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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임기' 발언은 절박감 토로? 여야 압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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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통령 '임기' 발언은 절박감 토로? 여야 압박용?

추가 카드도 마땅찮아…면역력 강해진 정치권과 여론

"임기를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나름의 치밀한 계산 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 시작에 앞서 기자는 물론 방송카메라도 들어온 공개된 자리에서 "한마디 할까요"라고 운을 뗀 후 작심한 듯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숨은 의도가 무엇이든, 지난 2004년 탄핵 때와는 그 분위기는 완연히 다른 느낌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여론도 '지겹다'는 쪽이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 아니겠냐"
  
  크게 나눠보자면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 △당적 포기 가능성 시사 △임기 중 중도 하야 언급 등으로 정리될 수 있는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 아니냐.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된다"고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해석은 분분하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중도하야' 부분보다 노 대통령이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지만 그 길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며 그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탈당 부분을 겨냥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윤 대변인은 "(임기에 대한 언급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안다"고 말했지만 '당적 포기 가능성에 대한 노 대통령의 언급은 김근태 열린우리당 당의장이 당과 한 몸이 될 것인지 아니면 당적을 버리고 중립내각을 운영할 것인지 답해달라는 요구에 대한 답변이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야당이 인사권을 침해해서 권한행사가 어렵고 직무 수행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왜 느닷없이 탈당 이야기를 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노 대통령의 이날 탈당 가능성 발언이 결국 '여당 압박용'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윤 대변인은 "꼭 그런 것은 아니다"면서 "야당도 비슷한 주장을 해 오지 않았냐"고 답했다.
  
  또한 윤 대변인은 전날 무산된 여당 지도부 초청과 관련해 "재추진할 계획은 현재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갈 때까지 간 당청관계를 되살리기 위해 청와대가 먼저 손을 내밀 계획은 없다는 것.
  
  與 "여당의원 못해먹겠다"… 野 "물러나려면 물러나라"
  
  노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언급하고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기까지 한 이날 발언에 대한 여권의 분위기는 '심드렁'을 넘어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개혁성향으로 평가받는 한 의원은 "아까 다른 의원이 '대통령이 주기적으로 저런 말을 해야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는 것 같다'고 그러기에 나도 맞장구 쳤다"고까지 말했다.
  
  재야파의 다른 의원은 "대통령이 자꾸 저런 식으로 나오니 힘 빠져서 여당의원 못해먹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만일 여당을 향한 '압박용'이라면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자신의 임기 문제를 함께 언급한 것은 압박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탈당 언급은 여당을 위한 압박이고 임기 문제는 한나라당을 위한 압박이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재까지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공식적으로는 "대통령이 임기를 잘 마치기를 바란다"는 입장이지만 대권 레이스에서 현재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이 그만두면, 대선을 빨리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금 모든 국민이 대선을 빨리 하자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 최고위원의 이날 발언에서는 지난 2004년 탄핵 후폭풍의 악몽을 완전히 떨쳐버린 자신감까지 묻어났다.
  
  '탄핵의 추억'은 잊혀진 지 오래
  
  사실 노 대통령이 임기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미 한두 번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통령 못해 먹겠다"로 시작해 2003년 10월 "재신임을 받겠다"고 발언했고 이는 결국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
  
  2005년 6월 대연정 발언 이후에는 '(한나라당에) 권력이양' 언급이 있었고 그 해 8월에는 "권력을 통째로 넘길 수 있다"고도 말했다.
  
  처음 몇 번 만해도 대통령의 입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지만 '진정성은 있는 것 아니냐'는 옹호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대통령의 최측근들을 제외하곤 '진정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탄핵의 추억이 잊혀진 지 이미 오래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또 이런 발언이 나오는 데 대해선 "대통령 주위의 정무적 상황판단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병완 비서실장 등 비서실 멤버들과 친노직계인 소장파 정치인 몇몇 외에는 대통령과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도 없고 고언을 할 사람도 없다는 것.
  
  현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 한 중진 정치인은 최근 '대통령을 잘 만날 기회도 없고 만나서 이야기를 해도 아무 반응도 없어서 이젠 만나기도 싫다"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병완 비서실장을 당과 가교 역할도 할 수 있는, 정무적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이 실장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은 여전히 두텁다. 또한 지금 누구로 교체한들 이미 '때는 늦었다'는 비관론도 존재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26일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제안, 27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지명 철회, 28일 탈당가능성과 임기 문제 언급까지 청와대의 행보는 쳐다보는 사람들도 숨이 가쁠 지경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스타일 상 금방 또 다른 카드가 나올지 모른다는 의견이 적지 않지만 다른 무슨 카드가 나온들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탈당을 한들 충격파가 크지도 않을 것이고 한나라당을 향해 다시 무슨 '빅 딜'을 제안한들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는 것.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은 한다면 한다는 사람이고 절대 식물대통령 상황을 견디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중대결심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물론 노 대통령이 다음달 3일 해외순방 때까지 숨을 고르고, 여당은 먼저 대통령에게 탈당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애쓰고, 한나라당도 역풍을 우려해 국정에 일정 정도 협조하고 나서면 새해 예산이 처리되는 연말까지는 일단 폭풍전의 고요가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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