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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전환 200일…프레시안의 실험은 오늘도 '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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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전환 200일…프레시안의 실험은 오늘도 'ing'

[협동조합, 1년] 지역위원회, 독지모, 눈길 끄는 조합원들의 자발적 모임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이후 2013년 10월 31일까지 2950개의 협동조합이 생겨났습니다. '붐'이라 불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고, 많은 이들이 다양한 꿈을 안고 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지금까지 대중의 관심은 '얼마나 많이 생겼나'와 같은 양에 집중이 돼 있었습니다. 언론과 공공기관에서는 '우수 사례'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협동조합 선배들은 협동조합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최소 3년은 걸릴 거라고 합니다. 협동조합은 단지 사업모델이 좋아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협동'이라는 본질이 구현돼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협동, 그리고 생활 속에서의 민주주의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 협동조합은 양이 아니라 질로 얘기해야 할 때입니다.

<프레시안>은 지난 1년 동안의 협동조합 '붐'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우선 한국 사회 협동조합 역사의 당사자가 된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이어 협동조합기본법을 발의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을 만나보고 협동조합 계의 대선배부터 이제 막 협동조합에 뛰어든 20대 젊은이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마지막으로 협동조합기본법 개정 쟁점에 대해서도 살펴봅니다. <편집자>

12월의 문이 막 열린 지난 5일 서울 모처. 50대 남성 사업가, 30대 비정규직 대학 행정조교, 60대 여류 시인, 20대 신문사 기자란 뜬금없는 구성의 일군이 쉴새 없이 토론을 이어간다.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 제각각인 이들을 관통하는 것은 뭘까. 바로 금년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새 주인'들이라는 점이다.

'술이나 한잔 하자'며 추진된 '번개'치고는 사뭇 비장하다. 그도 그럴 것이, '도대체 협동조합은 뭐지?'란 솔직하고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 번개였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조합원들은 최근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다른 협동조합을 탐방하기 시작했다. 이날 번개 참석자들은 막내 대의원 이원재 씨의 제안으로 '우리술 협동조합'이 유통하는 전통주 판매 카페 '물뛴다'(서울 충정로)를 찾았다.

프레시안 조합원들의 방문 소식을 듣고, 우리술협동조합의 서승환 대리도 자리에 함께했다. "우리술협동조합은 전국 각지에서 전통주를 만드는 장인들이 대형 회사들이 독점한 국내 주류 시장에서 판로를 개척하고자 결성한 조합이에요." 서 대리의 설명을 귀 기울여 듣는 정혜승 프레시안 조합원은 궁금한 게 많은 표정이다. "그러면 생산자 조합인 거지요?" "네. 이 물뛴다 사장님도 조합원이고요." 질문과 설명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이날 번개 모임은 늦은 밤 술자리까지 이어졌다. 정치, 경제, 언론을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가 튀어나왔지만, 언제나 대화의 끝은 프레시안으로 수렴됐다. 이원재 조합원은 "프레시안 식구들을 만나는 자리에선 항상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 같다"며 "참여는 즐거움을 가져온다"고 후일담을 남겼다.


▲ 지난 5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조합원들이 우리술협동조합이 유통하는 전통주 판매 카페 '물뛴다'를 방문했다. ⓒ프레시안(최하얀)

'진짜' 협동조합 되기 위한 '지역 위원회' 1월 중 출범

'제2의 창간'을 선언하며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출범한 지 반년 정도가 흘렀다. 17일은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지 딱 200일째가 되는 날이다. 조합 운영을 책임질 1기 대의원들이 선출됐고, 비공식적 번개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최근 시작된 '지역 위원회' 설립 작업이다. 이는 프레시안이 근래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사실 전환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 프레시안이 오롯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남은 과제도 많다. 2001년부터 유지돼 온 주식회사 체계가 짧은 시간 만에 협동조합 형식으로 탈바꿈하기는 어려운 터. 서류상으론 협동조합 전환이 완료됐다고 하더라도, 실제의 체질이 완전히 개선되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지역 조직'을 꾸리는 일이다. 현재와 같은 조합원(대의원) 총회-이사회-실무진 3단계 의사 결정 구조만으로는 자칫 소수 의견만 조합에 반영되는 '무늬만 협동조합'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26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의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이 흐를 '기초 혈관', 즉 지역 조직은 협동조합 전환 성공 여부를 가를 중요한 사업이다.

