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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당제로 변화한 독일의 다양한 노동정책, 한국은?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그들은 왜 노사갈등이 심하지 않을까 ⑦

지난 편에 이어 아래에서는 정당과 노조 간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는 지표들에 대해 살펴보겠다. 구체적으로 "자율적 임금 협상, 최저 임금제, 노조의 경영 참여(공동 결정제), 노동시장의 유연화 및 규제, 노동자 정보 보호법" 등의 주제들에 대해 각 정당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겠다. 또한 독일의 정당 체제가 과거 양당 중심에서 점차 다당제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노조의 전략적 선택은 무엇인지 살펴보겠다.

각 정당의 노동정책은?…좌파당은 노조보다 더 강력한 정책

'자율적 임금 협상'에 대해 자민당(FDP)이 소위 '국가적 임금 강제 규정'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가장 우파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다른 당들은 대체로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좌파당은 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경영에 대한 노조의 권한 확대(예를 들어 파업권)를 지지하고 있다.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이 '최저 임금제'의 도입을 지지하는 반면, 기민당과 자민당은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9월, 18대 총선에서 사민당과 녹색당은 연방 차원에서 일률적인 시간당 8.50유로(약 1만 2314원)를, 좌파당은 10유로(약 1만 4487원)를 최저 임금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기민당은 지역별, 산업별 최저 임금제의 도입을 강조하였다.

독일 노총(DGB)은 경제민주화 목표의 하나로 기업의 인수 합병, 이전, 투자 결정 등의 의사결정에서 '노조의 경영 참여'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은 이와 관련 기업의 경영 이사회에서 사측의 인원을 줄여 노사 간 보다 동등한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기민당은 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자민당은 노조의 경영 참여 관련 비용을 제한해야 하고 경영 이사회의 인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 시장의 유연화 및 규제'와 관련해서는 해고 보호법과 불완전 고용 관계가 핵심 주제이다. 독일 노총은 파견 근로, 임시 근로를 우선시하여 장기 노동자를 줄이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사회 보험료를 내고 해고 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완전 고용을 강화해야 하고 불완전 고용 관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기민당은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민당과 녹색당은 해고 보호법을 지지하며 불완전 고용을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좌파당은 해고 보호법의 강화, 파견 근로의 엄격한 제한을 통한 노동 시장의 재(再)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자민당은 해고 보호법의 완화, 노동 유연성을 강화한 일자리 확대, 국가의 규제 완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2008년, 독일에서 노동자 정보를 남용하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노동자를 감시한 사건(슈퍼마켓 Lidl과 독일철도 Deutsche Bahn)이 폭로됐다. 이후 '노동자 정보 보호' 문제가 노조와 정당에서 관심의 초점이 됐다. 독일 노총은 노동자에 대한 관찰과 감시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자 정보 보호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기민당과 자민당이 법의 제정에 대해 약간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사민당, 좌파당, 녹색당은 노조의 요구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회 복지' 주제와 관련하여 노조는 지난 몇 년간 연방 정부와 대규모 투쟁을 전개해오고 있는데, 특히 '아젠다 2010'의 사회 복지 축소와 연금의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독일 노총은 실업 수당과 사회 보조금을 통합하여 그 금액과 수령 기간을 축소한 하르츠 IV의 중단과 연금의 67세 수령을 다시 65세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민당과 기민당, 자민당은 아직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달리 녹색당은 이를 노동시장의 개혁문제와 연관시키면서 실업자도 최소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하르츠 IV의 개선을 주장하고 있고, 좌파당은 하르츠 IV를 폐기하고, 67세 연금수령과 연금의 부분민영화 문제의 원상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 등의 좌파 진영과 노조는 대부분 일치된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자민당이 가장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좌파당은 노동자와 노조의 권리와 영향력의 확대를 위해 독일 노총보다 더 강경한 요구들을 내놓고 있다. 기민당은 노조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2005년 총선에서 주장했던 해고 보호법의 완화, 자율적 임금 협상에 대한 간섭 등의 정책들을 포기하였다.

한국 정당 체제와 노조도 변화해야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기민당과 사민당 중심의 양당체제에 자민당이 캐스팅보트를 쥔 '3당 체제'였는데, 80년대 이후 녹색당과 좌파당(최초 민사당)의 등장으로 2005년 이후 안정적인 '5당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민당과 사민당의 득표율 합이 70~90%에 달했다. 그러다가 점차 하락하여 2009년 총선에서는 양당의 득표율(56.8%)이 처음으로 60%대가 무너져 다당제로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케 하였다. 그러나 2013년 총선에서는 자민당이 4.8% 지지를 받는 등 소수당들의 고전으로 거대 양당이 선전하여 다시 67.2%를 득표했다.

독일의 정당 체제가 이처럼 변화를 보이고 있으나, 노조는 이러한 변화에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998~2007년 사이에 사민당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노조출신 인사들의 의회 진출이 감소하고 있고, 사민당에 대한 노조 진영의 지지도 줄어들고 있다. 비록 노조가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이나 정당들에 대해서 아직 우선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현상들은 노조를 점차 일반적인 이익 또는 로비 집단으로 만들고 있다. 따라서 노조의 이익 추구 전략들이 다양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금속 노조(IG Metall)나 통합 서비스 노조(Ver.di)가 사회운동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반면, 광산-화학-에너지노조(IG BCE)는 여전히 전통적 방식, 특히 사민당을 통한 활동을 중시하고 있다. 여기서 노조의 새로운 전략적 선택의 하나는 좌파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과거 서독 지역 노조의 많은 자원이 좌파당의 한 축인 노동 사회 선거 연합(WASG)에 대폭 참여한 사실은 이미 좌파당의 노선이 친노조적임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사민당 탈퇴, 좌파당 입당"이 하나의 모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탈 이데올로기적인 입장에서 모든 정당과 협력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활발한 노조 내 토론 문화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조는 각 정당과 일부 또는 다수 정책에서 연결 고리를 찾을 수 있다. 노조 진영의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대체로 좌파 진영을 선택하지만 다른 정당을 찍을 수도 있다. 관건은 노조가 어떤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정당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노조가 어떤 정당과의 긴밀한 연대를 결정하는 데는 결국 그 정당이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노조와 정당을 연결해주는 고리로는 "자율적 임금 협상과 최저 임금제, 노조의 경영 참여, 노동 시장의 유연화 및 규제, 노동자 정보 보호법, 사회 복지 제도" 등의 주제가 그 주요 지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지표들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이 노조의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시금석이 된다. '비정규직 문제'를 추가한 이러한 지표들은 우리의 경우에도 유효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나타나면서 독일의 경우에서도 보듯이 정당 체제는 점차 다당제로 변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현재와 같은 보수적인 거대 양당만으로는 국민의 다양한 욕구를 담아낼 수 없음이 분명하다. 이러한 점에서 노동자의 요구를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진보적인 정당의 존재와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한 노조도 기존의 기업별 노조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산별 노조의 채비를 갖추고, 각 정당의 노동 및 사회 정책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여 현명한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더불어 민주 노총과 한국 노총의 통합을 모색하여 정치권에 대한 노조 진영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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