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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금융·의료·철도 빗장 모두 풀어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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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금융·의료·철도 빗장 모두 풀어버리나

[주간 프레시안 뷰] '줄푸세'의 쓰나미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현재 <프레시안 뷰>는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 구독을 원하는 분은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유료 구독 신청(1개월 5000원)을 하면 됩니다.(☞
<프레시안 뷰> 보기)

규제 완화와 개방, 그리고 민영화

안녕하세요. 경제기사를 읽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이번 주(11월 마지막 주)는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 정책이 유독 많네요. 시끄러운 정치에 대해서는 입을 꼭 다물고, 자신의 원래 신념인 줄푸세를 조용히 실천하는 중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달 27일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신제윤 위원장은 이 방안이 박근혜 정부의 금융 청사진이라면서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가장 큰 주제는 새로운 시장과 역할을 찾아 나서는 금융회사에 '무한한 기회'를 열어주고 그렇지 않은 회사들은 '경쟁의 압력'을 통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며 "(금융사 간)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를 없애고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심지어 "세계적인 추세가 재규제에서 약간씩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는데요. 제대로 거시 건전성 규제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규제 강화가 제대로 안 돼서 새로운 금융위기를 맞을 거라고 경고한 조지프 스티글리츠나 앨런은 과연 금융을 제대로 몰라서 그러는 걸까요? 이미 소개해 드렸던 거지만 스티글리츠의 글을 다시 한번 읽어 보시죠.

(☞ Five Years in Limbo)

박근혜 대통령의 본령이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세운다)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박 대통령은 11월 18일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제조업, 입지, 환경 분야 중심으로 추진돼 온 규제완화를 전 산업 분야로 확산해 투자 활성화의 폭을 넓혀가고자 의료, 교육, 금융, 관광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나갈 것이다"고 발언한 바 있죠.

특히 원격진료는 의료민영화의 일환으로 삼성 등 재벌이 강력하게 주장해온 것이어서 더욱 염려스럽습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정부가 말해주지 않는, 그러나 꼭 알아야 할 '원격의료' 10문 10답"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정부가 말해주지 않는, 그러나 꼭 알아야 할 '원격의료' 10문 10답)

철도의 개방과 민영화도 문제입니다. 박 대통령이 11월 4일 프랑스 방문 때 현지 기업인들에게 "도시철도 시장 개방과 관련해 정부조달협정 비준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서 우리 국민은 비로소 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 개정 의정서가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리고 15일 박 대통령이 비준을 재가했다는 사실을 청와대가 확인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재가한 개정 의정서는 도시철도(지하철) 운영, 지하철과 일반철도의 설계·건설·감독을 비롯해 시설의 유지·보수 등과 관련된 정부조달사업에 세계무역기구 가입 국가가 국내 기업과 똑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개정 의정서가 국내 법률의 제·개정을 동반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은 그렇게 할 경우 헌법 위반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헌법 제60조 1항을 보면, "국회는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등에 대한 체결·비준동의권을 가진다"고 돼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수서발 KTX'를 운영할 주식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 드렸는데요, 12월에 이 방침을 실행에 옮길 예정입니다. 물론 정부는, 새로운 수서 발 KTX 주식회사가 "철도공사 지분이 30%, 연기금 등 공적 자금 70%"로 해서 정부가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죠. 그러나 국회 국정감사에서 연기금은 그런 결정을 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설령 대통령의 지시로 연기금 지분이 들어간다 하더라도 한국철도공사와 분리된 주식회사는 연기금이 지분을 매각하면 민영화의 길로 들어설 것이 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발적 민영화'와 '개방'(한미 FTA나 WTO 정부조달협정)이 연결되면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예컨대 영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대형 사고가 빈발해도 다시 공기업체제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에 대응해서 노동계와 시민사회 922개 단체와 야4당이 철도산업 민영화 저지 공동행동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지난 달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원탁회의를 열고 철도산업 민영화 저지와 관련한 입장과 이후 사업계획을 확정 지었습니다.

