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현재 <프레시안 뷰>는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 구독을 원하는 분은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유료 구독 신청(1개월 5000원)을 하면 됩니다.(☞ <프레시안 뷰> 보기)
▲ 지난 21일 발행된 <주간 프레시안 뷰> 15호는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을 표지에 실었다. 박 대통령을 영접 나온 정진석 국회 사무총장(가운데) 옆으로, '친박 실세'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가 보인다. ⓒ프레시안 |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이후, 오히려 정국이 더욱 꼬이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과 국정원 대선개입 특검 도입 등 야당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면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바로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특위는 수용하되, 특검은 거부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통령이 야당의 특검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든 것입니다. 대통령은 대치정국 해소의 책임을 국회에 넘기고, 새누리당은 국회가 해소의 책임을 수행치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통령이 맞을 화살을 국회가 대신 맞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통령 호위무사 혹은 경호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새누리당이 그런 역할 수행에 충실한 -혹은 충실할 수 있는- 이유는 집권 초기인데다, 이러 저러한 야권의 공세에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60% 선에서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아직까진 차기 당권-대권 주자가 부상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정치적 생존을 위해 -가장 편하게- '줄'을 댈 곳이 오로지 대통령뿐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강하게 압박할 국민적 지지를 조직하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검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높거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거부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모노리서치가 18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찬성이 41.4%이고, 반대가 41.1%입니다(모름은 16.7%). 19일 JTBC·현대리서치·트리움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특위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은 28.3%, 특위와 특검을 모두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은 45.4%였습니다(모름 26.3%). 하지만 민주당 지지도는 여전히 20%대 초에 머물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특검 찬성 여론을 정치적으로 온전히 대표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민주당 등 야권을 계속 무시할 것이고, 그러는 한, 대치정국은 계속될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예산 처리가 시한(12월 2일)을 넘기는 것은 물론이고, 연내 처리도 어렵게 되겠지요.
또다시 정치권에 대해 강한 비판이 쏟아질 것이고, 정치에 대한 냉소와 회의가 한층 더 커질 것입니다. 이미 언론 지면을 통해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지들이 그런 분위기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데, 정치가 정쟁만 일삼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지요. 정부와 여당,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 모두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치정국이 갑자기 해소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정쟁(政爭) 역시 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관성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들을 대체할 가능성을 보유한 정치세력이 부재(不在), 혹은 미약하다는 것입니다.
▲ 안철수 의원 측은 지난 22일 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안철수 의원은 정치세력화와 관련해 11월 28일 직접 말씀드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
이제는 피할 수도 없게 되었지만, 지방선거에 승부를 걸겠다는 것도 그다지 효과적인 전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선거보다는 일상적 정치 과정에서 승부수를 먼저 던졌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니, 선거를 위해서라도 그렇습니다.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다 나름대로 지방선거에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터라, '안철수 신당'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그다지 넓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지방선거는 전국 선거입니다. 대규모의 인적, 물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경험에 바탕한 노하우도 있어야 합니다. 신생 정당으로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선거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런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 보면, 금세 기성정치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반면에, 너무 조심스럽게 선별적으로 접근하다 보면 폐쇄적이라는 비판과 함께 세 확장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미 '안철수 신당'이 전략적 요충지로 삼고 있다는 호남지역에서는 구태정치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중앙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하향식 세력화를 하고 있다며, 새 정치를 기치로 그동안 비판해온 기존 정치권의 중앙당 중심 정치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 안철수 세력화 작업 '새정치' 역행)
그런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롭다는 이미지에만 의존하는 정치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행동과 성과로 승부하는 정치로 나아가야 합니다. 법으로 정해진 창당 절차에 따라 단계적 수순을 밟으며, 멋진 창당대회를 준비해가는 이벤트 식 정치는 지양해야 합니다. 국민 대부분이 모르는 새로운(?) 사람을 인재영입했다며, 죽 늘어서서 보도사진 찍는 정치는 그만해야 합니다. 쟁점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둘러싼 쟁투에 열성적으로 헌신하는, 시민-주민 당원들을 모아내고 주인공으로 세워내야 합니다. 먼저 나서서 특검을 주장했다면, 그것의 실시를 촉구하는 멋진 명연설을 선보여야 합니다. 무소속이라 국회에서 발언기회를 갖기 어렵다면, 광장에 나가 사자후(獅子吼)를 토해야 합니다.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고요? 그것은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역량의 문제입니다. 연마해야 할 정치적 기술입니다. 그것에만 의존해서는 안됩니다만, 역사에 족적을 남긴 정치가들 모두가 명언과 명연설을 남긴 기술자였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것을 통해서 대중의 공감을 얻고 힘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언설이 명언과 명연설이 된 이유는 대중과 직접 만나 소통하며 공감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요구하려면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합니다. '안철수 신당'의 성공 여부 역시 자기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잘 이루어질 수 있을지, 향후 한국 정치를 전망하는 중요한 지점일 것입니다.
전체댓글 0