 언 손을 비비며 쌓인 눈을 쓸고 얼음을 깨고 치우면서 안전한 캠퍼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법과 계약으로 정해진 노동시간을 하루 3, 4시간 초과하여 일을 하면서도, 토요일 근무가 없어진 대학의 캠퍼스에서 거의 유일하게 보상 없는 토요일 근무를 하는 노동자로 남아 있으면서 아무런 소리도 못 내는 투명인간으로 청소노동자들은 살아왔습니다.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협상권, 단체행동권은 헌법으로 보장하는 노동자의 기본권입니다. 이제 이런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중앙대의 가족이면서 어느 학생, 교수, 직원 못지않게 중앙대를 위하여 헌신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이제 중앙대학교는 노사관계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적 책임이 있다고 간주되는 고용업체에서는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려는 갖은 술책을 쓰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설사 법적으로 중앙대가 이들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았음을 인정한다하더라도 어찌 중앙대가 이들 청소노동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3자라고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더구나 중앙대는 법원에 퇴거 및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하면서 이들의 요구를 담은 게시물 한 장, 외침 한 번, 노래 한 곡에 대하여 각각 100만 원의 배상 청구를 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자신의 요구를 담은 종이 한 장을 붙였다고 청소노동자들의 한 달 급여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들에게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어느 누가 옳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 어처구니없는 발상에 대하여 중앙대 학생은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중앙대를 비난하고 있고 또 이러한 사실이 여러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에는 매일 이들을 지지하고 격려하는 방문자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지난 6일에는 중앙대의 노동 실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여러 국회의원들이 방문하기도 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중앙대는 이제 비인간적인 대학, 파렴치한 대학으로 낙인찍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중앙대를 아끼는 중앙대의 구성원이라면 어느 누구도 수수방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학교는 대화와 설득보다는 징벌 일변도의 태도를 바꾸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총장님께 요청합니다.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라도 확보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청소노동자들이 법적 고용주인 용역업체와 정상적인 협상 과정을 가질 수 있도록 총장님이 중재에 나서 주십시오.

2013년 1월 9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중앙대분회 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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