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청자·여성단체네트워크(언론개혁시민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매비우스·여성민우회·언론인권센터·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는 16일 오전 11시경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시청자광장에서 수신료 인상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시작한 지 5분도 안 돼 순식간에 몰려든 10여 명의 청원경찰에 의해 기자회견은 중단됐다. 청경들은 현수막을 빼앗아 찢고, 참가자들을 밖으로 내보내려 했다. 참가자들은 "여기는 모두에게 개방된 시청자광장 아니냐", "이것만 다 읽고 나갈 것"이라고 항의하며 버텼으나 청경들은 "공문도 안 내고 뭐하는 짓이냐"며 이들을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 일부는 넘어지면서 팔, 어깨, 허리 등에 부상을 당했다.
▲ KBS 청원경찰들이 수신료 인상안 반대 기자회견 참석자들을 저지하는 모습. ⓒ프레시안(서어리) |
청경들은 기자들의 취재도 막아섰다. 특히 몇몇 청경들이 사진 기자들에게 "찍기 전에 얘길 하고 찍어야 할 것 아니야"라며 욕설을 퍼붓고 사진기를 손으로 막았다. 기자들은 "이거 다 보도되는 겁니다"라고 말했지만 취재 방해가 계속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또 한 청경은 참석자들과 기자들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담아내는 등 '채증'을 하기도 했다. 해당 직원에게 촬영 이유를 묻자 그는 "여러분들이 찍으니까 나도 찍는 것"이라고 말했다. "윗선 보고용이냐"고 묻자 대답하지 않았다.
청경들로부터 촬영 저지를 당한 ㄱ 신문사의 한 사진기자는 "어느 시위 현장에서도 이렇게 취재 방해를 받은 적이 없는데, 하물며 언론사에서 취재를 못 하게 하다니 당황스럽다"며 "KBS는 자사 기자들이 다른 곳에서 이렇게 취재 방해를 받으면 가만히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후 '팀장'이라고 소개한 KBS 직원이 나타나 참가자들과 기자들에게 사과하는 것으로 20여 분 간 이어진 소동은 일단락됐다.
다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시청자의 수신료를 받아서 운영되는 KBS에서 왜 우리는 우리의 주장을 할 수 없느냐"고 말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오늘 평화적으로 기자회견하고 의사만 전달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굉장히 폭력적인 진압이 있었다"며 "기자회견에 참여한 분들은 KBS 시청자평가위원 등 공영방송과 가까운 활동가들이었고, 더욱이 '시청자광장'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했기 때문에 이렇게 과잉 대응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KBS 홍보실 선재희 부장은 "예고 없이 실내에서 벌어진 시위는 처음이라 보안 직원들이 당황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 같다"며 "감정이 격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던 게 아닌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추 사무총장은 "박근혜 정부 하에 있는 길환영 체제의 비이성적인 조직 내부의 문제가 잘 드러난 사건"이라며 "오늘 제기하려고 했던 수신료 인상 저지, 길환영 사장 퇴진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KBS 이사회는 지난 10일 여당 측 이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임시 이사회를 열고,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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