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쉐퍼 주북한 독일 대사는 장성택이 숙청당한 것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북한 군부 내 강경파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장성택 숙청으로 김정은의 1인 지배체제가 강화된 것도 아니라고 분석했다.
쉐퍼 대사는 10일(현지시각) 베를린에서 열린 독한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에서는 권력투쟁의 양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핵심 경로 역할을 하는 장성택이 제거된 것은 군부 강경파들이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김정은 단일 지도체제가 아니라 집단지도체제로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쉐퍼 대사는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된 이후부터 북한의 1인 독재 체제가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군부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졌다"면서 "김정은 집권 이후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개방 세력과 위기의식이 커진 군부 내 강경파의 충돌이 장성택 숙청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성택을 필두로 한 개혁개방과 경제를 중시하는 세력이 기존의 보수 강경파 세력들에게 밀렸다는 분석이다.
또 쉐퍼 대사는 "김정은이 장성택의 숙청을 전적으로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김정은 제1비서 역시 강경파의 압력에 밀려 장성택의 숙청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군부를 비롯한 권력 핵심부가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나 존경심이 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쉐퍼 대사는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북한 대사를 지냈으며, 지난 7월 북한 대사로 복귀했다. 그의 분석이 사실이라면 향후 북한 내 강경 보수파들의 입김이 세질 가능성이 높아 남북관계를 포함한 대외관계 역시 냉각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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