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중도하차'를 거론한 노무현 대통령의 28일 발언에 대해 유독 한나라당만이 '얌전한' 반응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책임 있게 일하면 박수 받는 대통령 될 것"
유기준 대변인은 28일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이 임기를 잘 마치기를 바랄 것"이라며 "대통령은 마지막 남은 임기동안 국민의 소리에 열린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고, 인사를 객관적으로 하고, 국정을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당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이 노 대통령의 즉각적인 탈당과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한 것이나, 민주노동당이 "국민을 협박하지 말라"며 격렬히 비판한 것과는 대조적인 반응이다.
이재오 최고위원이 "지금 모든 국민들이 대선을 빨리 하자는 것 아니냐. (대통령이) 조기하야를 하면 헌법적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 '하야 할 테면 하라'는 식의 배포를 부린 것과도 사뭇 다르다.
심지어 유 대변인은 "경제와 안보에 대한 국민의 불안에 대해서 책임지는 자세로 일한다면 국민들로부터 박수 받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 동안 거의 모든 사안마다 '노무현 때리기'로 일관했던 한나라당이 유독 이번 발언에 대해서만 '비난'이 아니라 점잖은 '당부'를 한 셈이다.
유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당적 포기 시사 발언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은 당정갈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헤아려서 끝까지 공동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반응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발언 속에 모종의 노림수가 숨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발언의 진의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당 내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거국중립내각 수용,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제안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지난 해의 '대연정 제안'과 같은 후속타가 뒤따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도하야와 같은 극단적인 카드로 국민과 직거래를 시도하는 동시에 한나라당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궁극적으로는 거국중립내각 등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부동산 문제를 비롯한 각종 법안 처리에 대한 야당의 부담이 증가될 수밖에 없다. 당장 '책임론'이 고개를 들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당장은 청와대의 '전효숙 카드'를 무력화시켰다는 혁혁한 전리품을 챙겼지만, '대통령의 인사권 침해' 논란이 증폭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발(發) '판 흔들기'는 한나라당이 그동안 가장 경계해 왔던 일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지금 이대로'의 구도가 내년 대선에서 집권을 보장하는 가장 바람직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전효숙 싸움'에서의 한나라당의 완승은 거꾸로 국정운영 정상화에 대한 책임론이라는 부담을 낳았다. 결국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한나라의 '조심스러움'에는 이러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제1야당 한나라당의 고민이 녹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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