현재까지는 서울경인 지역과 광주전라, 부산울산경남 지역 조합원들의 움직임이 특히 눈에 띈다. 서울·경인 지역 조합원들은 격주 토요일마다 모여 지역 조직 건설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은 지난 10월 말부터, 광주전라는 11월 초부터, 대구경북은 11월 말부터 지역 조직 구성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광주전라 지역 모임 만들기에 참여하고 있는 천정수 조합원은 "서울이 아닌 지역의 조합원들을 능동적인 조합원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도 지역 모임이 필요하다. 다양한 지역 이슈를 제보할 수도 있고, 지역과 서울 사무소의 소통 통로 역할도 하게 될 것으로 본다. 모임의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논의를 서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9월 14일 열린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첫 대의원총회 모습. ⓒ프레시안

조합원이 직접 만든 '제2의 지면' 나온다

이 밖에도 소비자 조합원의 조합 운영 참여 기회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게 IT 개발 기술이 있는 소비자 조합원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독자 지면 만들기 모임(이하 독지모)'과 조합원에게만 제공되는 <주간 프레시안 뷰> 오디오북 만들기 모임이다.

독지모는 내년 상반기 중 독자 주도의 '제 2의 지면', 즉 웹진 및 온라인 커뮤니티를 출시하기 위해 지난 9월 첫 모임을 한 이래 꾸준히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오디오북 만들기 모임은 조합원들의 목소리로 <주간 프레시안 뷰>를 녹음해 음원 파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최근 조합원만 접할 수 있는 테스트 버전을 조합원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이 두 활동은 단순한 재능 기부가 아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직접 참여로 운영되는 만큼, '기부'가 아닌 공식적인 조합 운영 활동의 하나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독지모가 만들 웹진 및 커뮤니티 사이트가 '오픈 소스'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 '협동조합 정신'에 부응해 국내외 많은 협동조합 또는 웹진 및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싶어하는 공동체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단 취지다.

독자가 주체가 돼 만들어지는 새로운 지면은 전통적인 뉴스-생산 소비 방식을 뛰어넘을 수 있는 실험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해당 웹진이 정착되면, 언론사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독자는 소비하는 분절적인 관계를 뛰어넘는 생산자-소비자 관계가 열린다. 프레시안의 주인인 소비자 조합원이 직접 콘텐츠 개발과 유통에 참여하는 이 시도는 독립 언론의 공공성을 강화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지모에 참여 중인 김형규 조합원은 "어떤 형태로 사이트가 구성될지는 아직 논의 단계에 있다"며 "막상 개발을 시작하니 어려운 점들이 있어 걱정이 많지만, 좋은 결과가 나와 프레시안은 물론 협동조합 사회 전반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프레시안(손문상)



독자가 먹여 살리는 '독립 언론' 되고 싶다

이와 같은 프레시안의 협동조합 전환 노력은 단지 프레시안 혼자 잘 살아보겠다는 발버둥에서 그치는 실험이 아니다. 대기업과 정부 곳간에서 나오는 돈을 가지고서야 언론사가 생존할 수 있는 굴곡진 언론 생태계를 바꾸어보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은 "한국의 대부분 언론은 유럽, 일본 등의 언론에 비해 기업·정부 광고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이는 건강한 언론 생태계라고 볼 수 없다. 권력과 자본이 아닌 공공, 즉 국민이 언론을 먹여 살릴 때 비로소 언론이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는 독립성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그런 면에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전체 언론 생태계를 건강하게 바꿀 작은 '밀알'이라고도 표현했다. 그는 "1960년대 생긴 강원도 원주의 신용협동조합이 원주의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협동조합 생태계를 만드는 데 교두보가 됐다"며 "이와 비슷하게 프레시안이 언론 생태계를 보다 건강하게 하는 작지만 중요한 교두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프레시안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시도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독자들이 쉽게 볼 수 있듯 지면 이곳저곳에 아직 많은 광고가 게재돼 있다. 박 이사장은 이에 대해 "생명·평화·평등·협동이란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 진정한 독립 언론이 되고 싶다"며 독자들을 향해 "먹여 살려 달라. 오직 공공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언론이 되겠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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