(☞ 922개 정당사회단체, '철도민영화 저지' 공동행동 나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는 "철도 민영화,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경제민주화, 복지 공약 등에서의 후퇴에 이어, 철도 민영화 추진 중단 공약도 파기하고 있는 거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아직도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바로 위기를 촉발했던 시장만능주의 정책, 그 한국식 번역인 '줄푸세'를 빠른 속도로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 정치와 함께 경제에서도 시대착오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 '철도 민영화' 참고 기사

[단독] 박근혜, 철도민영화 물꼬 틀 GPA '밀실 재가'
[단독] 국토부 "KTX 개방 배제 명시" 요구했었다
[해설] "철도조달시장 개방, 민영화 물꼬 틀 수 있는 까닭"

1인당 GDP 2만 4000달러, 그러나 가계부채는 1000조 원

11월 25일 한국은행은 올해 국민총소득(GNI) 추계치를 인구수로 나눈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4044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2만 2700달러, 세계 49위)보다 5.9% 증가한 수치죠.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 2만 1632달러로 '2만 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2만 달러 아래로 주저앉았고, 2010년 다시 2만 달러를 회복했지만 2011~2012년 2만 2000달러에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올해 1인당 소득이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은 경제성장률이 2.8%로 예상되는 등 경기회복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도 있지만 원화가치가 절상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102원에서 올해 10월까지 1095원으로 하락하면서 달러로 환산한 국민총소득이 늘었기 때문이죠.

(☞ 올 1인당 국민소득 2만4044달러… 양극화는 더 심화)

그러나저러나 2만 4000달러라면 4인 가족인 경우 10만 달러에 달한다는 얘기 아닙니까? 즉 우리 돈으로 연봉이 1억 원이 되어야 평균 수준이라는 말인데 도대체 우리 주위에 그런 집이 얼마나 될까요?

그 비밀은 1990년대 중반 이래 빈부격차가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 '신지니계수'를 그래프로 보여 드린 바 있는데요. 통계청의 5분위 배율 소득분배 지표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고소득층(5분위 계층)의 가처분소득이 저소득층(1분위 계층)의 5.05배로, 지난해의 4.98배보다 커졌습니다. 가계부채 역시 5분위의 부채가 3월 말 1억 3721만 원으로 1년 전보다 줄어든 반면 1분위 가구는 1246만 원으로 24.6% 늘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있지만 양극화가 심해져 전 계층의 국민에게 고르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거죠.

(☞ 빚더미 속 10가구 중 1가구는 '절대빈곤')

'노동3권'을 부정하는 국회의원

▲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고개 숙인 국회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를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툭하면 파업에 들어가면 어떻게 관리하겠느냐"라는 김 의원의 발언은 정부여당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합뉴스

국회에서는 한 장의 사진이 문제가 됐습니다. 11월 26일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2014년도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비정규직인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비판했죠. "무기계약직이 되면 이 사람들 '노동3권'이 보장된다, 툭하면 파업에 들어가면 어떻게 관리하겠느냐"며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과 (임금·단체협약)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의 발언을 "심각한 위헌적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노동연구원 출신 전문가로서 당연한 발언입니다. 은 의원은 "비정규직도 '노동3권' 보장된다. 헌법에 보장된 일하는 시민의 '노동3권' 모두를 부정했다"고 비판했는데요. 김 의원은 오히려 이를 문제 삼아서 사과를 요구했군요.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이런 김 의원에 대해서 침묵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김 의원은 고개를 숙인 청소 노동자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게 '줄푸세'의 세(勢), 즉 법을 세우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죠.

청와대와 정부에는 개방과 규제 완화가 살 길이라고 굳게 믿는 분들로 가득 차 있고 국회에는 '노동3권'조차 무시하는 국회의원들이 절반 이상이라면 통계적으로 1인당 GDP가 늘어난다 해도 서민들은 빚만 잔뜩 지는 상황은 바뀔 수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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