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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통상임금에서 복리후생비 일부 제외…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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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통상임금에서 복리후생비 일부 제외…왜?

정기 상여금은 포함…"장시간 근로 문제 해결 계기 돼야"

노동계와 재계의 올해 최대 화두였던 통상임금 범위를 대법원이 최종 정리했다. 상여금은 해당, 명절 상여금 등 복리후생비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는 18일 자동차 부품 회사 갑을오토텍 노동자와 퇴직자 295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 2건에서 원고 승소 또는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또한 정기 상여금을 포함한 통상임금에 기초한 추가 임금 청구가 신의 성실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 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통상임금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이하 소정 근로)를 제공하면 그 대가로 확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다.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 임금과 해고 예고 수당, 연차 휴가 수당을 산정하는 기준 임금으로 기능한다.

그간 재계와 노동계는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통상임금 범위를 두고 오랜 시간 줄다리기를 해 왔다. 노동부는 1988년 기본급을 제외한 상여금과 각종 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 지침을 내린 후 각계 반발에도 이를 고수해 왔다. 한편 법원은 정부보다 통상임금 범위를 넓게 보는 판결을 계속해서 내려오는 분위기였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은 이날 통상임금의 개념과 요건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 급여 항목이 어떤 명칭이냐에 상관없이 법적인 요건(고정성·정기성·일률성 등)을 갖춘 모두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다.

이에 따라 논란이 됐던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상여금이 2개월, 3개월, 6개월, 1년마다 지급되더라도 정기적으로 지금만 된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다. 더불어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키로 한 노사 합의는 무효가 된다.

다만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신의 성실의 원칙' 위반 가능성을 열어놨다. 즉, 노사가 이미 정기 상여금에서 제외키로 합의한 사실이 있으면, 이제 와 추가 임금 청구를 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다. 이 부분은 근로기준법 강행 규정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지를 두고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8일 대법원이 제시한 통상임금 기준과 해당 여부. ⓒ대법원

고정성 결여된 명절 상여금·여름철 휴가비 등은 제외

대법원은 이날 갑을오토텍 노동자 295명이 청구한 명절 상여금·여름 휴가비·선물비·생일자 지원금·개인연금지원금·단체보험료 등 23억 원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들 임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로 △소정 근로의 대가로 지급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근로자가 추가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 재직 중일지 불확실해 고정성이 결여된다는 점을 들었다.

다시 말해 소정 근로를 제공했는지와 무관하게, 급여 지급일이 아닌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한 임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해석이다. 즉 대법원이 보는 '고정적인 임금'이란, 소정 근로시간을 일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근로의 대가로 당연히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이란 얘기다.

이 기준에 따라, 대법원은 명절 상여금과 여름 휴가비 등은 이 임금이 지급될 시점에 해당 근로자가 재직 중인지를 판단할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판결은 복리후생 성격의 급여가 노사 단체협약 등에 의해 일률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있다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2007년 대법원 판결을 일부 뒤집는 내용이다.


노동계 '당연', 재계 '당혹', 정부 '상생'

대법원은 이로써 긴 시간 계속됐던 통상임금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통상임금 논란은 지난 5월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통상임금과 엔저 문제가 풀리면 한국에 80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는 대니얼 애커슨 GM 회장에게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라고 호응하며 급격히 가열됐다.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에, 노동계에선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과 '과거로 후퇴한 정치적 결정'이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재계는 '당혹', 노동부는 '판결 존중'이란 모양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동부는 문제가 됐던 행정지침을 즉각 폐기하고 장시간-저임금 노동 문제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노총은 "복리후생비 제외와 추가임금 청구 불허는 정치적 판단이 고려된 과거로의 후퇴"라고 주장했다. 복리후생비 제외는 '모든 임금은 노동의 대가'라는 1995년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후퇴한 것이란 반발이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역시 "정치적인 판단이 들어간 판결로 보인다"며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그간의 판례는 뒤집기 어려웠을 테니,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서 빼는 식으로 논란을 분산시킨 모양새다"라고 말했다.

한편, 재계는 판결 전부터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3년간 약 38조5000억 원(한국경영자총연합회 추산)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반발해 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한국경제연구원은 38조5000억 원 추가 부담은 전체 고용률을 1% 떨어뜨린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도 있다. 경제신문인 <한국경제>는 18일 대법원 판결 내용과 이 같은 재계의 분석을 함께 전하며 "현대자동차와 GM 등 대기업들은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대비해 이미 4~5개의 시나리오를 싸놓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노동부는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노사간 균형있게 조율해 상생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방하남 노동부 장관은 판결 후 브리핑을 열어 "대법원 판결 내용을 전문가들과 분석해 입법을 위한 정부 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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